넋두리161 고장난 보일러는 돌아가지 않았다 지금은 잘 돌아가고 있지만 지난 일요일, 보일러가 고장 났다. 그날 아침 우리 가족은 오랜만에 장도 보고 푸드코트에서 점심도 먹을 겸 마트를 찾았고, 약 2시간 후 돌아왔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어디선가 미세하게 벨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이렇게 전화를 안 받나' 생각하며 현관으로 향하는데 소리가 점점 선명해진다. 우리 집 보일러 컨트롤러에서 나는 소리였다. 이 증상은 처음이 아니었다. 이사 오던 날, 도시가스를 연결하고 보일러를 켜자 똑같은 증상이 나타났었다. 다행히 몇 번 껐다 켜니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이번에는 소용없었다. 방은 점점 식어갔고 고민은 늘어갔다. AS센터에 점검 서비스를 신청했다. 상담 직원은 접수는 되었다고 알려줬다. 그러나 오후 3시가 넘은 시간이라 오늘 점검하러 갈 수 .. 2019. 1. 11. 2018년 최강 한파 속 이사 2018년 12월 28일은 올 겨울 최강 한파가 들이닥친 날임과 동시에 우리 집 이삿날이었다. 이삿짐센터에 이미 선금을 지불하고 계약을 해 놓은 상태라, 날씨가 춥다는 이유로 날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포장이사를 경험한 적이 없으신 부모님은 수시로 전화하셔서, 추운데 이사하느라 고생이 많다고 하시는데, 사실 이삿날의 한파로 가장 고생인 사람은 이삿짐을 포장하고 나르시는 분들이다. 이삿짐센터에서는 총 5분이 오셨다. 밑에서 사다리차를 조정하는 분과 짐을 받아 싣는 분, 집 안에는 세 분이 짐을 꾸리셨다. 그중 키가 큰 30대 후반 정도 돼 보이는 이가 담당자 같았고,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분이 함께 짐을 싸서 옮기셨다. 체구가 작으셨는데, 힘이 엄청나셨다. 거든다고 섣불리 달려들었다가 꼼짝도 않.. 2018. 12. 31. adieu my macbook... 한동안 상태가 안 좋긴 했지만, 이렇게 이별의 시간이 빨리 찾아오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것도 하필이면 크리스마스이브에 말이다. 7년 지기 친구, 맥북 이야기다. 며칠 전에 아내가 찍어 둔 자매의 영상이 재미있어서 유튜브에 올릴 요량으로 편집하고 있는데, 위와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 그리곤 재부팅을 계속하더니, 마침내 전원이 꺼졌다. 다시 전원 버튼을 눌러도 부팅되는 듯한 소리가 나다가 이내 꺼져버렸다. 올 초에 한 번 응급 상황이 닥쳐서 급하게 조치를 취한 후 별문제 없이 잘 지내왔는데, 다소 당황스럽다. 이런 증상은 처음이었고, 잘 알지는 못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이 녀석과의 인연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아내와의 연애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이 맥북을 질.. 2018. 12. 27. 크리스마스 이브 작년에도 그랬던 것 같은데, 올해는 작년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찾아볼래야 찾을 수가 없다. 나이 먹은 탓인지, 음원 저작권 때문에 거리에서 케럴을 쉽게 들을 수 없는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퐁당퐁당 휴일에 낀, 평일 정도의 기분이다. 더욱이 오늘 휴가를 내고 4일간의 연휴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서 회사에 사람들도 적고 휑하다. 할 일이 아무리 많아도 사람은 분위기를 타기 마련이다. 지금 내가 그렇다. 이번 주는 내일도 휴일이고, 금요일에는 이사 때문에 휴가를 낸 상태라, 일 할 수 있는 날이 3일밖에 없음에도 혼자 캐럴 틀어놓고 억지로 크리스마스이브의 기분을 느끼려 발악(?)을 하고 있다. 