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764일
지난 3월 1일의 PCR 검사 결과 아내가 확진 통보를 받았다.
아내는 바로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아빠 방이라 불리는 현관 앞의 방을 베이스캠프로 잡고 그 옆 화장실을 주 활동 무대로 삼았다. 끼니때뿐만 아니라 필요한 물건을 요청할 때면 방 문 앞에 놓고 노크를 하고는 자리를 떴다. 같은 집에서 같이 밥 먹고 함께 숨을 공유하며 사는데 누구는 확진이고 누구는 음성인 게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개인 면역력 등의 차이로 그럴 수 있다고 하니 그런 줄 알고 넘어가기로 했다.
혼자 방에 갇혀 생활하는 게 얼마나 힘들까 걱정을 했는데, 이런 마음을 읽었는지 다음 날 큰 딸이 확진 판정을 받으며 고독했던 1인 실이 2인 실로 바꿔었다.
코로나19 확진과 자가격리의 내용을 대수롭지 않게 글로 남길 수 있는 건, 아내는 가벼운 감기 증상이고 큰 딸은 특별한 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코로나 확진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니 감사할 따름이다.
코로나 확진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덕에 새로운 실험을 할 수 있었고 가능성도 보았다. 우리집 딸들은 (다른 집도 그렇겠지만, 유독) 엄마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지금까지 엄마 없이 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것을 가능하게 해 준 것이 확진으로 인한 엄마의 자가격리였다.
아쉽게도 큰 딸은 하루만에 엄마와 함께 격리되었지만 둘째 딸은 이틀 째 아빠와 단둘이 잘 자고 있다. 물론 같은 공간에 엄마가 있다는 사실이 주는 안정감이 큰 몫을 했겠지만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아내에 이어 큰 딸이 확진되었고, 어제 받은 PCR 검사 결과 나와 둘째도 확진이라고 오늘 통보를 받았다. 행인지 불행인지 다시 우리 가족은 4명이 같이 밥상머리에 앉을 수 있게 되었다.
오늘부터 일주일을 집안에서 4명이 지지고 볶을 텐데 벌써부터 기대가 앞선다. 잘 이겨내자, 우리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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