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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이사를 준비하며...

by Kang.P 2014.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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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덧 2014년 전반기의 마지막 날이다.
시간은 나이만큼의 속도도 간다더니, 점점 그 속도가 빠르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일은 일대로 하면서 틈틈이 인륜지대사 중 하나를 준비하자니, 야속한 시간은 더욱 빨리 흘러가는 듯 하다. 


2014년 6월은 아무래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달이 될 것 같다.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내 명의의 집이 생겼고(물론 빚이지만,,,), 상당히 큰 액수의 돈이 통장 이곳 저곳을 오고 갔으며, 
평생 갈 일이 없을 줄 알았던 청담동을 몇 주에 걸쳐 오가며 촬영 준비하느라, 예약한 건강검진도 미뤄야 했다. 








관리사무소에 이사 의사를 밝혔더니, 집 구하는 사람들이 이따금씩 방을 보러온다. 

방/거실 구조의 13평짜리다 보니 본다고 해 봤자 크게 시간이 걸리지도 않는다. 


2주 전에는 아들 식구와 같이 사는데, 손주들이 크니 방이 모자라 혼자 나와살려 한다며 한 할머니가 찾아왔다. 

자식과는 상의도 없이 당신 스스로가 그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방을 알아보고 있단다. 

드릴 것이라고는 냉수 밖에 없었기에, 물 한 잔 드리며 말했다. 

아무리 마음이 그러시더라도, 아들과 상의해 보고 결정하시라고...


괜히 마음이 안좋았다. 

일생을 자식 위해 살았고, 지금 살고 있는 집도 당신이 평생을 모아 마련한 집일진데 자식이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고, 손주들이 크면서 각자의 방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스스로 그곳을 나올 생각을 해야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이 시대의 자화상 같았다. 


자식과의 상의 끝에 마음을 접으신 건지, 이 집이 맘에 안드신 건지는 알 수 없지만, 할머니는 계약을 안하겠다고 관리사무소로 연락해 왔단다. 지금도 곱게 단장하시고 이것저것 이야기 나누던 할머니의 모습이 선하다. 부디 전자의 이유였기를...




어제 오늘 이틀에 걸쳐 젊은 여성도 집을 보러왔다. 

어제는 부모님과, 오늘은 함께 살 친구와 함께 왔다. 아무래도 남자 혼자 살던 집인지라 여자의 눈에는 안 찰지도 모르겠다. 

묻는 질문에 답해주고, 잘 판단해서 결정하시라는 인사를 끝으로 내무실 사열을 마쳤다. 



아직 이사 날짜가 잡힌 것은 아니지만, 집 보러 온 사람들을 보내고 나니 괜히 마음이 그래서 당장 쓰지 않는 책부터 박스에 정리하기 시작했다. 





 


몇 년 째 자리를 지키고 있던 책들을 툭툭 털어 박스에 넣다보니, 손을 멈추게 하는 책들이 몇몇 있다. 

그 속에는 학창시절의 내 모습이, 대학시절의 추억이, 빌린 후 돌려주지 못한 친구의 책에는 낯익은 메모와 낙서가 있었다. 


나중에 꼭 한 번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하며 차곡차곡 박스에 담는다. 




얼추 책을 정리하고 둘러보니, 그 동안에는 눈에 띄지도 않던 물건이 눈에 들어온다. 

구석에 짱박혀 있는 것을 꺼내보니, 제습기였다.  








'맞다!!'

보자마자 어떤 물건인지 생각 났다. 


이 곳으로 이사하던 날, 직장 동료가 집들이 선물이라며 사준 제습기였다. 

혼자 사는데 이런 거 필요없고, 술이나 사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혼자 일수록 건강관리해야 한다며 밀어 넣던 기억이 난다. 

그 때는 이 친구도 결혼하기 전이었고, 완전 아삼육으로 다닐 시기였다. 

(물론 결혼하고도 아삼육인 건 마찬가지라 제수씨에게 미안할 따름...)




짧은 시간 몇 안되는 짐을 정리하면서 지난 날의 많은 것들이 되살아났다. 


어느 책에선가 본 구절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추억이란 비싼 물건, 큰 선물에 담겨 있는 것이 아니라, 서랍 속 사소한 물건에 아로새겨져 있다....'


뭐 이런 내용의 문구였다...


틀린 말이 아니네...

괜히 짐 정리한다고 나대다 센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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