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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260

충주 대미산 악어봉 "산 가자." 대학 선배와 동기, 이 둘을 단톡방에 불러 놓곤 첫마디가 '산 가자'였다. 그동안 등산이 많이 그리웠다. 그래서 이곳저곳 단톡방에 등산을 권유했으나 다들 말뿐 진지하게 갈 생각은 없는 듯했다. 그래서 대학 시절 함께 열심히 산에 다니던 둘을 소환한 것이다. 선배는 내가 대학 새내기 때인 97년도에 등산 소모임 대장을 맡고 있었던 한 학번 위의 형이고 동기는 그 이듬해에 대장을 맡은 친구이다. 당시는 정말 치열하게 산에 다녔다. 매년 여름이면 4박 5일 코스로 지리산을 종주했고, 겨울에는 설악산과 태백산에서 상고대를 즐겼다. 98년 여름에는 대장인 동기 녀석과 함께 싸구려 중국산 자전거를 타고 보름 넘게 전국일주를 했다(제주도 일주 포함).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데 이 모든 일련의 행위들이 2.. 2022. 1. 24.
궁즉통 2022년을 맞이하며 여러 다짐을 하고 집안과 마음가짐도 정리하며 새로운 한 해를 준비했다. 블로그와 유튜브 채널 이름을 바꾼 것도 그 일환이다. ‘두 딸 아빠의 일상다반사’, ‘두 딸 아빠의 영상 저장소’라는 이름으로 운영하던 것을 ‘궁즉통’으로 통일했다. 행인지 불행인지 구독자가 없으니(블로그는 두 명, 아니 두 분) 갑자기 이름을 바꿔버려서 사람들이 헷갈려하면 어쩌나 우려할 필요가 없어서 좋다. 궁즉통이란 궁즉변 변즉통의 줄임말이다. 이는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한다는 뜻이다. 지식백과에는 궁즉통이 ‘최선을 다하여 변화를 얻고 그 변화를 통해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쓰여있는데 이렇게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고, 다만 궁하면 즉 절실하면 방법을 찾게 된다, 찾을 수 있다 정도로.. 2022. 1. 4.
마흔다섯 살 5시간 전 5시간 후면 내 나이 마흔다섯이 된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앞자리가 4로 바뀐 후부터는 한 살 더 먹는 것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게 되었다. 다만 그렇더라도 1년 동안 무엇을 하고 살았으며 다시 시작하는 1년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정리와 기록은 필요할 듯하다. 딱 1년 전 오늘 다짐했던 금연은 3개월 만에 보기 좋게 실패했고 나는 또다시 디데이 앱에 '금연'이라 적고 시작일을 2021년 12월 31일로 고쳐 썼다. 2월, 4월, 5월은 애플워치의 월별 도전을 성취하지 못했으며 홀로 다짐했던 글쓰기 역시 하반기로 들면서 양과 질 모든 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기타를 좀 더 심도 있게 연주하고 싶었는데 이 또한 말잔치로 끝나 버렸고 외국어 공부도 흐지부지 해졌다. 그럼에도 올 한 해의 성과라 할.. 2021. 12. 31.
술꾼도시여자들과 조훈성 ‘술꾼도시여자들’이란 드라마를 알게 된 건 회사 선배가 보내온 사진 한 장을 통해서다. 사진 속 좌측 상단에는 술꾼도시여자들이라는 드라마 제목이 쓰여 있었고 방송국 부조로 보이는 공간에 놀란 표정의 최시원과 그 옆에 앉아서 파안대소를 하고 있는 이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훈성이 형이었다. 훈성이 형을 다시 TV에서 보다니!!! 아, 이해를 돕기 위해 훈성이 형의 소개가 필요하겠다. 이름 조훈성. MBC 공채 개그맨 출신(컬트삼총사와 동기)으로 내가 입사했을 당시 '투어! 대한민국'이라는 네트워크 프로그램의 충주 전속 리포터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 후 새롭게 시작하는 프로그램에 형이 MC로 합류하여 함께 일했었는데, 그것도 언 10년은 된 것 같다. 함께 하던 프로그램이 사라지고, 형 또한 활동 영역이 방송.. 2021. 12. 19.
