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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151

설 연휴의 끝을 잡고 코로나19로 인해 올해는 전에 없던 방식으로 설 연휴를 보냈다. 설날 아침을 고향집이 아닌 우리집에서 네 식구끼리 맞이한 건 처음이었고, 아이들한테 세배를 받고 세뱃돈을 준 것도 처음이다. 항상 설날 아침이면 엄마가 끓여준 떡국을 먹었는데 올해는 내가 떡국을 끓였고(물론, 맛은 실패했지만) 부모님이 주관하시던 새해 첫 예배도 이번엔 내가 해야 했다(어찌할 줄 몰라 간단하게 기도로 대신했다). 연휴 전날 휴업을 내고 그 전날은 오후 반차를 냈기 때문에 나의 설 연휴는 남들보다 하루 반나절이 더 길었다. 오래 쉰만큼 내일 출근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골이 지끈거리고 맨 정신으론 잠을 못 잘 것 같아서 할 수 없이 있다가 저녁때 소주 한 잔 하고 잠을 청해야겠다(새해에도 변함없이 기-승-전-술). 연초에 시작.. 2021. 2. 14.
금연 열하루 째 담배를 입에 물지 않은지 열하루 째다. 매년 1월이면 으레 해오던(?) 일이라 '뭐, 얼마나 가겠어?' 하며 시작한 금연이 열흘을 넘기고 있다. 중요한 건, 금단현상도 없고 할만하다는 거다. 이러다가 정말 담배를 끊게 되는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들 정도다. 이참에 담배를 끊게 된다면 모든 공은 큰 딸에게 있다. 집에서 담배를 발견한 딸이 쓰레기통에 버리는 모습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고, 끊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으니 말이다. 2021년을 맞이한 지도 열흘이 되어가는데, 나이를 한 살 더 먹은 것과 담배를 피우지 않고 있는 것 빼고는 전과 달라진 게 없는 일상을 살고 있다. 표면적으론 그러한데 좀더 내면을 들여다보면, 미래에 대한 고민이 한층 더 커진 채 똬리를 틀고 있다. 대부분 사십 대의 고민일 것.. 2021. 1. 10.
크리스마스이브와 빨간 하이힐 1. 이십 년이 더 된 일이라 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 1997년 아니면 98년의 크리스마스이브였을 것이다. 나름 차려입는다고 차려입은 우리 셋은 대학로로 향했다. 대학로에서도 성대 앞의, 가격은 싸고 양은 많기로 소문난 술집을 찾았다. 약속이라도 한 듯 모든 테이블에는 저렴하지만 양은 푸짐한 감자튀김 세트가 놓여있었고, 사람들은 술잔을 부딪치며 시끄럽게 떠들어 댔다. 빨간 하이힐을 만난 게 이곳인지, 이곳을 나와 2차로 찾은 술집에서 인지는 헷갈리는데 확실한 건, 우리 셋은 입구 쪽에 위치한 자리에 앉아 있었고, 빨간 하이힐과 그녀의 일행은 우리를 등지고 안쪽 바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스툴 밑으로 보이는 새빨간 하이힐이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그렇다. 얼굴.. 2020. 12. 26.
짐 싸들고 처갓집으로 간 아내 어제 오후, 짐을 싸든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처갓집으로 갔다. 코로나19로 실내에서의 감금 생활이 길어지며 예민해진 나머지,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게 되고, 이런 감정들이 켜켜이 쌓여 폭발한 결과, 아내가 짐 싸들고 처갓집에 가겠다며 나간 거 아니냐, 며 흥분한 투로 물어본다면 그것은 전형적인 황색 저널리즘적 시각이며 사실은 아내가 오랜만에 장모님과 하룻밤 자고 오겠다며 간 것이라고 설명하겠다. 쉽게 말해, 일주일 동안 일이 많았던 나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주기 위한 아내의 배려인 것이다. 하지만 둘째가 집에 가겠다고 난리 피우면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 처갓집이라고 하니, 명절 연휴의 민족 대이동 행렬에 합류하여 몇 시간씩 운전해서 가야 하는 곳이라 생각할 수 있을 테지만, 우리 처갓.. 2020. 12. 20.
