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열두 번째 맞이하는 결혼기념일이었는데 공교롭게도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이면서 일요일이었다. 연휴 후 첫 출근하는 월요일이 부담된 나머지 우리는 하루를 앞당겨서 토요일에 결혼기념일 이벤트를 했다.
이벤트라고 해 봤자 저녁 먹으면서 술 한 잔 하는 게 전부지만, 그래도 날이 날인지라 그동안 안 먹었던 걸 먹고 싶었다.
때마침 큰 딸이 산낙지가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서 처음으로 동네 횟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동네에 있는 횟집 두 곳 모두 낙지가 없었다.
사람이 희한한 게, 먹고 싶은 걸 못 먹는 상황에 놓이면 더 먹고 싶은 욕망이 커지더라. 결국 우린 다른 동네 횟집에 배달을 시켰다.

회를 시켜 먹는 건 드문 일인데, 맛있었다. 연어는 부드럽고 광어는 식감이 좋았다.

산낙지도 힘이 엄청 좋았다. 꿈틀대는 낙지를 기름장에 찍어 한입에 넣어 씹어 먹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언제 이렇게 커서 산낙지의 식감과 빨판의 힘을 즐길 나이가 되었나 싶다. 물론 아이들이 자란 만큼 나는 늙었겠지만 말이다.

결혼 12주년... 햇수로 13년을 함께해 준 아내에게 감사하다. 여전히 철없는 남편이고 아이들에겐 부족한 아빠임에도 이해해 주고 때로는 봐도 못 본 척 넘겨주는 아내의 배려 덕에 오늘까지 올 수 있었다.
불과 이틀 전에도 철없는 남편은 과음을 하고 들어와서 추태를 부렸고, 다음날인 어제는 안방 침대 위에서 오롯이 하루를 보내고 물아일체의 경지에 이르며 아내를 열불나게 했다.
13년 동안 함께해 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잘 부탁해.
사랑해~
https://youtu.be/cQ7p3Bji0BQ?si=O47qMdjYt5he5c6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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