혈압약을 시작하다 한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 혈압약을 어제 처음으로 목구멍으로 넘겼다. 혈압약을 처음 먹을 땐 저혈압 증상이 나타나 어지러울 수 있다고 하는데, 정말 저혈압 때문인지 아니면 의사의 말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약을 먹고 얼마 안돼 핑 도는 느낌과 함께 어지러운 듯해서 일찍 잠을 청했다. 많이들 먹는다곤 하지만 개인의 인생사에서 보면 참으로 슬픈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이미 30대 초반부터 혈압을 재면 정상 혈압보다 높게 나왔다. 그럴 때면 '아직 젊은데 뭐', 혹은 '운동 열심히 해서 떨어뜨려야지' 류의 생각을 하며 운동과 식단 조절의 의지를 불태웠으나 이 또한 작심삼일로 끝나기 일쑤였다. 내 나이 어언 마흔넷. '올해부터는 의사 선생님이 혈압약을 먹어야 한다고 하면 군소리 말고.. 2021. 11. 20.
스타렉스에서의 상념 일하는 방을 바꿨다. 청주로 첫 출근하던 날, 내 의사와 상관없이 충주에서 쓰던 장비가 특정 공간에 놓여있어서 자연스럽게 내 방이 되어버렸는데 유일하게 그 방만 복도를 끼고 있다. 공간은 넓으나 창문 역시 넓은 덕에 복도를 오가는 사람들이 신경 쓰여 당췌 집중을 할 수 없는 구조다. 블라인드를 설치할 거라며 치수를 재 갔긴 한데, 언제 설치해 준다는 말은 없었다. 편집기 용량이 부족하다는 핑계(라고 하기엔 실제로 자료를 넣을 공간이 없었다)로 안쪽에 새로 구입한 장비가 있는 자리로 옮겼다.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건 좋지만 장비가 너무 버벅거린다. 후배의 표현을 빌리면, 최고급 스포츠카로 요철이 난무한 어린이 보호구역만 시속 30km로 달리는 꼴인 거다. 당분간은 이렇게 사용할 수밖에 없을 듯하.. 2021. 10. 18.
충주행 시외버스 막차 청주로 출근한 지 3주만에 처음으로 시외버스를 타고 충주로 향한다. 운좋게도 그동안 일이 늦게 끝나 회사에서 제공하는 셔틀을 못 타는 날이면 누군가의 차를 얻어타고 충주로 오거나 역까지 태워다 줘서 기차를 이용했었다. 기차가 시간도 덜 걸리고 운치도 있어 좋은데, 청주역이 너무 외진 곳에 있어서 역까지 이동하는데 시간과 돈이 더 든다. 때때로 이렇게 버스를 이용해야 할텐데 1시간 반의 이동 시간을 활용할 방법을 찾는 게 급선무다(이 글 역시 그 일환이다). 사실 어제도 충주로 넘어가지 못했다. 청주로 이사한 후배의 집들이 자리가 그 이유였는데 오랜만에 (방역수칙 준수하며) 많은 이야기 나누고 유쾌한 자리였다. 문제는 오늘이었다. 신은 언제나 전날 술자리의 즐거움만큼 다음날 숙취의 고통을 내려주시며 세상에.. 2021. 10. 14.
충북학사의 추억 지금은 동서울관과 서서울관으로 나뉘어 여의도와 중화동에 멋스럽게 자리하고 있다지만, 라떼의(latte is horse) 충북학사는 개포동에 6층짜리 건물로 있었다. 충북학사란 서울로 대학을 진학한 충북의 학생들을 위해 충청북도가 서울에 만든 기숙사다. 저렴한 가격으로 숙식을 제공하는 충북의 인재 양성소라 할 수 있는데, 나와는 매우 결이 다른 공간이지만 운 좋게도 군대 가기 전까지 이곳에서 생활했다. 처음 지원했을 때는 (당연히) 떨어졌고, 친구와 외대 앞에서 하숙을 하며 한 학기를 보내고 나니 ‘TO가 생겼으니 올 테면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하숙비의 반도 안 되는 기숙사비인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다만 성북역(현 광운대역)에서 도곡역까지 1시간이 넘는 등하굣길이 부담스러웠는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2021. 10. 1.
