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다른 아침의 첫날이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과 특별할 것 없는 날들의 연속인데 다를 게 뭐가 있겠냐마는, 억지로 만든 틀린그림찾기의 이해할 수 없는 정답처럼 작은 차이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새벽 운동이다.
단지에 있는 헬스장을 5년째 못 본 척 지나치다가 월요일 퇴근길에 관리사무소에 들러 등록했다. 5년이 채 안 된 아파트의 헬스장이라 기구도 새것과 다름없었고 구성 또한 여느 헬스장 못지않다(고 생각한다). 한 달에 만 원이면 이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었는데, 그동안 개 닭 보듯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거다.
새벽 5시 반.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먼저 떠졌다. 반드시 운동을 가겠다는 굳은 의지가 잠자는 육신을 알어서 깨웠나 보다. 솔직히 말하면, 화요일 아침부터 운동을 시작하는 게 원래 계획이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월요병을 핑계로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고, 다음 날인 수요일 아침 역시 전날의 음주 때문에 재시간에 일어날 수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늘 아침의 첫 운동은 새로운 시작의 상징성을 지닐 수밖에 없었고 앞으로의 가능성을 점치는 시험대와 다름없었다.
첫 새벽 운동은 좋았다. 약 사오십 분 동안 들고, 밀고, 당기고, 달렸더니 머리가 맑아졌다. 헬스장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이미 서너 분의 주민들이 러닝머신 위에서 땀을 흘리고 계셨다. 내가 몰랐을 뿐 이른 하루를 시작하며 자신에게 투자하는 삶이 있었던 거다. 게으르고 매사 미루기 바빴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운동 시간을 새벽으로 잡은 건, 가뜩이나 청주로 출퇴근하면서 귀가 시간이 늦어졌는데 저녁 한술 뜨고 다시 운동한답시고 집을 나서기엔 가족에게 미안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아빠와 놀아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지금, 그들에게 놀아줄 의지가 있을 때 함께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하지 않겠는가(물론 시간의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하겠지만 말이다).
사실 얼마나 오랫동안 새벽 운동을 지속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던 것을 실천으로 옮겼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 어찌 되었든 '나 자신을 사랑하자'는 다짐의 첫걸음을 내디뎠으니 뚜벅뚜벅 걸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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