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딸이 태어나고 당시 연수동에 있던 소아과에 다닐 때 처음 발을 들였으니 최소 10년은 넘었을 거다. 요즘처럼 요식업의 흥망성쇠가 격심한 시기에 1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건 그만큼 맛은 보장한다는 게 아니겠는가.
일요일 오전, 오랜만에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뭘 먹을까를 고민하는데 번뜩 이곳이 떠올랐다. 아이들이 좋다고 환호성을 쳤으니 더 이상의 고민은 사치였다.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여전히 식당 안쪽에는 놀이방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이 공간 덕분에 잠시나마 아내와 맘 편하게 밥 먹을 수 있었던 그때 그 시절이 떠올라 잠깐 울컥했다.
시래기명태조림 3인분을 시켰다.
잠시 후, 매운맛을 달래 줄 미역국을 필두로 감칠맛 나는 밑반찬들과 함께 오늘의 주인공, 시래기명태조림이 식탁에 올랐다.
튼실한 명태 살을 보시라. 잘 베인 양념과 환상 궁합을 이루며 침샘을 자극한다. 시래기는 또 어떤가. 푹 익은 시래기는 식감이 좋을뿐더러 각종 비타민이 풍부하니 건강까지 챙기는 기분이다.
명태조림을 더 맛나게 방법이 있었으니, 마른 김 위에 약간의 솥밥을 놓고 명태와 시래기를 올린 후 고추로 화룡점정을 찍어준 다음 체면 따위 내려놓고 크게 한 입에 털어 넣으면 '음~~' 하는 추임새와 함께 절로 엄지 손가락이 치켜 올라간다(아,,,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입에 침이 고인다).
둘째는 아직 매운 음식에 익숙지 않아 양념이 적은 속살 위주로 발라 줘야 했지만 매운맛의 매력을 알아챈 큰 딸은 접시에 놓아주는 족족 입에 넣기 바빴다.
오랜만에 네 식구가 기분 좋은 외식을 했다. 음식을 먹으며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 많지 않은데 이 집의 시래기명태조림은 음식으로 행복을 주는 몇 안 되는 식당 중 하나다. 체인점이긴 해도 손님이 온다면 모시고 가서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는, 그런 식당이다.
매콤한 시래기명태조림이 생각날 때면 언제든 찾아갈 수 있게, 사장님, 오래오래 장사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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