책상 정리 책상을 정리하다 추억과 만났다. 타의에 의해 책상 정리를 해야만 했다. 9월 말부터 근무지가 충주에서 청주로 바뀌게 된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거라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준비할 시간도 없이 현실화되리라곤 예상치 못했다. 야속하게도 개인 물품뿐만 아니라 책상까지도 가져간단다. 결국 사람보다 책상이 먼저 이사 간다. 입사와 함께 16년을 사용한 책상에는 16년의 개인사가 켜켜이 쌓여있었다. 서랍 속에는 지금은 쓸 수 없는 6mm 테이프와 12년 전의 전기요금 고지서, 유효기간이 14년 4개월이나 지나버린 상품권 그리고 충주로 내려오고 처음 맞이한 크리스마스에 받은 카드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인 2005년 2월 말. 장위동 반지하 자취방의 짐들을 화물차로 옮겨 싣고 짜장.. 2021. 9. 23.
백신 접종 어제 코로나 백신 1차 접종을 했다. 원래 9월 18일이 접종 예약일인데 지인의 도움으로 빨리 맞을 수 있었다. 맞아야지 맞아야지 했는데 막상 그날이 오니 긴장되었다. 겁 많은 쫄보이인 나는 어릴 적부터 주사 맞는 것을 엄청 무서워했다(그리고 이를 큰 딸에게 그대로 물려주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국민학교 시절, 그때는 보건소에서 예방주사를 놓으러 학교로 직접 찾아왔었다. 그리곤 아이들을 줄 세워 주사를 놓기 시작하는데 줄을 서 있다가도 내 차례가 다가오면 다시 뒤로 돌아가곤 했을 정도로 주사를 겁냈다. 그런 이유로 유독 병원에만 오면 온순해지고 순종적이 된다. 이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간호사 선생님은 친절하게 설명하고 긴장을 풀어주려 노력했다. 이곳 베로니카신경외과는 백신 접종 때문에 처음 오게.. 2021. 8. 27.
대기번호 1088번 정확히 한 시간이 지났고 25명이었던 대기 인원은 10명으로 줄었다. 1시간 동안 15명이 줄어든 것이니 1명 당 4분이 소요된 셈인데 기다리다 포기하고 자리를 뜬 이들을 감안하면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이 오랜 기다림은 월요일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은행을 찾은 내 탓이다. OTP의 만기일이 다가와서 오랜만에 은행을 찾은 건데, 아무리 스마트폰으로 대부분의 금융 업무를 볼 수 있다고 해도 은행이라는 공간은 여전히 사람들로 분주했다. 잠깐 일 보고 들어갈 요량이었지만 대기 시간만 한 시간을 훌쩍 넘기고 있다. 기다리며 보내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뭐 읽을 거 없나 폰을 뒤지다가 오래전 친구가 선물해 준 e북이 눈에 들어왔다. 김재완 작가의 ‘나 아직 안 죽었다’라는 제목의 에세이인데 40페.. 2021. 8. 24.
관장 똥이 나오지 않아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변기에 앉아 오열하고 있는 딸을 보고 있는 건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다. 퇴근 후 집에 들어서며 마주한 광경인데, 그 고통이 온전히 나에게 전달되는 듯했다. 아내에게 물어보니 어린이집에서부터 배가 아프다고 하더니 집에 와서는 상태가 더 심각해졌고, 살펴보니 똥이 굳어서 힘을 주면 항문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가 통증 때문에 더 이상 힘을 못 줘서 다시 들어가 버린다고,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아주 상세하게 묘사해 줬다. 병원을 가야 할 것 같다고 아내에게 한 말을 훔쳐 들은 둘째는 안 간다며 더욱 목청 높여 울며 저항했다. 결국 방법은 관장 밖에 없었다. 동네 약국으로 달려가 관장약을 사 들고 오니 지친 둘째는 소파 위에 잠들어 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 2021. 8. 11.