휴업과 육아 요즘 육아를 힘들게 하는 게 세 가지 있었으니, 그것은 코로나19와 미세 먼지, 한파다. 3대 천황이라 하겠다. 특히 코로나 재확산과 나쁜 미세 먼지 때문에 밖에도 못 나가고, 넘치는 에너지를 억누르고 있는 아이들을 볼 때면 미안하고 안타깝다. 12월에는 무려 6일의 휴업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집에서 네 식구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면서 가족 간의 정이 돈독해지고, 창문 너머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모습을 상상했다면, 그건 TV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다. 현실은 지옥이다. 치우고 돌아서면 '왜 날 정리하지 않느냐'며 따지듯 널브러져 있는 장난감들과 다시 마주하게 되는 마술 같은 일들은 대수로울 것 없는 일상이 되었고, (지금처럼) 내 방(이라 쓰고, 인형 창고라 읽.. 2020. 12. 14.
임창정과 짜장면 서울의 한 고층 쇼핑몰이었다. 우리 가족은 11층에 있는 넓은 라운지의 소파에 앉아 쉬고 있다. 그때 근처에 서서 이야기 나누는 한 남성이 눈에 들어왔는데, 다름 아닌 임창정이었다. 나는 반가운 나머지 '창정이 형!' 하고 소리쳤고, 소리를 따라 고개 돌린 창정 형은 "어? 네가 여기 웬일이야!" 하며 반갑게 다가왔다. 둘은 그간의 근황을 나눴고 나는 창정이 형에게 우리 가족을 소개했다. 그러자 "아이고~ 우리 이쁜 조카들, 많이 컸네. 가만 있어봐라, 삼촌이 용돈 줘야겠다."며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냈는데, 그건 마치 우리 큰 딸아이가 만들었을 법한, 색연필로 그림이 그려진 작은 봉투 두 개였다. "아니 형, 우리 애들 만날 줄 알고 미리 준비한 거야?" 라고 농을 치자, 형은 당황한 듯 얼굴.. 2020. 12. 8.
휴업과 긴축 재정 휴업이라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지난달과 이번 달 카드 요금이 많이 늘었다. 그렇다. 힘들다는 이야기다. 나름 매달 수입과 지출을 고려하며 현명하게 소비 생활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난달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첫 번째 이유로 들 수 있는 건 제주도 여행. 15년 근속 휴가와 이에 따라 지급되는 휴가비를 활용하여 다녀오면 문제없겠다 생각했는데, 10월에서 11월로 넘어오는 카드값을 감안하지 못한 게 불찰이었다. 운 좋게 특가 상품을 잡아서 네 식구가 십만 원 조금 넘는 돈으로 왕복 비행기를 해결해 쾌재를 불렀지만 몸통에 비하면 항공비는 잔가지에 불과했다. 또 하나는 (당사자들에겐 조금 미안하지만) 경조사다. 평시 상황에서는 경조사비로 나가는 돈이 큰 부담 없었는데, 긴축 재정에 돌입하고 나니 월급이.. 2020. 12. 6.
이제 괜찮지? 원래 계획대로면 지금 쓰는 글은 지난 제주 여행의 후일담이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의 심리 상태는 속 편하게 여행의 여운을 되새기고 있기엔 너무 흥분돼 있다. 이 흥분은 짜릿한 경험으로 아드레날린이 분비될 때 느껴지는 기분 좋은 흥분이 아니라, 짜증이 폭발하여 뒷목 잡으며 느끼는, 아주 기분 나쁜 흥분이다. 흥분을 삭힐 방법을 찾다가 어둠을 뚫고 나와 호암지를 크게 한 바퀴 돌았다. 마스크를 낀 채 잰걸음으로 돌았더니 호흡이 가빠왔고 그렇게 약 5Km를 걷고 나서야 조금은 평정심을 찾는 듯했다(덕분에 애플워치 3개의 링을 모두 완성했다). 오늘 겪은 속상했던 일을 배설하듯 쏟아 내고자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또 막상 공개된 블로그에 미주알고주알 적어가려니 마흔셋이라는 나이가 부끄러워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련.. 2020. 11. 23.
