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다반사

오랜만의 조우

by Kang.P 2014. 1. 26.
728x90




요일 오전, 오랜만에 강남터미널 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지난 주중, 갑자기 사람이 그립다는 생각이 들었고, 대학시절 희노애락을 함께 했던 사람들에게 전화를 돌려 자리를 만들었다. 예전처럼 한바탕 거나하게 술 한 잔 해야겠다는 생각보다, 얼굴보며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고 싶었고, 그래서 점심이나 같이 먹자고 제안을 했더니, 의아해하는 리액션이 돌아왔다. 정말 술 안 먹을꺼냐는 반문과 함께... 

(이 냥반들이 날 완전 술꾼으로 생각하고 있구만,,,ㅡ,.ㅡ;;)


물론 사회생활도 사람들과 함께 꾸려가는 것이겠다만, 이 속에서는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존재한다. 특히나 나 같은 경우는 친구들과 떨어져 홀로 지방에서 생활하기에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점심에 시간 맞춰 같이 밥 먹고 차 한 잔 하고 헤어지는 친구들의 모습이 난 지금도 많이 부럽다. 


버스는 거침없이 달려 예상했던 시간 보다 일찍 도착을 했고, 약속장소인 강남구청 앞 맥도날드로 향했다. 

그런데, 이런 젠장... 비가 온다... 원래의 계획은 오랜만에 한강변 좀 걷고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나누고 싶었는데, 날씨가 도와주질 않네, 이거... 


그렇게 4명의 사내는 만났고, 어디로 갈지를 고민한 끝에 성북동 '금왕돈까스'로 정했다. 전에 일 때문에 갔다가 먹어봤는데, 맛도 괜찮고 양도 많았던 기억이 났다. 



병국이와 태규-아이폰5


규일이 형-아이폰5




역시나 양은 푸짐했다. 특히 돈까스와 함께 쌈장에 찍어 먹는 고추는 은근히 어울린다고나 할까. 

오늘의 자리는 이들 뿐만 아니라 00학번 여후배도 같이 보려고 했으나, 녀석은 결혼식이 있다며 일단 놀고 있으라고 했다. 


'일단 놀고 있어~'

이런 무책임하고 대책없는 말을 14년 째 듣고 있는 우리로서는 짜증이 날 법도 했지만, 오랜만에 들으니 이해할 수 없는 반가움이 묻어났다. 결국에는 만나지 못하고 내려와서 다소 아쉬움은 남지만 말이다... 


배부르게 점심을 먹고는 커피숍에서 커피 한 잔을 나누며 남자들의 수다를 떤다.






규일형의 아이폰 사진

 

대학을 졸업하고, 각자가 다른 위치에서 다른 고민을 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가끔 이렇게 만나 웃고 떠들고 나면, 뭐랄까, 위로받은 느낌이라고 할까. 힘이 난다.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을 털어논다고 저들이 해결해 주는 것도, 그 반대의 것도 아니지만, 이런 게 친구가 주는 힘인가 보다. 시덥지 않은 우스갯소리에도 10대 소녀처럼 자지러진다. 규일형 말처럼, 나이는 먹었지만, 아직 우린 마음만은 젊은... 아니, 어린가 보다.


역시 남자들끼리 모였을 때, 술을 빼면 할 게 그리 많지 않다. 커피가 차갑게 식어갈 때쯤, 무엇을 할까 또다시 고민하게 된다. 당구, 볼링, 쇼핑 등 여러가지 의견을 주고 받다가 결국 결정난 목적지는 '남산'이었다.

(뭐, 남자 넷이서 남산 좀 올라가면,,, 안될 것도 없지,,, 뭐,,, 죄도 아니고,,,)






비온 뒤 흐린 날 올라와서 서울의 부감을 구경할 수는 없었지만, 올라가는 20분이 나름 운동이 되긴 하더라.






이 많은 자물쇠 숫자만큼의 사랑들은 아직도 진행형일까.









보이지도 않는 서울시내를 내려다 보며 4명 각자들 나름대로의 생각들을 했겠지? 누군가는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을 테고,  누군가는 별 생각없이 날씨를 원망 했을테고, 혹 누군가는 나처럼, 생각을 하면 할수록 뫼비우스의 띠를 타고 돌고 돌아 결국 다시금 제자리로 돌아오는 혼돈에 빠지기도 했으리라. 



짧은 시간의 만남이었지만, 생존 여부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고, 오랜만에 눈물 찔끔 흘리며 박장대소 할 수 있어서 좋았고, 옛 추억에 잠길 수 있는 시간이었어서 좋았고, 충주라는 동네를 벗어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래, 가끔은 이렇게 서로 만나, 허물없이 웃고 떠들고 서로 쌍욕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반응형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버노트'와 '티스토리'가 연동??  (0) 2014.03.03
부치지 못한 편지  (0) 2014.02.12
어무니 생신  (0) 2014.01.19
안녕, 2014...  (2) 2014.01.06
일요일의 푸념...  (0) 2013.11.1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