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오랜만에 크라잉넛 형님들의 유튜브 라이브 공연을 봤다. 코로나19가 한창 극성을 부리던 시절, 공연할 무대가 사라지자 형님들은 주기적으로 유튜브에서 라이브 공연을 해 왔다. 다시금 일상이 회복되고 나서는 왕성한 오프라인 공연과 방송 활동을 이어갔는데, 정말 오랜만에 유튜브 라이브 공연을 한 것이다.
이날의 유튜브 라이브는 신곡 발매 기념 공연이었다.
손바닥만한 핸드폰으로 라이브를 보면서 연신 '이 형님들 역시 대단하다!'며 탄성을 질러댔다. 올해로 29년 차 밴드. 명실상부 조선 펑크의 선구자임에도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작은 라이브 공연장에서 캔맥주를 마시고 관객과 호흡하며 열정(노익장?)을 발산했다.
이 정도 연차의 중견밴드가 카메라를 설치할 공간조차 없는, 그래서 위층에서 내려 찍을 수밖에 없는 좁디좁은 공간에서 공연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일 텐데 말이다.
나이를 먹다 보니 '한결같다'는 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알게 됐다. 한결같기 위해서는 사실,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를 둘러싼 환경이 바뀌고, 그로 인해 생각 역시 바뀌기 쉽고, 때로는 자의와 상관없이 변화를 강요받기도 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 30년이 다 되도록 한결같은 모습을 유지한다는 건 존경스러운 일이다. 그 과정에서 갈등과 고민, 일탈의 순간들이 왜 없었겠나. 그럼에도 다시금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게 얼마나 위대한 일인가. 물론 그들도 성숙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소 바뀌었겠지만 말이다.
세상에 저항하며 불만을 표출하던 20대 시절, 딱 내 심정을 노래로 형상화해 샤우팅하던 형들을 알게 돼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는지 모른다.
부디 오래도록 우리 곁에서 지금처럼 샤우팅해 주길...
https://youtu.be/_Ft2vUwqemQ?si=5_8pdI2xVz5DYl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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