그러던 중 편집실에 앉아있는 FD 동생이 보이길래 같이 나가서 점심(낙지수제비)을 먹고.. 2018. 12. 24. 송년회와 육아 연말이긴 연말인가 보다. 개인적인 모임이 거의 없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12월이 되니, 송년회라는 이름의 술자리가 많이 생긴다.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지난주에는 1박 2일로 국 워크숍을 다녀왔고, 며칠 전에는 노조 송년회가 있어서 만신창이가 되어 귀가했다. 그리고 오늘은 내가 만든 송년회 자리가 기다리고 있다(정확하게 말하면, 한 참 전부터 밥 산다고 했던 게 미뤄지고 미뤄져 결국 송년회의 성격을 띠게 되었다). 술자리가 많아지면서 아내에게 가장 미안하다. 회식 날은 술 먹느라 늦게 들어가고, 다음 날은 일찍 퇴근하더라도 숙취로 골골대고 있으니, 애들 보는 건 오롯이 아내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은 둘째 녀석의 짜증이 극에 달해있고, 엄마에 대한 집착이 최고조인 상태라 아내의 고뇌는 이만저만이.. 2018. 12. 13. 공인중개소에 가다 지난주엔 두 번에 걸쳐 공인중개소를 방문했다. 한 번은 집을 팔기 위한 계약서 작성 때문이었고, 다른 한 번은 월세 들어가기 위한 계약서 작성을 위해서였다. 그렇다. 집을 팔았다. 그것도 많은 손해를 감수하면서(잠깐, 눈물 좀 훔치고)... 서울 빼고 대부분의 지역에서 집값 하락이 문제라고 했는데, 내가 살고 있는 충주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인구는 늘지 않는데, 아파트는 계속 지어대니 과다 공급으로 인한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많은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집을 팔아야 하는 이유는, 나 역시도 새로 분양받은 아파트로 이사를 가야 하기 때문이다. 분양 신청을 한 것은 단순히 넓은 평수로 가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 아니라, 평소 원하던 조건의 1층 구조가 나왔기에 '되면 좋고 안되면 그만'이라는 심정으로 신청했는.. 2018. 12. 4. 염증 염증이라는 게 이렇게 무서운 것인 줄 전에는 미처 몰랐다. 며칠 전, 아침에 일어나 보니 오른쪽 무릎이 약간 찌릿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혹시 몰라 멘소래담을 바르고 출근했다. 찌릿한 정도였던 무릎 통증이 걷기 힘들 정도로 발전하는 데는 채 반나절이 걸리지 않았다. 점심 먹기 위해 식당을 찾았을 때는 차에서 내리는 것이 고통스러울 정도의 통증이 찾아왔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넘어진 적도 없으며 다리를 삐끗한 적도 없다. 통증을 느끼기 이틀 전, 오랜만에 운동하겠다고 바이크 머신 30분 탄 것이 걸렸지만, 하루를 건너뛰고 통증이 온다는 건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유야 어찌 되었던 지금 중요한 것은 빨리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는 것이다. 하지만 오후에 잡혀있는 일정이 있었기 때문에 당장 .. 2018. 9. 8. 파마 지난 토요일. 어김없이 출근했다. 조국 해방의 의미를 되새기며 뜻깊은 시간을 보냈어야 할 광복절에도 역시 출근 도장을 찍었다. 평일에 일 안 하고 휴일 출근해서 시간외 수당 챙기려는 것 아니냐 따진다면, 너무 억울하고 속상하다. 요즘 나름 워라밸을 추구하며 업무는 되도록 일과 중에 끝내고, 퇴근 후와 주말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 중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휴일에 출근할 수 밖에 없는 건... 일이 많다. 요즘 3가지 업무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주말에 홀로 출근해서 복도 좌우로 늘어선, 마치 벌집처럼 생긴 작은 방들 중 가장 끝에 위치한 방에 불을 켠다. 