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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턱걸이와 한의원

by Kang.P 2022.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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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연 D+106
※ 지천명 D-1,499

회사 근처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고 왔다. 지금도 부항을 뜬 왼쪽 어깨가 욱신거린다. 성인이 되고 처음으로 한의원 진료를 받는 것이라 모든 것이 낯설었다.

특히 '어디가 아파서 왔냐'는 질문 하나 없이 다짜고짜 맥부터 짚고는 나의 몸상태에 대해 설명하는 한의사 선생님의 (돌발?) 행동에 적잖이 놀랐고, 그 내용에 틀림이 없음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용한 점집에 앉아 있는 줄 알았다.

이곳에 온 연유는 이렇다.

대부분 금연자가 그렇듯 담배를 끊고 나니 몸무게가 3~4Kg 정도 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잡다한 군것질을 하지는 않았지만 밥 먹는 양이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금연으로 인한 헛헛함을 탄수화물로 보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체중도 줄이고 근육도 키울 요량으로 턱걸이 기구를 사서 테라스에 설치했고 정자세로 턱걸이 한 번을 못하는 내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그때부터 턱걸이를 하기 위한 운동을 시작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5분에서 10분씩 팔과 어깨 운동을 꾸준히 했다. 그러다 보니 상체에 굴곡이 생기기 시작했고 어깨 역시 넓어진 듯했다. 뿌듯했다. 한 번을 못하던 턱걸이는 중간 강도의 풀업밴드를 활용하면 다섯 번까지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다가 욕심이 난 나머지 지난 주말에 무리를 했고 그 다음 날부터 왼쪽 어깨가 평소 같지 않았다. 휴식을 취하면 낫겠거니 했는데 하루하루 지날수록 통증 없이 팔을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적어졌다.

결국 오늘, 한의원까지 가게 된 것이다. 건강하자고 한 운동 덕에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있는 웃지 못할 상황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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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유불급이란 말이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걸 게다. 뭐든 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 그래서 적절한 시기나 양을 아는 게 중요한데, 어리석은 나머지 항상 넘치거나 많이 모자라는 상태에 머물기 일쑤다.

비단 운동에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일을 할 때도, 사람과 관계에서도, 가정생활에서도 적절한 노력과 적당한 관계, 시기를 알기란 쉽지 않다. 특히 요즘은 적절한 관계에 대한 생각이 많다.

과도한 턱걸이 시도로 인해 왼쪽 어깨가 불편해진 것처럼, 관계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오히려 그것을 그르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본다. 반대로 지나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본심과 달리, 뒷걸음질치며 아쉬워하고 있는 관계는 없는지도 말이다.

글과는 상관없지만, 금연 100일의 기록~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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