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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지방종을 보내며...

by Kang.P 2022.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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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부터 토요일인 오늘까지 내 동선은, 안방 침대에서 주방의 식탁, 가끔 오가는 화장실로 한정되어 버렸다. 약 4년 가까이 내 몸속에서 함께 성장하며 희로애락뿐만 아니라 불편함과 이물감을 선사했던 지방종, 바로 그 지방종 제거 수술을 하고 요양 중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3달 동안은 몸에 무리를 주는 어떤 운동도 하지 말 것을 의사 선생님은 강조했는데, 그 덕분에 이런 호사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여보 미안~ 하지만 의사가 하는 말 같이 들었잖아~).

수술로 제거한 지방종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커서 사뭇 놀랐는데 놀람도 잠시, 지방종의 크기에 버금가는 후련함이 뒤따랐다. 4년을 이노무 지방종 때문에 맘고생한 걸 생각하면, 노화가 1.5배는 빨리 진행된 것 같다. 처음 서혜부에 작은 멍울이 잡혔을 때, 어느 병원에서는 자신 있게 탈장이라고 했고, 다른 병원에서는 림프종으로 의심된다고 했으며, 또 다른 병원에서는 지방종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하는 등 하나의 증상을 두고 의사마다 소견이 천차만별이었기에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결국은 초음파와 CT 촬영, 즉 돈을 들이고 나서야 지방종임을 확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때부터 병원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마침내 지난 2월, 지방종 수술 맛집(?)으로 알려진 수원의 '장미꽃과 나이팅게일 외과의원'을 찾아 진료를 보게 되었다. 6개월 후부터 수술 예약이 가능하다는 말에 그때까지 언제 기다리냐며 혀를 내둘렀는데, '어~' 하는 사이에 6개월이란 시간이 흘러, 이틀 전인 8월 11일에 수술을 받은 것이다.
 


이곳은 국소마취와 웜홀 방식의 수술로 유명했고 내가 이 병원을 선택한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다. 즉, 전신마취를 하지 않았고, 수술 부위도 최소화하여 회복이 빠르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수술 시간은 15분에서 2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지방종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커지기 마련인데, 6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많이 커진 것 같아 걱정이 많았다. 의사 선생님은 '조금 큰 편이지만 문제없다'는 말로 안심시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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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도의는 수술을 진행하는 동안 긴장을 풀어주려는 요량으로 이런저런 말을 걸어왔으나, 수술에 대한 두려움과 수술 부위의 민망함(서혜부는 사타구니 주변을 말한다) 때문에 성의 있고 재치 있는 답을 못한 게 지금도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혹시라도 운전 중에 마취가 풀릴까 두려워 아내와 함께 수원으로 향했다. 행인지 불행인지 충주 집에 도착할 때까지 마취는 풀리지 않았고, 저녁 6시가 넘어가자 조금씩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5일 치 약을 처방 받았는데, 약의 부작용 때문인지 약만 먹으면 잠이 밀려왔다. 하여 나는 밥 먹고, 약 먹고 잠들었다가 다시 일어나 밥 먹고, 약 먹고 잠드는 일상을 삼일 째 반복하고 있다.

약을 먹기 위해서 삼시 세끼를 꼭 챙겨 먹고 있다. 그것도 건강식으로 챙기다 보니, 비록 수술 부위가 불편하고 운동도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되려 몸은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또한 일에 대한 걱정 따위 덮어두고 사놓고도 못 읽고 있던 최민석 작가의 여행 에세이 '기차와 생맥주'를 꺼내 읽으며 마음의 위로도 받고 있으니, 뭐랄까 지방종 수술 덕에 호사를 누리는 기분이라고 할까.
 


수술 상처가 아물고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오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지만, 신경 쓰이던 지방종을 제거했다는 게 기쁘고, 새로운 동기부여가 된다. 불필요한 것, 있으면 안 되는 것을 떼어냄으로써 비로소 내 육신이 제자리를 찾은 기분이다. 이렇게 다시금 신체적 균형을 찾았으니, 이를 바탕으로 무언가 새로운 성취를 이루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시간을 두고 고민해 볼 부분이다.

수술과 함께 술과 담배를 멀리한 지도 어언... 4일 째(어메이징~!!).
겨우 4일인데 억겁의 시간을 보낸 듯하다. 술을 현실적인 사회생활 속에서 끊을 자신이 없지만, 담배는... 음... 담배는 이번을 계기로 다시 한번 금연에 도전해 볼 거다. 물론 과거 수많은 작심삼일의 모습 속에서 '또 저런다' 혀를 차며 믿는 이 거의 없겠지만, 지켜는 봐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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