그렇게 앉아서 일을 하고 있다보니 문득, 국민학교 시절 (난 초등학생이 아니고 국민학생이었다) 텅 빈 교실에 혼자 남아 나머지 공.. 2018. 8. 20. 자동차 정기검사 자동차 정기검사를 받았다. 2014년에 차를 구입하고 어느덧 4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첫 정기검사를 받으라는 통지서가 온 것이다. 헛걸음할 수도 있겠다 싶어 전화를 걸어 검사 가능 여부를 물었다. 할 수 있단다. 자동차등록증과 면허증을 챙겨서 지정된 검사소로 갔다. 2만 원이 조금 넘는 검사비를 내고 접수를 마쳤다. 약 15분 정도 기다리니 내 차례다. 차를 인계하고 대기실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모니터를 통해 검사 과정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4년 전. 결혼을 한 달 앞두고 지금의 차를 뽑았다. 전에 타던 뉴코란도는 소형 화물이라 2명 밖에 탈 수 없다. 결혼하고 가족이 늘면 바꿔야 할 텐데, 그때 바꾸는 이 큰돈 대출받을 때 지르자는 생각에서였다. 그렇게 또 다른 코란도와 만났다. 이 녀석과 많은 .. 2018. 8. 7. 장모님 찬스 토요일인 어제는 아침부터 분주했다. 미루고 미뤄왔던 산부인과 진료를 받기로 한 날이기 때문이다. 둘째 낳고 바로 받았어야 할 산후 검사를 10개월이나 지나서 받으러 간다. 그동안 애 둘에 치이다 보니 아내는 병원 갈 엄두를 못 냈고, 나 역시 시간 될 때 휴가 내서 같이 가자고 말만 한 게, 해를 넘기고 6월 중순까지 온 것이다. 오전 10시 즈음 병원에 도착했는데, 이미 사람들이 많았다. 1시간 넘게 기다렸다가 진료를 받았고, 검사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한 번 더 산부인과를 찾아야 한단다. 그렇게 토요일 오전을 보내고, 오후에는 아내와 단 둘이 차에 올랐다. 오랜만에 영화 보며 데이트하기 위해서다. 모든 것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산부인과 가는 길에 최근 완공된 씨네큐 영화관을 지났다. "아~ 극.. 2018. 6. 17. 투정인 듯, 투정 아닌, 투정 같은 투덜 물리적인 업무량이 많은 것인지, 업무를 대하는 내 태도가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요즘 일이 많다고 느낀다. 아니다. 늘 해오고 있는 고유 업무와 더불어 다른 일을 함께하고 있으니, 태도의 문제로 치부할 수는 없다. 일이 많은 것이다. 그래서 바쁜 것이다. 예전처럼 혼자 살고 있다면 일 많은 것이 그리 나쁜(?) 것은 아니다. 어차피 퇴근하고 집에 가 봤자 딱히 할 일도 없고, 남들 쉴 때 일하면서 성취의 카타르시스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나에게는 아빠와의 교감이 필요한 4살, 2살 된 딸아이들과, 육아로 지친 하루에 대해 하소연할 대상이 필요한 아내가 있기 때문이다. 야근으로 받는 시간 외 수당보다, (매일 같이 야근이지만 시간 외 수당은 언감생심인 분들께.. 2018. 5. 23. 6시 기상 6시에 일어났다. 평소에도 새벽에 깨는 경우가 많지만 잠시 폰을 만지고 다시 잠들곤 한다. 7시 50분 알람이 울리면 그제서야 일어나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씻는 게 요즘 나의 기상 습관이다. 그런데 오늘은 6시에 일어나서 이렇게 노트북 앞에 앉아있으니, 평소와는 다른 모습임에는 틀림없다. 더욱이 오늘은 휴가다. 출근의 부담이 없으니 평소보다 일찍 몸을 움직이게 된다. 참 아이러니다. 오늘은 양평에 있는 블룸비스타의 콩순이방에 가는 날이다. 워낙 인기가 많아서 두 달 전에 겨우 예약한 게 오늘이다. 신기하게도 지난번 선배 형네 가족과 함께 놀러 갔던 펜션 바로 옆이다. 어렵게 잡은 만큼 딸아이가 많이 좋아하길 바랄 뿐이다. 워라밸(work-life balance)이라는 신조어가 말해주듯, 삶의 방식이 그동.. 2018. 5. 11. 