태평가 나는 지금 음악 감독과의 미팅을 위해 영동고속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데, 예상과 달리 길이 전혀 막히지 않아 다소 당황스러운 상태다. 얼마 전 회사 업무용 차량을 새 차로 바뀌서인지, 전과 달리 승차감이 좋았고, 운전하는 기사 동생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며 운전 중이다. 토요일 방송을 앞두고 음악 작업을 최종 마무리하러 가는 길이다. 이제 삼일 후면 지난 7개월 동안의 모든 과정이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아, 물론 골치 아픈 정산 작업이 기다리고 있지만 말이다). 방송을 내보내고 나면 쌓여 있는 휴가를 몰아 쓰며 지친 심신을 추스르고, 소홀했던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도 가지며, 앞으로의 계획도 세워 볼 요량이었는데, 야속하게도 아직 방송도 안 나갔는데 벌써부터 프로그램 합류 시기와 합류할 프로그.. 2020. 11. 4.
휴업과 이십 년 전 알바 의무 휴업이 4개월 차로 접어들면서 시간 활용의 요령이 생기고 독서와 사색이 습관화되어 세상의 이치를 알아가는 일상이 되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꾀죄죄한 몰골로 소파에 드러누워 전형적인 카우치 포테이토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평소에 잘 보지 않던 TV 프로그램들도 접하게 되는데 며칠 전 '나 혼자 산다' 손담비 편에서 어릴 적 살던 동네를 둘러보는 장면이 나왔다. 그녀는 한 웨딩홀 앞을 지나며 과거 이곳에서 예도 알바를 했었다고 했다. 그 말 한마디에 복학 후 시작했던 예식장 촬영 알바 때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과 선배 형의 소개로 장한평의 한 웨딩홀에서 촬영 알바를 시작했는데 수입이 나쁘지 않았다. 20년 전 일이라 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 예식은 3만 원, 고희와 환갑은 5만 원이었던 것 같.. 2020. 10. 29.
휴업과 넋두리 휴업 날은 출근을 해서는 안 된다. 물론 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법정 공휴일과 같은 개념이고 휴업 일자에 출근하면 안 된다는 조항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 단위 월 단위로 처리해야 할 일이 그대로인 현업자들에게 쉬는 날수가 늘어나는 것이 마냥 즐거운 일은 아니다. 특히 외부 사람과 일정을 잡을 때는 더욱 난감하다. 빨리 처리해야 하는 일이고 그들도 한가한 사람이 아닌지라, 휴업 일까지 빼 가면서 일정 조율을 하다 보면 자꾸만 일이 미뤄지게 된다. 그런 이유로 휴업 일임에도 회사에 나와 있다(물론 다른 날 대체 휴업을 할 것이고 그래야만 한다). 색보정 전문가는 함께 화면을 보며 내용 설명과 전체적인 분위기, 원하는 색감에 대한 이야기를 마친 후에야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셨다. 옆에 앉아서.. 2020. 10. 19.
휴업과 선물 "저녁 먹은 거 설거지하면 선물 줄게." 어제 저녁, 비염이 심해져 코를 휴지로 막고 소파에 드러누워 있던 아내가 말했다. "내가 언제 선물 줘야만 설거지했냐? 뭔데, 선물이?" "설거지나 하고 이야기해." 뭔진 모르겠지만 그깟 선물 따위 때문에 설거지를 한다는 건 자본의 노예로 전락하는 것과 다름 없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한 채 수세미로 접시를 문질렀다. 저녁을 간단하게 먹었더니 설거짓거리가 많지 않았다. 설거지를 마치고 '자, 이제 약속대로 선물을 내놔라'는 표정으로 아내를 응시하고 있자니, 이 사람이 밀땅을 시작했다. 선물 때문에 설거지를 한 게 아니니 주든 말든 상관없다는 쿨한 자세를 취하고 싶었지만, 이미 몸은 앙탈을 부리고 있었다. 결국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아이들 색칠놀이 할 것을 뽑아준 .. 2020. 10. 15.
