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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무너진 일상의 회복을 위한 노력

by Kang.P 2022.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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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747

어제(일요일)는 아침 잠의 유혹을 뿌리치고 일어나 오랜만에 호암지를 한 바퀴 돌았다. 코로나 확진과 자가격리 이후 일상의 루틴이 무너졌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3Km 이상 걷던 것도, 퇴근 후 어설프게나마 이루어졌던 홈트도, 잠깐이지만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을 두드리던 일상도 모두 사라졌다.

아침 일찍 호암지로 나선 것은 무너진 일상의 복구를 위한 나름의 노력이었다. 잔뜩 흐린 날씨였지만 그래서 더 새벽 느낌이 들어 좋았다. 어느새 생강나무는 노오란 꽃을 피우며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었고 이른 아침임에도 사람들의 복장은 한결 가벼웠다.

 


뛰다 걷다를 반복하며 적당히 맺히는 땀방울이 좋았고 서너 마리 오리들의 고즈넉한 유영은 가던 걸음을 멈추게 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평온함이다.

그렇게 호암지를 한 바퀴 돌고 오니 7시 반이 채 안된 시간. 어제 저녁 남겨둔 설거짓거리를 해 치우고 쌀을 씻어 식구들의 아침밥은 안쳤다. 오랜만에 아침 운동을 했더니 허기가 밀려왔고 간단하게 식빵에 계란을 입혀 토스트를 만들었다. 커피를 내려 토스트와 함께하는 호사를 누리려 했으나 커피 캡슐이 두 개 밖에 없었다. 캡슐은 커피 중독인 아내에게 양보하고 차선책으로 따끈한 차를 내려 토스트와 함께 했다.

혼자 식탁에 앉아 토스트와 차를 음미하는 이 순간이 참 좋았다. 아내와 아이들은 아직 꿈나라에 있고, 어질러진 주방을 정리한 후 거실 창밖 풍경을 보며 앉아있는 지금이 말이다. 내 아무리 크라잉넛을 좋아한다지만 이 순간만큼은 애써 외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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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면 모든 것이 감사하다. 네 가족이 모두 코로나에 확진되었지만 큰 아픔과 고통없이 지나간 것에 감사하고, 자가격리 때문에 입학식조차 참석 못했어도 친구들과 관계 형성하며 학교 생활에 적응하고 있는 큰 딸이 대견스럽고, 언니가 없는 어린이집에서 잘 생활하는 둘째도 고맙고,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방과 후 수업과 학원 일정을 짜느라 고생하는 아내의 노력과 현명함에도 감사할 따름이다.

생각해 보니 우리집에서는 나만 잘하면 된다. 나이 마흔다섯 먹고도 아직까지 질풍노도의 길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나만 잘하면 된다. 직장생활 17년 차이지만 신입사원의 어설픔과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만 잘하면 된다. 제대로 된 인생철학 없이 바람에 동서남북으로 흔들리는 갈대와 같은, 나만 잘하면 된다.

 

뭐, 그렇다고 나 자신을 비관하는 것은 아니다. 차근차근 하나하나 해나가면 된다. 이런 다짐과 소소한 실천들이 쌓여가면서 '나'라는 존재가 성장해 가는 것일 테다. 이번 한 주도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하며 라이터와 담배 한 개피를 꺼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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