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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자가격리 후유증

by Kang.P 2022.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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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758 (지천명까지 1758일 남음)

지난했던 7일간의 자가격리를 마치고 오늘 '첫'출근을 했다. 자가격리는 7일이지만 아내가 확진되면서부터 휴가를 냈으니 열흘만의 출근인 것이다. 한 달의 1/3을 쉰 셈이다.

아내는 월요일, 큰 딸은 화요일, 둘째와 나는 오늘부터 집밖을 나갈 수 있었다. 격리는 풀렸지만 완치라고는 할 수 없다. 정부에서도 자가격리 해제 전 따로 검사를 받지 않는다고 하고 다만 해제 후 3일 동안 주의할 것을 권고할 뿐이다.

정부의 권고를 받아들여 회사 셔틀을 타지 않고 자차로 (충주에서 청주로) 출근했다. 격리 해제는 됐지만 출근 후에도 편집실에서 격리 아닌 격리 생활을 해야 했다. 완치 판정을 받은 것이 아니다 보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루 종일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이 쓰였다. 화장실에 가거나 끽연을 위해 흡연실이라도 갈라 치면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먼저였다. 걱정해 주는 사람들의 마음은 고마웠지만 혹시라도 나로 인해 안 좋은 꼴을 당할지 모른다는 노파심에 뒷걸음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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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탓인지 마음이 좋지 않았다. 열흘 만에 출근한 심정은 100일 휴가 복귀한 이등병의 그것과 흡사했고 어제의 대통령 선거 결과도 한몫했을 테지만 무엇보다 사람들 속에서 고립된 듯한 느낌이 가장 컸다.

이방인.

누가 눈치 준 것도, 티를 낸 것도 아닌데 이방인이 된 듯한 느낌적인 느낌.

나이를 먹어도 이런 기분은 극복하기 쉽지 않다.
기분 나쁜 감정의 소용돌이 속으로 점점 빠져들 때 즈음, 행인지 불행인지 그동안 쌓여있던 일거리들이 '그나저나 너 나 어떡할 거야?' 하며 뒷덜미를 잡아 세웠다.

그렇다. 격리 기간 동안 하지 못한 많은 일들이 목 빠지게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물론 나 없는 동안 함께 프로그램하는 선배가 고생하며 많은 부분을 채워주었지만). 일에 집중하는 순간은 여러 상념들은 눈 녹듯 사라진다. 그 덕에 오늘 하루 잘 극복할 수 있었다. 이거 참 고마운 일이다.

 


자가격리 기간 동안 슬램덩크 24권을 다 읽는 게 목표였는데, 아직 두 권이 남았다. 오늘은 숙제하는 마음으로 나머지 두 권을 읽고 자야겠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자가격리인데 한편으론 덕분에 네 가족이 24시간을 함께 하며 추억(?)을 만드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래도 두 번은 싫다. 자가격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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