휴업과 밀리터리 버거 롯데리아에서 밀리터리 버거가 나온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무릎을 탁 쳤다. 대한민국 보통의 남성들은 반드시 겪어야 하는 군대, 그리고 그곳에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무조건) 일주일에 한 번씩 먹어야 했던 군대리아... 맛을 떠나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버거가 나온다면 한 번쯤은 사 먹지 않을까? 한편에서는 남성 위주의 군대 문화이고, 지금도 변함없이 열악한 군대의 식문화를, 과거라는 이유로 낭만으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던데, 햄버거 가게의 (언제 단품 될지 모를) 신메뉴에 심오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진 않다. 생전 처음으로 11번가에서 밀리터리 버거 사전 구매 쿠폰을 샀다. 6,400원 하는 것을 4,300원에 살 수 있으니 30%가 넘는 할인 아닌가. 일찌감치 추석 전에 쿠폰 2장을 .. 2020. 10. 8.
휴업과 개나리 원룸 휴업으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집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는 새롭게 택지 개발해 지어진 곳인데, 아파트 단지 건너편에는 3층짜리 노란색 건물 3동이 있다. '개나리 원룸'이란 이름도 건물 색에서 따온 것이 분명하다. 사실 이곳은 충주로 내려온 후 두 번째로 터를 잡았던 곳이다. 정확한 평수는 모르는데, 10평이 안 되는 공간에 방 하나와 복도 겸 주방, 그리고 화장실이 딸린, 말 그대로 원룸이다. 외관은 허름해 보이지만, 내부는 깔끔했다(전에 쓰던 사람이 깨끗하게 써서 더 그랬다). 내 방에서 창문을 열면 바로 건국대학교 축산과 실습장이 보이는데, 말이 실습장이지 젖소들을 방목시키는 목초지다. 덕분에 가끔 비몽사몽 일어나 창문을 열 때면 대관령에 와 있는 착각에 .. 2020. 9. 18.
휴업과 아이맥 드디어, 결국,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finally... 아이맥이 도착했다. '허, 이 사람 보게. 휴업 때문에 돈 없다고 조선 팔도에 떠들고 다닐 때는 언제고, 300만 원을 육박하는 아이맥을 샀다고??!!' 하며 실망과 분노(?)를 표출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조금만 진정하시고 전후 과정의 이해를 위해 휴업 시리즈의 첫 번째 포스팅인 7월 3일 자 '휴업과 반지'의 내용을 보시기 바란다. 2020/07/03 - [일상다반사/2020년] - 휴업과 반지 그렇다. 나는 아이들 돌반지를 판 돈으로 아이맥을 산 것이다. 그렇다면 또다시, '아니, 자식들 코 묻은 돌반지를 팔아서 아빠 잇속 챙기니 아주 좋겠수다'며 비아냥거릴 수도 있겠는데, 아이맥은 단지 나 혼자 즐기고자 산 것이 아니고, 뭐랄까, 새로.. 2020. 9. 10.
[책] 휴업과 가을, 그리고 40일간의 남미 일주 더위가 극성을 부리던 7월에 휴업을 시작했는데, 어느덧 9월이고 세 개의 태풍이 지나고 나니 가을이 되었다. 가을은 마음의 준비할 시간도 없이 급하게 찾아왔는데,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데 채 이삼일이 걸리지 않았다. 봄가을이 점점 짧아지는 것을 감안하면, '아, 이제 정말 가을이구나' 싶을 때 즈음이면 금세 찬바람 부는 겨울과 바통 터치할 것이다. 지난여름을 돌아보면, '나의 2020년 여름은 청주새날학교다'라는 명제가 성립할 만큼 그 공간과 그 안의 사람들과 함께했다. 앞서도 많이 이야기했듯이, 지금은 그 여름의 추억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이게 쉽지 않다. 많은 것들을 함께 했고 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 때문에 '버리는 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집중하는 무언가가 생각처럼 잘 되지 않을 때면.. 2020. 9. 9.