가족 무릇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사실은 지난 주말에 친구 가족과 속초로 놀러 가려 했으나 다시 생각해 보니, 이때 고향 집에 못 가면 5월 말에나 시간이 날 것 같았다. 친구에게 양해를 구하고 주말 일정을 바꿔 제천 고향집에 다녀왔다. 제천 할아버지네 집에 가서 가장 덕 본 건 이 녀석... 어린이날이라고 할머니가 콩순이 장난감을 사 주셨다. 오랜만에 보는 손녀딸들이 마냥 이쁘기만한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렇게 아이들을 이뻐하시는 사이, 나 또한 오랜만에 만난 동생과 함께 집안 일을 도왔다. 테라스가 나무다 보니, 매년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 줘야 썩지 않고 오래 유지가 가능하다. 올해도 어김없이 칠을 해줘야 했는데, 두 형제가 함께 내려오는 이 날이 딱이었던 것이다. 나보다도 올라가서 칠하느라 동생이 고생.. 2018. 5. 7. 사진 한 장이 준 큰 울림 언제나처럼 아내에게 카톡을 보냈다. 점심 먹었냐는 사소한 질문을 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이 속에는 큰 딸아이가 어린이집에 안 울고 갔는지, 둘째는 짜증 안 부리고 잘 있는지, 그리고 오늘 아내의 컨디션은 괜찮은지 등을 묻는 함축적인 질문이다. 아내는 깻잎 반찬으로 점심 먹었다는 문자와 함께 한 장의 사진을 보내왔다. 무슨 상황인지 정확히 모르는 상황이었음에도 사진을 보는 순간 울컥했다. 선생님의 호명에 앞으로 나왔을 테고 그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있는 모습에, '우리 딸이 벌써 이렇게 컸나' 싶은 마음이 들었고 이런 생각은 사십 줄 아빠의 감성을 자극했다. 아내는 유치원 수료증을 받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내일부터 며칠 간 봄방학에 들어간다고 했으니 아마도 그럴 것이다. 두 돌도 안된 아이를 어린이집에.. 2018. 2. 22. 이천십팔년의 시작 2017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특별한 이벤트 없이 1월 1일을 맞이했다. 4살 되는 큰 애와 5개월에 접어드는 둘째를 둔 입장에서 일출을 본다던지, 송구영신 예배에 참석한다는 것은 여유로운 자들의 사치다. 우리 가족은 그렇게 육아전쟁의 연장선상에서 2018년을 맞이했다. 새해 첫 날 오후에 어머니가 충주로 넘어오셨다. 손녀딸 보고 싶다는 것은 하나의 명분이고, 애 둘 키우느라고 고생하는 며느리를 위해 뭐라도 해주고 싶은 속내였던 것 같다. 고기를 끊어오셔서 뚝딱 따끈한 수육을 만들어 주시고는 넘어가셨다. 그 주 토요일에는 대학 선배의 결혼식 덕분에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를 갔다. 가족이 함께 가려고 했으나, 하필이면 그 날이 콩순이 뮤지컬을 예매한 날이어서 아내는 큰 딸과 콩순이 뮤지컬을 봐야했다. (비싼.. 2018. 1. 22. 괴산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 큰 딸아이 어린이집 보내놓고 서두른다고 서둘렀는대도 벌써 오전 11시가 넘었다. 오후 4시까지는 돌아와야 했기에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 (어린이집 하원 시간이 오후 4시,,,) 오늘 우리는 은행나무길로 유명한 괴산의 문광저수지에 갈 것이다. 각자 재미있는 피케팅 사진을 올리는 것이 오늘의 파업 미션이었고, 미션 수행 겸 드라이브 겸 출사 겸 해서 괴산으로 향했다. 괴산의 문광저수지는 충북에서 출사지로 유명한 곳이다. 특히 이른 아침, 저수지에서 피어나는 푸르스름한 물안개와 노오란 은행잎의 조화는 말그대로 환상적이다. 사실 나도 들어서나 알고 있었지, 직접 시간을 내 찾아간 적은 없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겸사겸사 찾았다. 아쉽게도 이삼일 전에만 찾았더라도 장관을 구경할 수 있었을 것 같았다. 오늘은.. 2017. 10. 30. 