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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업13

휴업과 긴축 재정 휴업이라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지난달과 이번 달 카드 요금이 많이 늘었다. 그렇다. 힘들다는 이야기다. 나름 매달 수입과 지출을 고려하며 현명하게 소비 생활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난달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첫 번째 이유로 들 수 있는 건 제주도 여행. 15년 근속 휴가와 이에 따라 지급되는 휴가비를 활용하여 다녀오면 문제없겠다 생각했는데, 10월에서 11월로 넘어오는 카드값을 감안하지 못한 게 불찰이었다. 운 좋게 특가 상품을 잡아서 네 식구가 십만 원 조금 넘는 돈으로 왕복 비행기를 해결해 쾌재를 불렀지만 몸통에 비하면 항공비는 잔가지에 불과했다. 또 하나는 (당사자들에겐 조금 미안하지만) 경조사다. 평시 상황에서는 경조사비로 나가는 돈이 큰 부담 없었는데, 긴축 재정에 돌입하고 나니 월급이.. 2020. 12. 6.
휴업과 12,000원짜리 짜장면 약 7개월 간 준비한 다큐 '새날의 아이들'은 지난 11월 7일 저녁 8시 50분에 전파를 탔고, 나는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반년 넘는 기간 동안 고생한 결과물이 너무 쉽게 일회성으로 휘발되는 것 같아 아쉽지만, '방송이라는 게 원래 그런 것이 아니던가' 생각하며 마음을 추스르고 있다. 그런 중에도 어김없이 한 달 중 5일의 휴업은 지켜야 했다. 지난 '13일의 금요일'에는 이 휴업을 통해 오랜만에 반가운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대학 시절의 사람들인데, 이날 함께 한 형은 수시로 연락하고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데 반해, 두 명의 후배들은 결혼식 후 처음 보는 것이니, 대략 6년 만에 대면하는 것이었다. 2001년에 제대하고 그 후년에 3학년으로 복학했을 당시, 이들은 같은 학년에 .. 2020. 11. 15.
휴업과 이십 년 전 알바 의무 휴업이 4개월 차로 접어들면서 시간 활용의 요령이 생기고 독서와 사색이 습관화되어 세상의 이치를 알아가는 일상이 되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꾀죄죄한 몰골로 소파에 드러누워 전형적인 카우치 포테이토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평소에 잘 보지 않던 TV 프로그램들도 접하게 되는데 며칠 전 '나 혼자 산다' 손담비 편에서 어릴 적 살던 동네를 둘러보는 장면이 나왔다. 그녀는 한 웨딩홀 앞을 지나며 과거 이곳에서 예도 알바를 했었다고 했다. 그 말 한마디에 복학 후 시작했던 예식장 촬영 알바 때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과 선배 형의 소개로 장한평의 한 웨딩홀에서 촬영 알바를 시작했는데 수입이 나쁘지 않았다. 20년 전 일이라 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 예식은 3만 원, 고희와 환갑은 5만 원이었던 것 같.. 2020. 10. 29.
휴업과 넋두리 휴업 날은 출근을 해서는 안 된다. 물론 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법정 공휴일과 같은 개념이고 휴업 일자에 출근하면 안 된다는 조항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 단위 월 단위로 처리해야 할 일이 그대로인 현업자들에게 쉬는 날수가 늘어나는 것이 마냥 즐거운 일은 아니다. 특히 외부 사람과 일정을 잡을 때는 더욱 난감하다. 빨리 처리해야 하는 일이고 그들도 한가한 사람이 아닌지라, 휴업 일까지 빼 가면서 일정 조율을 하다 보면 자꾸만 일이 미뤄지게 된다. 그런 이유로 휴업 일임에도 회사에 나와 있다(물론 다른 날 대체 휴업을 할 것이고 그래야만 한다). 색보정 전문가는 함께 화면을 보며 내용 설명과 전체적인 분위기, 원하는 색감에 대한 이야기를 마친 후에야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셨다. 옆에 앉아서.. 2020. 10. 19.