휴업과 고장난 에어컨, 그리고 크라잉넛 나는 지금, 집에 있는 모든 선풍기를 틀어 놓은 채 이 글을 쓰고 있다. 유래 없는 52일간의 긴 장마 후 폭염특보가 내려진 상황에서 (젠장) 에어컨이 고장 났다. '옛날에는 선풍기 한 대로 긴 여름을 나지 않았던가' 하며 쿨하게 받아들이려 했는데, 나는 옛날 사람이 아니다,,, 특히 이번 주는 월, 화 연달아 휴업인지라 이틀을 집에 있어보니, 이제야 아내와 아이들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었다(회사는 에어컨이 빵빵하다). 이미 몇 번에 걸쳐 여러 명의 AS기사님들이 다녀갔으나, 희한하게도 이들이 올 때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 문제없이 작동되었고 어쩌다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럴 때면 '증상은 있으나 원인은 모르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답이 돌아왔다(정말 그랬다. 같은 증상의 다른 집도 배선 뜯고.. 2020. 8. 26.
휴업과 커피숍 나는 지금 커피 단월이라는 카페의 3층 창가에 앉아, 유유자적 흐르는 달천강과 유리창에 맺힌 빗방물을 번갈아 바라보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오늘 돌풍을 동반한 많은 비가 온다는 예보에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금세 비는 잦아들었고, 기상청은 (온 것도 없는데) 큰 비는 지난 것 같다며 전날의 예보를 부정했다. 월요일 휴업이 3주 차로 접어들면서, '(내가 몰랐을 뿐) 월요일은 원래 쉬는 날이었다'는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지난 15일, 처음으로 휴업이 적용되어 21% 삭감된 상여가 들어왔다. 막연한 예측과 추정이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이었고, 요란한 알람과 함께 고정 지출이 빠져나가고 나니, 이건 뭐 네 식구 고기 한 번 구워 먹을 돈도 남지 않았다(하지만 나에겐 3개의 .. 2020. 7. 20.
휴업과 빨간오뎅 매달 말이면 다음 달의 (5일에 대한) 휴업 일자를 제출해야 하는데, 업무 흐름상 지금처럼 매주 월요일에 휴업을 할 듯하다. 그렇다면 6개월이라는 긴 기간 동안 매주 규칙적으로 2박 3일을 쉬게 되는 것이다. 급여가 줄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렇더라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며, 허투루 보내는 일은 없어야 한다. 누구는 중장비 자격증을 딸 거라고 농반진반으로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결국 모두의 머릿속에는 이 시간의 활용에 대한 고민이 있는 것이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도 특별할 것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니다. 오히려 지난주에는 등산이라도 갔지만, 오늘은 비가 와서 그마저도 못하고 아내와 조조로 영화 '살아있다'를 보고 점심 먹고 들어온 게 전부.. 2020. 7. 13.
휴업과 등산 오늘은 월요일. 금요일부터 시작해 2박 3일의 음주가무(?)와 숙취에 비례하는 크기의 월요병과 싸워가며 힘차게 한 주를 시작했, 어야 하지만, 오늘 역시 나는 휴업이다. 4일째 놀고 있는 것이다. 최소한의 소비로 가성비 높은 즐거움을 추구하다 보니, 대부분의 일과를 집에서 보내게 된다. 어제도 노브랜드 피자와 치킨, 꼬치어묵으로 저녁 술상, 아니 밥상을 차렸다. 오늘은 아내와 충주 남산에 오르기로 했다. 나도 오랜만이지만, 아내에게 등산이란 '왜?'라는 의문사와 동격인 단어로서, 그 필요성과 이유를 전혀 못 느끼는 행위다. 같은 이유로 연애 포함 9년을 만나면서 산이라고는 제천 용두산에 다녀온 것이 전부인 그녀다. 그런 아내가 선뜻 등산에 동의한 것은, 아마도 요즘 주문처럼 입에 달고 사는 '살 빼야지'.. 2020. 7. 6.
