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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휴업과 커피숍

by Kang.P 2020.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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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커피 단월이라는 카페의 3층 창가에 앉아, 유유자적 흐르는 달천강과 유리창에 맺힌 빗방물을 번갈아 바라보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오늘 돌풍을 동반한 많은 비가 온다는 예보에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금세 비는 잦아들었고, 기상청은 (온 것도 없는데) 큰 비는 지난 것 같다며 전날의 예보를 부정했다.

 

 

 

월요일 휴업이 3주 차로 접어들면서, '(내가 몰랐을 뿐) 월요일은 원래 쉬는 날이었다'는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지난 15일, 처음으로 휴업이 적용되어 21% 삭감된 상여가 들어왔다. 막연한 예측과 추정이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이었고, 요란한 알람과 함께 고정 지출이 빠져나가고 나니, 이건 뭐 네 식구 고기 한 번 구워 먹을 돈도 남지 않았다(하지만 나에겐 3개의 신용카드가 있다). 누차 이야기하지만, 이것은 현실이고 극복해야 할 과제다.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 3일을 쉬지만, 아이들이 등원하는 월요일이 ‘실질적으로' 쉰다고 할 수 있는 날이다. 그래서 월요일에는 아내와 주로 외출을 한다. 첫주에는 등산을 했었고, 둘째 주에는 영화를 봤고, 오늘은 경치 좋은 커피숍에서 독서를 하며 망중한을 보내고 있다.

 

 

 

망중한이라는 표현에서 여유가 느껴질 수도 있는데, 좀더 솔직하게 말하면, 동선이 많아질수록 그만큼 소비도 늘기에(어디든 그 장소를 사용하려면 소비를 해야 권리가 생긴다) 아이들 하원 시킬 때까지 한 곳에서 시간을 보내며 돈과 냉방비, (화장실 사용 등으로 인한) 수도세 등을 절약할 요량인 것이다.

휴업하고 있는 월요일을 단순하게 ‘쉬는 날’로 여기지 않으려고 노력중이다. 월요일마다 뭐든 블로그에 남기려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기타를 꺼내 굳어버린 손가락을 다시 움직이고, 매일 영어와 중국어 한 문장씩을 외우고, 자전거나 달리기로 3Km 이상의 유산소 운동을 하고, 술을 멀리하고 ABC주스로 혈관 지방을 관리하며, 무엇보다 딸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친구의 모습은 큰 자극으로 다가온다.

문득, 군대 시절이 떠오른다. 철저하게 통제된 생활임에도, 오히려 더 치열하게 시간 쪼개가며 공부하고, 매 순간에 충실하고자 노력했고, 그에 따른 성과도 이뤘던 그 시절이 말이다.

 

마흔 셋, 지금의 나에게 절실한 자세다.

 

 

 

여담이지만, (내가 만들어서 하는 말은 아니지만) 엊그제의 크림 파스타는 정말 맛있었다(외식을 줄이고 집에서 해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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