여름휴가의 끝 도쿄올림픽이 끝났고 나의 여름휴가도 끝났다. 폐막식 중계를 제외한 모든 방송 프로그램이 정상으로 돌아왔고 나는 월요일 출근을 걱정하며 불편한 마음으로 일요일을 보내고 있다. 지난 월요일부터 오늘까지 휴가를 냈다. 올림픽이 모든 방송을 결방시켜 줬기에 가능했다. 휴가 기간 중 2박 3일로 태안 만리포에 다녀왔는데 우리의 방문에 대한 반가움을 폭우로 화답해 당황했지만 다행히 둘째 날부터는 다소 흐렸지만 즐겁게 물놀이를 할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신경이 쓰여서 밖에서 바비큐를 안 하고 고기를 구워 와서 숙소에서 먹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잘한 결정이었다. 오랜만에 아이들과 콧구멍에 바람 좀 넣어주고 돌아오니 그 사이 충주에는 확진자가 급격하게 늘어 8월 5일 00시부터 한시적.. 2021. 8. 8.
시간 마른장마와 폭염 때문에 매일 같이 돌던 호암지를 2주째 못 가고 있다. 습관이라는 게 무서운 것이, 평일이면 항상 하던 운동 겸 산책을 못하게 되니 몸이 아픈 것 같고 (많지도 않지만) 모든 근육이 지방으로 변해가는 느낌이다. 회사에서 점심을 먹고 40분간 호암지를 돌았던 건 운동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하루라는 시간을 알차게 쓰고 싶은 욕망 때문이기도 했다. 나이를 먹어서인지 요즘은 시간을 잘 활용하고 싶은 욕구가 높다. 군대 있을 때 통제된 공간과 시간 속에서 더 많은 책을 읽고, 자격증 공부를 했던 것과 비슷한 현상이랄까? 군대와 비교할 만큼 지금의 삶이 통제되고 제한된 건 아니지만, 회사와 나를 분리시켜 생각해 보면 '회사의 일'을 하는 속에서 짬을 내 '나를 위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삶에.. 2021. 7. 21.
대상포진이라니... 생애 첫 대상포진 진단을 받았다. 내 나이 마흔넷의 일이다. 일주일 전부터 명치를 기준으로 왼쪽 부위에 찌릿한 통증이 불규칙적으로 발생했다. 그러다 말겠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시간이 흘러도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무릇 모든 병은 '밥 먹으면 낫는다'는 확고한 신념의 소유자로, 여간해서는 병원을 찾지 않는 걸로 (아내한테만) 유명한데 지난 월요일에는 자진해서 병원을 찾았다(나는 겁이 많다). 진료실로 들어가 증상을 이야기했는데, 설명하면 할수록 의사 선생님의 갸우뚱한 고개는 더욱 기울어졌다.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의사 선생님은 이것저것 물어왔고 나는 경찰서에서 조서 쓰는 사람처럼 성실하게 답했다. 한참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간 후, 의사 선생님은 두 가지 .. 2021. 6. 30.
책 선물 얼마 전 친구에게서 카톡이 왔다. 본인이 재밌게 읽은 책인데 나도 좋아할 것 같다며 책 한 권 보낼 테니 주소를 알려달라며 카톡창에서 보채고 있었다. '뭘 그런 걸 다~허허허' 하며 주소를 보내고는 잊고 있었는데, 서점의 불찰로 2주가 지나서야 택배가 도착했다. 책을 선물 받은 건 정말 오랜만이다. 택배를 뜯어보니, 와... 이건 단순히 책이라고 하기엔 포장도 화려했고 연필, 포스트잇 등 다양한 것들이 포함된 종합구성물이었다. 사실 책을 받고는 그만 울컥하고 말았다. 오랜만에 장모님이 애들을 봐주신 덕에 아내와 외식하며 마신 소맥 때문인지, 이리 정성스럽게 포장하여 책을 보낸 친구 녀석의 마음이 너무 고맙고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서점에서 작업해 보낸 거란 건 나중에 알았다). 아무튼, 싸이월드.. 2021. 6. 12.