휴업과 선물 "저녁 먹은 거 설거지하면 선물 줄게." 어제 저녁, 비염이 심해져 코를 휴지로 막고 소파에 드러누워 있던 아내가 말했다. "내가 언제 선물 줘야만 설거지했냐? 뭔데, 선물이?" "설거지나 하고 이야기해." 뭔진 모르겠지만 그깟 선물 따위 때문에 설거지를 한다는 건 자본의 노예로 전락하는 것과 다름 없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한 채 수세미로 접시를 문질렀다. 저녁을 간단하게 먹었더니 설거짓거리가 많지 않았다. 설거지를 마치고 '자, 이제 약속대로 선물을 내놔라'는 표정으로 아내를 응시하고 있자니, 이 사람이 밀땅을 시작했다. 선물 때문에 설거지를 한 게 아니니 주든 말든 상관없다는 쿨한 자세를 취하고 싶었지만, 이미 몸은 앙탈을 부리고 있었다. 결국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아이들 색칠놀이 할 것을 뽑아준 .. 2020. 10. 15.
휴업과 밀리터리 버거 롯데리아에서 밀리터리 버거가 나온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무릎을 탁 쳤다. 대한민국 보통의 남성들은 반드시 겪어야 하는 군대, 그리고 그곳에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무조건) 일주일에 한 번씩 먹어야 했던 군대리아... 맛을 떠나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버거가 나온다면 한 번쯤은 사 먹지 않을까? 한편에서는 남성 위주의 군대 문화이고, 지금도 변함없이 열악한 군대의 식문화를, 과거라는 이유로 낭만으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던데, 햄버거 가게의 (언제 단품 될지 모를) 신메뉴에 심오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진 않다. 생전 처음으로 11번가에서 밀리터리 버거 사전 구매 쿠폰을 샀다. 6,400원 하는 것을 4,300원에 살 수 있으니 30%가 넘는 할인 아닌가. 일찌감치 추석 전에 쿠폰 2장을 .. 2020. 10. 8.
휴업과 개나리 원룸 휴업으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집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는 새롭게 택지 개발해 지어진 곳인데, 아파트 단지 건너편에는 3층짜리 노란색 건물 3동이 있다. '개나리 원룸'이란 이름도 건물 색에서 따온 것이 분명하다. 사실 이곳은 충주로 내려온 후 두 번째로 터를 잡았던 곳이다. 정확한 평수는 모르는데, 10평이 안 되는 공간에 방 하나와 복도 겸 주방, 그리고 화장실이 딸린, 말 그대로 원룸이다. 외관은 허름해 보이지만, 내부는 깔끔했다(전에 쓰던 사람이 깨끗하게 써서 더 그랬다). 내 방에서 창문을 열면 바로 건국대학교 축산과 실습장이 보이는데, 말이 실습장이지 젖소들을 방목시키는 목초지다. 덕분에 가끔 비몽사몽 일어나 창문을 열 때면 대관령에 와 있는 착각에 .. 2020. 9. 18.
휴업과 아이맥 드디어, 결국,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finally... 아이맥이 도착했다. '허, 이 사람 보게. 휴업 때문에 돈 없다고 조선 팔도에 떠들고 다닐 때는 언제고, 300만 원을 육박하는 아이맥을 샀다고??!!' 하며 실망과 분노(?)를 표출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조금만 진정하시고 전후 과정의 이해를 위해 휴업 시리즈의 첫 번째 포스팅인 7월 3일 자 '휴업과 반지'의 내용을 보시기 바란다. 2020/07/03 - [일상다반사/2020년] - 휴업과 반지 그렇다. 나는 아이들 돌반지를 판 돈으로 아이맥을 산 것이다. 그렇다면 또다시, '아니, 자식들 코 묻은 돌반지를 팔아서 아빠 잇속 챙기니 아주 좋겠수다'며 비아냥거릴 수도 있겠는데, 아이맥은 단지 나 혼자 즐기고자 산 것이 아니고, 뭐랄까, 새로.. 2020. 9. 10.
[책] 휴업과 가을, 그리고 40일간의 남미 일주 더위가 극성을 부리던 7월에 휴업을 시작했는데, 어느덧 9월이고 세 개의 태풍이 지나고 나니 가을이 되었다. 가을은 마음의 준비할 시간도 없이 급하게 찾아왔는데,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데 채 이삼일이 걸리지 않았다. 봄가을이 점점 짧아지는 것을 감안하면, '아, 이제 정말 가을이구나' 싶을 때 즈음이면 금세 찬바람 부는 겨울과 바통 터치할 것이다. 지난여름을 돌아보면, '나의 2020년 여름은 청주새날학교다'라는 명제가 성립할 만큼 그 공간과 그 안의 사람들과 함께했다. 앞서도 많이 이야기했듯이, 지금은 그 여름의 추억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이게 쉽지 않다. 많은 것들을 함께 했고 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 때문에 '버리는 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집중하는 무언가가 생각처럼 잘 되지 않을 때면.. 2020. 9. 9.
