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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맛집

제천 로컬 맛집 <명순네 포차>

by KangP_ 2024.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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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떠난 고향을 홀로 지키며 나름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친구가 있는 건 축복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녀석을 따라다니다 보면 고향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로컬 맛집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소동의 골목 한 켠에 위치한 <명순네 포차> 역시 친구가 아니었다면 분명 모르고 지나쳤을 곳이다.
 

 
https://naver.me/5nb4EzXb

명순네포차 : 네이버

방문자리뷰 15

m.place.naver.com

 

용두동 행복복지센터를 마주하고 있는 <명순네 포차>
 

 
문을 열고 들어가면 오래된 식당임을 느낄 수 있는 내부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벽에는 정식 메뉴판과 더불어, 여름 한철에만 가능해 보이는 음식들의 이름과 가격이 A4용지에 쓰여져 메뉴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올갱이와 ‘올갱이 삶은 물’
 
이 식당은 올갱이가 유명하다(고 친구가 말했다). 제천지역은 다슬기를 올갱이, 혹은 올뱅이라고 부르는데, 올갱이는 간에 좋을뿐더러 입으로 쪽쪽 빨아먹는 재미 때문에 삶은 올갱이 한 접시면 술 취하는 줄을 모른다.
 

 
인상 좋은 주인아주머니는 "이거 마셔 봐~ 술이 안 취해" 하며 엷은 청록색 빛이 도는 음료(?)도 주셨다. ‘올갱이 삶은 물’이었다.

숙취해소에 탁월한 올갱이를 삶아 낸 물이라고 하니 당연히 올갱이의 성분이 녹아 있을 터.

 
백숙 국물과 유사한 원리라 생각했는데, 맛은 전혀 달랐다. "아무 생각하지 말고, 맛을 느끼려 하지도 말고 그냥 목구멍으로 넘기라"는 친구의 조언에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한 컵을 들이킨 후에야 고개를 끄덕이며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비렸다. 비위가 약한 사람은 마시기 힘들겠단 생각이 들 정도로 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에 좋고 다음날 숙취가 없다는 말에 사십 대 후반 중년 남성 셋은 야릇한 신음과 함께 꾸역꾸역 마셔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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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맛, 두부찌개

우리는 두부찌개도 시켰다.
 

 
닭볶음탕, 두루치기 등 고기가 팍팍 들어간 메뉴도 많았지만 두부찌개를 시킨 건 이곳을 찾기 일주일 전에 발병한 통풍 때문이었다.

매년 건강검진 때면 의사 선생님은 높은 요산수치를 지적하며 통풍의 위험을 경고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성인 남성들이 그렇듯, 큰 신경 안 쓰고 지냈는데 막상 엄지발가락에서 통증을 느끼고 나니 한순간에 겁쟁이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고기와 등푸른 생산 등은 입에도 대지 않았고, 두부와 미역, 김 등으로 끼니를 해결하며 노력하던 시기에 식당을 찾았으니, 선택지는 두부찌개밖에 없었던 거다.

 
그러나 탁월한 선택이었다. 정말 맛있었다. 주인아주머니의 양념장은 칼칼하면서 깊이가 있었고, 두부 역시 식감이 남달랐다. 술 마시러 온 건데 공깃밥을 시킬 수밖에 없는, 말 그대로 밥도둑이었다.
 


내일 가족과 함께 먹겠다며 호스트인 친구는 삶은 올갱이를 보장 주문했고, 우린 얼큰한 두부찌개 국물에 한 잔, 삶은 올갱이를 쪽쪽 뽑아 먹으며 한 잔, 그리고 올갱이 삶은 물을 들이켠 후 비릿한 끝맛을 없애고자 한 잔을 털어 넣으며 기분 좋게 취해 갔다.



친구 덕분에 알게 된, 내 고향 제천의 숨은 맛집인 ‘명순네 포차’. 나중에라도 가족과 함께 찾고 싶은 마음속 명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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