하루 사람 마음이란 게 하루에도 열두 번 변한다더니 어제는 자존감이 떨어졌다며 그렇게 호들갑을 떨더니, 오늘은 비교적 평정심을 유지한 채 가끔은 콧노래도 부르며 하루를 보낸다(조울증인가). 오전에 진행된 회의 내용이 다소 짜증났지만, 점심 식사 후 기분 전환도 할 겸 호암지를 한 바퀴 돌며 직장인의 망중한을 즐기려 했다. 그러나 예상했던 그림과 달리, 코디를 잘못한 탓에 회색빛 니트 속으로 흘러내리는 뜨거운 땀줄기를 손수건을 훔치며 걸어야 했는데 그 꼴이 남 보기 우스웠다. 옷을 갈아입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보니 운동 후의 상쾌함보다 꿉꿉함이 더 컸다. 그럼에도 시간을 쪼개 운동했다는 사실이 큰 성취감으로 다가온다. 오후에는 회사 전체에 물이 끊겼다. 사전 공지 없이 이루어진 단수였기에 담당자에게 민원이 빗발.. 2021. 6. 1.
자존감 되도록 주말에는 아이들과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지난 주말은 내내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보냈다. 이번 주 금요일까지 출품 서류를 보내야 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물론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부랴부랴 일을 처리하는 못된 습관이 한몫한 건데, 그렇지 않은 사람 있다면 손 좀...쿨럭). 작년에 작업한 결과물로 계속 출품을 하고 있는데, 내는 족족 낙방의 고배를 마시고 있어 이젠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를 지경이다. 6개월 동안 이렇다 할 성과도 내지 못하다 보니 자존감도 떨어진 게 사실이다. 마음 고쳐 먹고 이름 뜻처럼 '시나브로 번창하리라' 마인드 컨트롤을 하곤 있지만, 문득문득 자괴감에 빠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아무튼 '이번이 마지막이다'는 심정으로 작업해서 오늘 서류를 보냈다... 2021. 5. 31.
날 닮은 너 "친구가 그런 말을 하는데 가만히 있으면 어떡해~~" "싫을 때는 싫다고 말을 하는 거야~ 안 그러면 너한테는 그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요즘 들어 아이들, 특히 큰 딸에게 하는 잔소리가 늘었다. 어린이집에서 있던 이야기를 전해 들을 때면 속이 부글부글 거린다. 자꾸 뭐라고 하면 더 이상의 대화를 거부할 것 같아서 수위 조절은 하고 있지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큰 딸 녀석은 많이 소심하다. 조심스럽고 예민하다. 내 권리가 침해받거나, 친구가 본인에게 나쁜 행동을 해도 하지 말란 소리를 잘 못한다. 이런 이야기를 접할 때면 화가 난다. 그럴 때마다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누구나 살면서 성격이 바뀌는 과정을 겪기 마련인데, (못 믿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린 시.. 2021. 5. 24.
부고 부고를 전해 들었다. 나이가 사십 대 중반이다 보니 부모님에 대한 부고를 종종 듣곤 하는데, 오늘은 내가 아는 그 사람, 본인의 부고였다. 그리 살갑지는 않았지만 오랜 기간 함께 협업을 하며 관계를 유지한 사이였다. 기억이 정확하다면 약 2년 전부터 함께 일하는 관계는 끝났지만, 가끔씩 문득 어떻게 지내나 궁금했는데 오랜만에 전해 들은 소식이 부고였다. 퇴근을 한 시간 앞두고 전해 들은 비보에 숨이 멎는 듯했다. 이제 겨우 만 마흔아홉. 한국 나이로 한다고 해도 나보다 여섯일곱 살밖에 차이 나지 않는 형 같은 사람이다. 사인은 급성 폐렴. 폐렴이라는 것이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무서운 병인 줄 미처 몰랐다. 기분이 이상했다. 이제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오늘 저녁은 오랜만.. 2021. 5. 11.
