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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운대9

2023년 여름휴가와 Oldies but Goodies 수요일부터 3일 동안 연차 휴가를 냈다. 실질적인 올해의 여름휴가인 것인데, 가족과의 여행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고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보냈다. 지난주부터 시작한 아내의 단기 알바로 인해 주중에 놀러 가는 건 기대조차 할 수 없었고 오히려 방학에 들어간 아이들을 돌봐야 했다. 또한 이때다 싶게 고장난 에어컨 덕분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며 무료함을 달랠 수 있었다(아직도 진행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었는데 본격적인 휴가가 시작되기 전 날, 오랜만에 친한 형과 함께 조촐한 전야제를 가졌다. 불과 2주 전에 봤음에도 오랜만이라고 하는 건, 그때는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형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족발과 보쌈 세트를 사이에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았다. .. 2023. 7. 30.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 ※ 금연 D+222 ※ 지천명 D-1,383 계절을 불문하고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은 다른 요일의 배 이상으로 출근하기가 힘들다. 오늘 아침도 그랬다. 청주로 가는 셔틀 차량에 오르자마자 기절하듯 잠들었고, 차량의 흔들림에 목 부러진 인형처럼 연신 헤드뱅잉 하면서 왔더니 도착해서는 목이 뻐근했다. 오늘따라 월요일의 피곤함이 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지난 토요일에 서울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상경해서 오랜만에 사람들을 만나 술잔을 기울였으니 그날의 분위기는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강변역에서 친구를 만나 을지로로 이동했는데 매번 밤에 올라오다가 낮의 서울과 만나니 뭔가 설렜다.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정말 오랜만에 영풍문고에 들렀다. 세상에는 많은 책들이 있고 그 책을 지은 많.. 2023. 3. 20.
충주 대미산 악어봉 "산 가자." 대학 선배와 동기, 이 둘을 단톡방에 불러 놓곤 첫마디가 '산 가자'였다. 그동안 등산이 많이 그리웠다. 그래서 이곳저곳 단톡방에 등산을 권유했으나 다들 말뿐 진지하게 갈 생각은 없는 듯했다. 그래서 대학 시절 함께 열심히 산에 다니던 둘을 소환한 것이다. 선배는 내가 대학 새내기 때인 97년도에 등산 소모임 대장을 맡고 있었던 한 학번 위의 형이고 동기는 그 이듬해에 대장을 맡은 친구이다. 당시는 정말 치열하게 산에 다녔다. 매년 여름이면 4박 5일 코스로 지리산을 종주했고, 겨울에는 설악산과 태백산에서 상고대를 즐겼다. 98년 여름에는 대장인 동기 녀석과 함께 싸구려 중국산 자전거를 타고 보름 넘게 전국일주를 했다(제주도 일주 포함).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데 이 모든 일련의 행위들이 2.. 2022. 1. 24.
11일의 휴가 후 출근 직장생활 15년 정도 했으면 안 그럴 줄 알았는데 11일간의 휴가를 마치고 출근하려니, 100일 휴가 복귀하며 위병소를 향하는 이등병의 심정인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열흘 넘는 공백으로 인해 업무를 어디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겠어서 글을 끄적이며 오전을 보낸다. 아직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 것은 휴가의 대미를 장식한 양평 모임의 후유증 때문이다. 지난 토요일은 두 개의 일정이 잡혀있었다. 하나는 친동생의 결혼이고 다른 하나는 대학시절 사람들과의 모임이다. 아침 일찍 충주를 출발해 결혼식이 있는 수원으로 향했고, 결혼식을 마치고 다시금 가족들을 충주 집으로 데려다주고 나니 오후 6시. 이 시간에 다시 양평으로 향했다. 이날의 모임은 큰 수술을 마친 동기를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한 자리였다. 아이들 포함.. 2019. 10. 14.
유물 발견! 일석3조의 ‘러브레터’ 외장하드를 정리하던 중 유물을 발견했다. 복학 후 전공실습과목의 조별과제로 작업한 영상 파일이 그것이다(2002년 혹은 2003년으로 추정). 당시 연인이었던 (지금은 부부인) 김세희와 공인희가 주연으로 열연한 ‘러브레터’.(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코미디?ㅋ) 교수님은 우리 3조(조 이름: 일석3조)에게 후하게 C를 주셨지만(B-였나? 가물가물...) 그것과 상관없이 다시 보니 너무 새롭다. 애정 하던 돌핀 시계와 장위동의 반지하 자취방. 저렴했던 복지관 식당과 몇 번 가본 적 없는 도서관... 용산가족공원 신은 오디오가 안 들어가서 후시녹음을 했었고, 어설프게 '남자 셋 여자 셋'을 따라 하기도 했었지... 무엇보다 반가운 건, 당시의 사람들... 지금도 변함없이 만나고 연락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 2019. 7. 9.
