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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2021년~2025년

동서울행 버스

by KangP_ 2024.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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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완 선생님의 신간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를 몇 장 넘기다가 도로 넣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아서 다 읽어버릴 요량이었는데, 선생님의 따뜻하고 포근한 문체를 담아내기엔 지금 내 맘이 녹록지 못한 탓이다. 글을 이해하는 게 아니라 글자만 읽는 느낌이랄까.

출발하기 전에 기사님은 중부고속도로가 막혀서 경부고속도로로 가겠다며 바뀐 경로와 이유를 설명해 줬다. 내일이 석가탄신일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나 보다. 나 또한 그중 하나지만 말이다.


베트남에서 살고 있는 대학 선배 형이 오랜만에 한국을 찾았다. 내일이 휴일이고 하니 지인들은 부담 없는 오늘로 날을 잡았고 나도 꼭 함께하고 싶었다. 미안한 말이지만, 그만큼 형이 간절히 보고 싶었다기보다 쳇바퀴처럼 회사, 집을 오가는 일상의 궤도에서 이탈하고 싶은 욕구가 더 컸다.

일찌감치 어젯밤에 5시 20분 차를 예매해 뒀는데, 취소하고 계획보다 한 시간 일찍 출발하는 것 역시 이 욕구의 절박함 때문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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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차치하고, 가정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에겐 목숨과 같은 공간이고 사람들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숨 쉴 틈이 필요했나 보다.

몇 시간 후면 빈 잔에 술을 채우며 사람들 속에서 왁자지껄 떠들고 우스갯소리에 박장대소하며 도파민을 뿜어내고 있을 것이다. 다음 날의 공허함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십 수년을 보아 온, ‘나’라는 인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들과 가면을 벗어던지고 한바탕 어울리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소중한 심리치료다.

6시면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할 거라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출발한 지 한 시간이 넘었는데도 이제 겨우 오산이니 말이다. 터미널에 도착하는 대로 숙취해소제를 먼저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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