오랜만에 서울 마실 지난 주말, 정말 오랜만에 홀로 동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역시 모임은 철저한 계획보다 술 취해 던진 빈말로부터 시작한다는 옛말(그런 말이 있나?)이 하나 틀린 게 없다. 친구에게 던진 취중 공수표가 현실이 되었으니 말이다. 오늘의 목적지는 선배형이 의정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참치횟집이다. 회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의정부에서도 손꼽힌다고 하니 살짝 기대한 채 의정부역으로 향했다. 오랜만의 상경에 설렌 나머지 너무 일찍 도착해버렸다. 그건 친구 녀석도 마찬가지였고, 어디 가서 시간을 보낼까 고민하다가 우린 당구장으로 향했다. 당구는 거의 4, 5년 만에 치는 것 같다. 그럼에도 신기하게 몸은 기억하고 있었다. 친구는 최선을 다했지만 아쉽게도 3:0이라는 치욕적인 점수차로 지고 말았다. 미안한 일이지만 삼판.. 2021. 4. 20.
2021년 벚꽃놀이 뭐가 그리 바쁜지 정말 오랜만에 글을 적는다. 사실 끄적이다 만 글들이 임시 저장 폴더에 몇 개 있긴 한데, 벌려놓기만 했지 정리를 할 수 없는 낙서들이다. 2021년을 맞이하며 새해 다짐을 하던 기억이 아직 선명한데 어느새 1/4분기가 지났고 2/4분기를 시작한 지도 5일이나 지난 오늘이다. 올해는 유난히 꽃이 일찍 피었다. 이를 걱정하는 기후 전문가들의 경고도 있었지만, 걱정과 상관없이 만개한 꽃은 이뻤다. 지난 주말에 비가 온다기에, 빗방울에 꽃잎들이 떨어져 나가기 전에 구경이나 할 요량으로 금요일 오후에 반차를 냈다. 그리고는 충주의 유명한 벚꽃 명소 중 한 곳인 하방마을을 찾았다. 생각해 보니 벚꽃과 아이들을 함께 담은 영상이 없는 것 같아, 작정하고 카메라와 렌즈도 두 개(17-70mm/80-.. 2021. 4. 5.
싸이월드의 부활을 기다리며... 당초 3월 중에 웹서비스를 재개한다고 했던 싸이월드가 모바일 서비스도 함께 시작하는 쪽으로 계획을 수정하면서 시점을 5월로 미뤘다. 2달을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싸이월드와 다시 만난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반갑고 흥분된다. 연령 대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에게 싸이월드는 대학시절을 시작으로 졸업과 백수 생활, 취업 그리고 충주에서 시작된 제2의 인생까지, 모든 순간을 관통하는 기록의 총아다. 또한 도토리를 모아서 산 배경음악에는 순간의 감정들, 설렘과 무기력함, 희망과 좌절, 행복과 분노 등 그 시절의 오감이 녹아있다. 이런 싸이월드를 지금의 SNS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점이 뭐냐 묻는다면 '불친절'이라 하겠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모두 내가 팔로잉하는 사람들의 피드들을 친절하게 모.. 2021. 2. 26.
설 연휴의 끝을 잡고 코로나19로 인해 올해는 전에 없던 방식으로 설 연휴를 보냈다. 설날 아침을 고향집이 아닌 우리집에서 네 식구끼리 맞이한 건 처음이었고, 아이들한테 세배를 받고 세뱃돈을 준 것도 처음이다. 항상 설날 아침이면 엄마가 끓여준 떡국을 먹었는데 올해는 내가 떡국을 끓였고(물론, 맛은 실패했지만) 부모님이 주관하시던 새해 첫 예배도 이번엔 내가 해야 했다(어찌할 줄 몰라 간단하게 기도로 대신했다). 연휴 전날 휴업을 내고 그 전날은 오후 반차를 냈기 때문에 나의 설 연휴는 남들보다 하루 반나절이 더 길었다. 오래 쉰만큼 내일 출근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골이 지끈거리고 맨 정신으론 잠을 못 잘 것 같아서 할 수 없이 있다가 저녁때 소주 한 잔 하고 잠을 청해야겠다(새해에도 변함없이 기-승-전-술). 연초에 시작.. 2021. 2.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