부치지 못한 편지 메일 발송 작업을 마치고, 스팸 및 광고성 메일들을 삭제하며 정리하다가 실수로 '임시보관함'을 클릭하게 되었다. 다시 편지함으로 이동하려는데, 어라? 두 개의 메일이 보관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2003년에 작성해 놓고 보내지 않은 편지가... 하나는 입사지원서였고, 다른 하나는 주동황 교수님께 보내는 메일이었다. 차마 교수님께 '부치지 못한 편지' 속에는 졸업을 앞두고 취업전선에 뛰어들면서, 자존심 따위 다 버린, 비굴함을 부끄러워 하지 않는 26살 대학생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릎 꿇고 학점 구걸하는 모습에서 연민과 처연함까지 느껴진다... 뜻밖의 발견에 오랜만에 웃었지만, 당시는 얼마나 절실했으면 저런 편지까지 썼을까... (물론 보내지는 못했지만...) 2.. 2014. 2. 12.
오랜만의 조우 토요일 오전, 오랜만에 강남터미널 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지난 주중, 갑자기 사람이 그립다는 생각이 들었고, 대학시절 희노애락을 함께 했던 사람들에게 전화를 돌려 자리를 만들었다. 예전처럼 한바탕 거나하게 술 한 잔 해야겠다는 생각보다, 얼굴보며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고 싶었고, 그래서 점심이나 같이 먹자고 제안을 했더니, 의아해하는 리액션이 돌아왔다. 정말 술 안 먹을꺼냐는 반문과 함께... (이 냥반들이 날 완전 술꾼으로 생각하고 있구만,,,ㅡ,.ㅡ;;) 물론 사회생활도 사람들과 함께 꾸려가는 것이겠다만, 이 속에서는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존재한다. 특히나 나 같은 경우는 친구들과 떨어져 홀로 지방에서 생활하기에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점심에 시간 맞춰 같이 밥 먹고 차 한 잔 하고 헤어지는 .. 2014. 1. 26.
학교에 가다... 5년은 족히 넘은 것 같다. 대학 근처에 가 본 지가... 항상 그리운 공간인데, 충주 생활이 길어지면서 서울 방문이 뜸해졌고, 그러다 보니 서울에서도 외곽에 위치한 모교를 찾는 일은 더더욱 적을 수 밖에 없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던가. 지난 주말 서울에서 뮤지컬, '지져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볼 일이 생겼고, 오랜만에 올라가는 김에 비상연락망을 가동했다. 몇 주 전에 같이 1박 2일로 엠티를 갔던 멤버들을 대상으로 뒷풀이를 학교 앞에서 하자고 제안했다. 각자 선약도 있었고, 사정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시간을 내준 친구들에게 고마웠다. 지하철에 몸을 싣고 학교 근처에 다가 올수록, 낯익은 창밖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바뀐 것과 그대로인 것들이 적절하게 뒤섞여 있었다. 성북역에서 내리자 크게 바뀐.. 2013. 6. 10.
한 통의 전화 같은 번호로 두 번의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오늘 여의도에서 언론노조 결의대회가 있었는데, 그 곳의 확성기 소리로 인해 전화 온 것을 몰랐다. 저장되지 않은 번호이고, 더우기 요즘은 핸드폰 번호로도 스팸 전화가 많이 오는 경향이 있어서 전화를 할까 말까 망설이는데, 그 번호로 문자가 왔다. 확인해 보니, 00학번 대학교 후배였다. 페이스 북에 올린 집회참여 포스팅을 보고 서울 올라온 것 같아 안부차 전화를 했단다. 2004년 대학을 졸업하고, 거의 전화통화가 없었던 터라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반가움과 고마움에 전화를 걸어 통화를 했다. 서로의 근황을 물으며, 파업에 관심 가져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며 약 5분 동안의 통화를 마쳤다. (남자들끼리 5분을 통화한 것은 상당히 긴 통화이다.) 그렇게 버스에.. 2012.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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