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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후배 결혼식에서의 단상

by Kang.P 2023.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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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연 D+151
※ 지천명 D-1,454

요즘 미세먼지가 심상치 않다. 어제는 올겨울 최악의 미세먼지라는 소식이 뉴스를 도배했고 그에 따른 비상저감조치도 실행됐다.

이런 최악의 미세먼지에는 집에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지만 어제는 어쩔 수 없이 집밖을 나서야 했다. 후배의 결혼식 때문이었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날에, 지금은 퇴직하신 국장님의 딸 결혼식도 있었다.

두 결혼식은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있었으니,,, 그렇다. 이 둘이 결혼하는 것이다(사람의 인연이란 그런 거다).

오랜만에 뵙는 국장님과 사모님은 다소 상기된 듯 보였다. 장녀가 결혼한다는 사실 때문인지, 많은 하객들을 응대하느라 정신이 없어서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기분이 좋으신 것만큼은 확실했다.

엄마를 꼭 닮은 신부는 신부대기실에서 하객들과 사진 찍느라 바빴고, 신랑인 후배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악수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예식홀은 넓고 천고도 높았다. 호텔 결혼식에 와 있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사실은 청주 외각의 예식장이다). 예식장에 와 본 것도 오랜만이지만 양가 부모님이 함께 손을 잡고 입장하는 모습도 이색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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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신랑 부모님이 손잡고 버진로드로 입장했고 이어 신부의 부모님도 같은 방식으로 무대로 향했다. 그리곤 하객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고 어머님들은 화촉에 불을 붙였다. 양가 부모님이 자리에 앉고 나서야 신랑 신부가 함께 입장했는데 이 과정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사실 나는 제대 후 복학하면서부터 웨딩촬영 알바를 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형식의 예식을 접했는데 이번처럼 양가 부모님이 함께 입장하는 모습은 처음이었고 새로웠다.

사람들의 축하 속에 수줍게 팔짱 끼고 '신랑 신부 행진'을 했던 그 버진로드를 35년만에 다시금 오르는 기분은 어떨까. 그때 입었던 화려한 드레스는 단아한 한복으로 바뀌었고 숱 많던 장발의 머리는 어느덧 색이 바래고 풍성함도 사라졌다.

보통 부모는 자식이 결혼하는 모습을 보며 '언제 저렇게 컸나'를 생각할 텐데, 배우자와 함께 버진로드를 걸음으로써 '삼십 여 년 전 결혼했던 그 시절의 우리'가 먼저 떠오르지 않았을까? 그렇게 신랑 신부뿐만 아니라 그들을 있게 한 부모 역시 결혼식의 주인공이 된다.

뭔가 찡했다.
그리고 주책맞게도 이제 겨우 아홉 살이 된 큰 딸이 결혼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 때의 나와 아내는 어떤 모습으로 늙어 있을까.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오늘 아내와 극장에서 본 슬램덩크. 와 이거 진짜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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