노은면의 카페, 라브리 긴 연휴를 마치고 대부분 일상으로 돌아간 오늘이지만, 개인적으론 오늘이 연휴의 마지막 날이다. 연휴 내내 4명이 지지고 볶다가 오늘은 큰 딸을 어린이집에 보냈다. 그러자 그렇게 숨통이 트일 수 없었다. 큰 딸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기회를 그냥 보내기가 너무 아쉬워서 둘째 딸을 데리고 외출을 결정했다. 아내는 전부터 노은면에 있는 마당 넓은 카페 이야기를 했었다. 노은이면 약 20분 정도 밖에 안걸리는 가까운 거리이고 해서 이참에 그곳에 가보기로 했다. 가는 길에 있는 양평해장국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인근 골프장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식당으로 맛도 괜찮다. 출장 중에 한 두 번 먹었던 기억도 있고 해서 아내에게도 맛보여 주고 싶었다. 역시 뜨끈한 국물이 들어가줘야 속이 좀 든든해지는 느낌이다.그렇게.. 2017. 10. 10. 파업 17일 차. 시간이 참 빠르다. 벌써 오늘로 파업 17일 째다. #.1시간은 상대적이다. 빨리 좀 갔으면 싶으면 10분이 1시간처럼 느리고, 더디가기를 바랄 때면 1시간이 10분처럼 빨리 간다. 그런데 지금의 파업 상황에서는 이와 반대의 심리가 작용한다. 빨리 파업을 끝내고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음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 날수는 엄청 빨리간다.늘어가는 파업일수가 부담되니 그만하자는 이야기가 아니고, 사람 심리가, 아니 내가 느끼는 감정이 그렇다는 것이다. 물론 파업일수가 세자릿수가 되고 맨 앞자리 숫자가 바뀌더라도 김장겸이 물러나고, 공정방송 구현을 위한 장치가 마련될 때까지 우리의 파업 달력에는 계속 동그라미가 그려질 것이다. #.2정상적인 업무를 볼 때는 일에 치여서 생각할 겨를이 없었는데, 3주차로 이어지고.. 2017. 9. 20. 반갑다, 넘버투~ 나는 4주마다 출장을 다닌다. 지난 8월 2(수)일부터 3일(목)까지 나는 단양군 영춘면의 만종리로 출장을 가 있었다. 살인적인 폭염 속이었지만, 날씨가 핑계는 될 수 없기에 우리 스탭들은 소나기처럼 흘러내리는 땀을 훔치며 꾸역꾸역 일정을 진행해 갔다. 그렇게 첫날 일정을 마치고 밤 10시에 늦은 저녁을 먹으며 송별회 겸 환영회를 했다. 자신의 꿈에 한발짝 더 다가가고자 일은 그만 두는 친구들과 새롭게 우리팀에 합류하는 친구가 있었다. 각자의 결정과 그 길을 축복하며 하루를 마치고 둘째날을 맞이했다. 어제와 다를 바 없는 폭염의 연속이었다. 오전 일정을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동네 중국집에 들어가며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괜찮아?" 사실 만삭인 아내는 둘째 출산 예정일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태였다. 혹.. 2017. 8. 7. [만화책] 퍼펙트 게임 이 웹툰의 애장판을 선물 받은지는 좀 됐다. 정확하게 기억 나지는 않지만, 5월 초순 전후였던 것 같다. 사실 책을 선물 받은 건 정말 오랜만의 일이다. 젊을 때는 책 첫 장에 의미있는 짧은 문구와 날짜를 적어 선물로 주고 받기도 했는데 말이다. 친구녀석은 이 웹툰을 너무도 재밌고 감동있게 봤다고 했다. 그리고 만화의 등장 인물들 속에서 나와 또 한 명의 친구가 생각나서 꼭 좀 보라고 선물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참 고마운 일이다. 택배로 책을 받자마자 바로 읽어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 때 당시는 정신없이 바쁠 때였다. 그리고 이 귀한 책을 짬짬이 대충 읽어 넘기고 싶지도 않았다. 시간이 날 때 정독하자 약속을 하고 미뤄 온 것을 지난 금요일에 독파했다. 퍼펙트 게임은 동네 야구 동호회의 이야기를 담은 .. 2017. 6. 12. 영화 <노무현입니다> 일요일 아침 일찍 차에 시동을 걸어 시내 극장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조조로 영화를 보기 위해서이다. 