휴업과 고장난 에어컨, 그리고 크라잉넛 나는 지금, 집에 있는 모든 선풍기를 틀어 놓은 채 이 글을 쓰고 있다. 유래 없는 52일간의 긴 장마 후 폭염특보가 내려진 상황에서 (젠장) 에어컨이 고장 났다. '옛날에는 선풍기 한 대로 긴 여름을 나지 않았던가' 하며 쿨하게 받아들이려 했는데, 나는 옛날 사람이 아니다,,, 특히 이번 주는 월, 화 연달아 휴업인지라 이틀을 집에 있어보니, 이제야 아내와 아이들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었다(회사는 에어컨이 빵빵하다). 이미 몇 번에 걸쳐 여러 명의 AS기사님들이 다녀갔으나, 희한하게도 이들이 올 때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 문제없이 작동되었고 어쩌다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럴 때면 '증상은 있으나 원인은 모르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답이 돌아왔다(정말 그랬다. 같은 증상의 다른 집도 배선 뜯고.. 2020. 8. 26.
휴업과 커피숍 나는 지금 커피 단월이라는 카페의 3층 창가에 앉아, 유유자적 흐르는 달천강과 유리창에 맺힌 빗방물을 번갈아 바라보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오늘 돌풍을 동반한 많은 비가 온다는 예보에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금세 비는 잦아들었고, 기상청은 (온 것도 없는데) 큰 비는 지난 것 같다며 전날의 예보를 부정했다. 월요일 휴업이 3주 차로 접어들면서, '(내가 몰랐을 뿐) 월요일은 원래 쉬는 날이었다'는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지난 15일, 처음으로 휴업이 적용되어 21% 삭감된 상여가 들어왔다. 막연한 예측과 추정이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이었고, 요란한 알람과 함께 고정 지출이 빠져나가고 나니, 이건 뭐 네 식구 고기 한 번 구워 먹을 돈도 남지 않았다(하지만 나에겐 3개의 .. 2020. 7. 20.
휴업과 빨간오뎅 매달 말이면 다음 달의 (5일에 대한) 휴업 일자를 제출해야 하는데, 업무 흐름상 지금처럼 매주 월요일에 휴업을 할 듯하다. 그렇다면 6개월이라는 긴 기간 동안 매주 규칙적으로 2박 3일을 쉬게 되는 것이다. 급여가 줄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렇더라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며, 허투루 보내는 일은 없어야 한다. 누구는 중장비 자격증을 딸 거라고 농반진반으로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결국 모두의 머릿속에는 이 시간의 활용에 대한 고민이 있는 것이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도 특별할 것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니다. 오히려 지난주에는 등산이라도 갔지만, 오늘은 비가 와서 그마저도 못하고 아내와 조조로 영화 '살아있다'를 보고 점심 먹고 들어온 게 전부.. 2020. 7. 13.
휴업과 등산 오늘은 월요일. 금요일부터 시작해 2박 3일의 음주가무(?)와 숙취에 비례하는 크기의 월요병과 싸워가며 힘차게 한 주를 시작했, 어야 하지만, 오늘 역시 나는 휴업이다. 4일째 놀고 있는 것이다. 최소한의 소비로 가성비 높은 즐거움을 추구하다 보니, 대부분의 일과를 집에서 보내게 된다. 어제도 노브랜드 피자와 치킨, 꼬치어묵으로 저녁 술상, 아니 밥상을 차렸다. 오늘은 아내와 충주 남산에 오르기로 했다. 나도 오랜만이지만, 아내에게 등산이란 '왜?'라는 의문사와 동격인 단어로서, 그 필요성과 이유를 전혀 못 느끼는 행위다. 같은 이유로 연애 포함 9년을 만나면서 산이라고는 제천 용두산에 다녀온 것이 전부인 그녀다. 그런 아내가 선뜻 등산에 동의한 것은, 아마도 요즘 주문처럼 입에 달고 사는 '살 빼야지'.. 2020.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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