휴업과 반지 오늘은 무급휴업의 첫날이다. 이미 기사화되어 많이들 알고 있겠지만, 7월부터 우리 회사는 무급휴업을 시행한다. 한 달의 근무일수 중 의무적으로 5일을 쉬고, 급여의 21%를 삭감하는 것이다. 회사의 재정상태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노사가 합의한 고육지책이다. 정부의 고용유지 지원정책 사업의 지원을 받아 한시적(6개월)으로 진행하는 것인데, 6개월 후에 다시금 원상 복귀될 수 있을지는 지금으로선 장담할 수 없다. 물건 살 때의 20% 할인은 그로 인한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듯했는데(싼 것만 사니 그럴 수밖에...), 월급의 20% 삭감은 군가 가사처럼 '천지가 진동하고 지각이 무너지는' 듯한, 가계를 뒤흔드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취업규칙 상 투잡 및 겸업이 불가능한 우리로서는 시쳇말로 '존버'하는.. 2020. 7. 3.
8개월만의 집들이 일부러 작정을 하고 그런 건 아니었지만 지난 주말, 이사한 지 8개월 만에 집들이를 했다. 핑계를 대자면, 지난해 9월 말에 이사하고 몇 번의 집들이를 했는데, 청주에서 근무하는 동료들과는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았고, 그렇게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8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러버렸다. 솔직히 말하면 이번 집들이는 내 의지로 성사됐다기보다는, 청주로 근무지를 옮긴 동기 녀석이 이번에 이사를 했는데, 우리가 집들이를 해야 본인 집들이도 할 것이 아니냐는, 피할 수 없는(피할 생각은 없었다) 논리를 들이댔고 그 후로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토요일 오후 4시 즈음, 초인종이 울리며 그들의 도착을 알렸다. 우리는 덕담을 주고받았고, 모름지기 집들이니 만큼 이곳저곳을 보여주며 공간에 대한 설명을 곁들였다. 그리곤 자연.. 2020. 6. 30.
관심과 행동 테라스가 있는 1층으로 이사 오면서 시작한 텃밭의 첫 수확물이 나왔다. 오이 하나와 고추 세 개. 개수는 얼마 안되지만 이것의 의미와 가치는 개수에 비할 바가 아니다. 성찬식을 집도하듯 경건한 마음으로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고 칼로 오이의 껍질을 벗긴다. 손놀림의 실수로 껍질과 함께 두꺼운 오이의 몸통이 함께 잘려나갈 때면, 안타까움에 외마디 비명이 새어 나왔다. 그렇게 저녁상(을 가장한 술상)이 완성되었다. 한주를 마감하는 금요일이면, 일주일간 고생한 나에게 소주 한 잔 건내고 싶어진다(는 말로 오늘의 음주를 정당화한다). 소주 한 잔과 아내의 동태탕은 환상의 궁합이었고, 국물 안주가 지겨워질 때 즈음에는 오이를 쌈장에 찍어 씹으면 아삭하고 시원한 식감이 술맛, 아니 입맛을 돋웠다. 또한 엄마가 준 모.. 2020. 6. 21.
시간 참... 나이 먹으면 아침잠이 없어진다고들 하는데, 요즘 내가 그렇다. 매일 아침 그런 것은 아니고, 아이들 재울 때 같이 잠든 다음날은 어김없이 새벽 4시 전후로 눈이 떠진다(10시 전에 잤으니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럴 때면 이불속 온기가 사라질세라, 더욱 이불 깊숙이 몸을 쑤셔 넣고 핸드폰을 만지며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잠들곤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렇게 흘려보내는 시간들이 너무 아깝게 느껴졌다. 특히, 주말이면 새벽 6시부터 3시간씩 자전거 라이딩을 한다는 회사 선배의 이야기는 더 큰 자극으로 다가왔고, 이 시간에 '(그것이 무엇이든) 뭔가를 해야겠다' 다짐을 하게 되었다. 이런 의지의 실천으로 지난 주말에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새벽 6시에 충주 남산에 올랐다. 평소 점심 먹고 나서 호암지를 한 바.. 2020.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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