오늘의 영화는... 노무현입니다... 사십 평생을 살아오면서 혼자 극장에서 영화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꼭 보고 싶은 영화이지만 주말에는 아이 때문에 불가능하고, 평일에 휴가 내고 (딸아이 어린이집에 간 사이에) 보고 오자고 약속했으나 다큐멘터리 영화는 언제 극장에서 내릴지 몰라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아내는 지난 주중에 영화를 보고 왔다. 그러곤 오늘 나에게 보고 오라고 명령 아닌 명령을 내린 것이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혼자 극장 가서 영화 본 적이 없다. 혼자라도 꼭 가서 봐야할 정도의 당위성을 느낄만한 영화가 없었다. 극장에서 못보면 다른 방법으로 보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2017. 6. 11. 충주 자유시장 데이트 매주 주말이면 딸아이와 무엇을 하며 놀아야 하나를 고민하게 된다. 특히 이번주에는 1박 2일 출장도 있었고, 함께 한 시간이 짧았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이런 고민의 가장 큰 걸림돌이 있었으니, 다름아닌 '미세먼지'다. 오늘도 평일과 다름없이 일어나 외출 준비를 했건만 미세먼지가 '나쁨'이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아내와 나는 크게 상관없지만, 감기에 심하게 걸린 딸아이가 걱정이었다. 어디가서 뭘할지 한참을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전통시장'이었다. 시장은 실외나 다름없어서 미세먼지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점심으로 무학시장 순댓국을 먹는다면 왠지 미세먼지 따위는 문제도 아닐 것 같았다...ㅋ 충주에 산지 언 12년인데도 전통시장에서 장을 본 기억은 없다. 물론 업무 차 들른 적은 있지만, 필요한 무언가를 사.. 2017. 4. 8. 고집과 팔랑귀 사이 고집이 센 성씨 중에 '강씨'의 고집도 많이 회자된다. 나 역시 물려받은 성이 그래서인지, 고집이 세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그렇다고 말도 안되는 것으로 소위 말하는 '곤조'를 부리는 편도 아니고, 남들과 쉽게 타협하지 못하는 성격도 아니다. 물 흐르듯 잘 어울리고 섞이지만, '이것만은 꼭 이렇게 하고 싶다' 혹 '이건 정말 아니다' 싶은 것에서는 특유의 고집이 나오나 보다. (어쩌면 이것은 강씨이기에 특화된 것이 아닌, 보편적인 사람들의 정서일지도 모른다.) 반면... 나는 귀도 얇다... 내가 모르는 분야에서는 타인의 이야기를 너무 쉽게 믿고 의지한다. 강씨 고집과 팔랑귀... 이 어울리지 않는 조합 사이에서 때로는 고집을 부리기도 하고, 때로는 타인의 의견에 적극 동조하며 살아온 사십년 인생이다.. 2017. 2. 6. 삼겹살과 놀이방 첫째 때도 그랬지만, 아내가 둘째를 임신하고 나서부터 먹고 싶은 것이 수시로 생기곤 한다. 하지만 첫째 때와 다른 것은 그것을 마음대로 먹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17개월 된 딸과 함께 하다보니, 쉽게 나갈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큰 맘 먹고 어제 먹고 싶다고 했던 것을 먹자고 하면, 이미 그 욕구는 사라진지 오래... 그래서인지 둘째에게 내심 미안하다. 오늘은 퇴근하고 오랜만에 외식을 했다. 명절 동안 고생한 것도 있고, 간만에 장모님과 온천 가서 기분좋게 목욕하고 온 아내에게 '저녁 뭐냐'는 짜증 나는 질문을 던지고 싶지 않았다. 집 근처에 있는 종로상회에 갔다. 이곳에 갈 때면 조심해야 하는 것이 있는데, 딸아이로 하여금 놀이방을 존재를 인지하게 해서는 안된다. 그것을 알게 되는 순간, .. 2017. 1. 31. 이전 1 2 3 4 5 6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