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끔 독서

[책] 인생 (위화)

by Kang.P 2022. 4. 1.
728x90

책 '인생'은 '허삼관 매혈기' 이후 두 번째로 접한 위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빌린 책을 반납하고 '또 뭘 읽지?' 고민하며 호암도서관의 작은 서고를 훑던 중 눈에 들어왔다. 언젠가 크라잉넛의 캡틴락 형님이 SNS에서 '인생'을 추천했던 글도 생각나 덥석 잡아 뽑았다.

'인생'은 푸구이라는 노인이 소를 끌며 밭일을 하다가 중간중간 쉬면서 나(화자)에게 들려주는 그의 인생 이야기이다. 부유한 지주의 외아들이었던 푸구이는 젊은 시절 도박으로 전재산을 탕진하고 농사꾼으로 전락하게 되는데, 중국 근현대사의 큰 흐름 속에서 운명처럼 흘러가는 한 남자의 기구한 삶을 그려간다.

 


위화 작가의 '허삼관 매혈기' 역시 가족을 위해 피를 팔아야만 했던 허삼관의 모습을 통해 당시 민중의 어려운 삶을 그렸지만 작가 특유의 유머와 해학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데 반해, '인생'은 푸구이 노인의 삶과 그의 감정에 충실했다. 그 내용이 안타깝다 못해 때로는 불편했으며 그 때문에 책을 읽는 동안 접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감정을 추스러야 했다(나이를 먹으니 감정이입이 심하다).

역사적 격변의 한복판에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흘러가는 푸구이 노인의 인생은 힘없는 민중의 모습을 대변하며 새옹지마와 전화위복의 인생사를 보여줬다. 푸구이의 모습에 우리네 부모님의 삶이 겹쳤고, 많이 살지는 않았지만 일정 부분 내 모습도 투영되었다.

반응형

서문에서 작가 위화는 개인과 운명의 우정을 이야기했다.

'이것은 가장 감동적인 우정이다. 왜냐하면 그 둘이 서로 감사하면서도, 동시에 서로 증오하기 때문이다. 사람과 그의 운명은 서로 상대방을 포기할 방법이 없고, 서로 원망할 이유도 없다.'

그러면서 사람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가지, 그 이외의 어떤 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얼핏 들으면 허무주의적이고 수동적 인생관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작가는 운명의 장난과도 같은, 원망스럽고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닥쳐와도 결국은 살아나가는 게 인생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다소 무거운 마음으로 책을 덮었지만 결국 인생이란 건 운명을 개척하고 때론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이고, 어쩌면 운명(이라고 느꼈던 것)을 개척했다면 그 또한 운명인 게 아닐까.

인생의 황혼에 지나온 삶의 궤적을 돌아볼 때, 수많은 선택의 파생물들이 결국 '운명'이라는 단어로 치환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지금에 대한 태도와 갈림길에서의 결정들이 운명의 시드 머니다.

따라서 나는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고 선택의 상황에서 결정한 것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오늘 저녁은 곱도리탕에 소맥이다...

반응형

'가끔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아무튼, 산  (4) 2023.05.17
[책] 작은 거인 김수철의 음악 이야기  (0) 2023.03.10
[책] 관종의 조건  (0) 2021.08.31
[책] 다만 잘 지내는 법도 있다는  (0) 2021.07.17
[책] 어린이라는 세계  (0) 2021.06.2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