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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여행/2025년 5월 부산

[부산 여행] 2. 동궁식당의 대구탕과 감천문화마을

by KangP_ 2025.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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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술을 더 사기 위해 빗속을 뚫고 편의점으로 향할 때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오늘의 일정이 계획대로 되지 않으리란 것을…

5월 2일, 여행 둘째 날. 머리를 긁적이며 ‘어젠 정말 미안했어’ 사과라도 하듯 날씨는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맑은 날씨와 달리 우리는 전날의 과음으로 인한 숙취로 구린 속을 달래며 침대에서 뒹굴고 있었다.

원래 계획은 아침 일찍 움직여서 감천문화마을을 둘러본 후 점심을 먹는 것이었지만, 11시가 돼서야 현관문을 열고 나온 우리에겐 무엇보다 해장이 급선무였다.

약 50분을 지하철로 이동해 토성역에 도착했다. 인간 챗gpt인 선배 형은 이미 토성역 근처 해장할 곳을 파악해 놓고 있었다. 토성역 2번 출구로 나와서 골목으로 주욱 올라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동궁식당’이었다.  

 


두루치기부터 돈가스까지 많은 음식이 가능했는데 그중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대구탕’이었다. 사실 이 식당을 찾은 것도 누군가 대구탕을 먹고 싶다는 말에서 시작되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아이들을 위한 돈가스와 어른들을 구원해 줄 대구탕을 주문했다. 지끈대는 머리를 붙잡고 어젯밤 이야기를 나누며 후회와 반성의 시간을 갖고 있자니 어느새 음식이 나왔다.
 

 
해물탕처럼 빨간 국물을 생각했는데 맑은 국물의 대구탕이었다. 아직도 뚝배기에서 끓고 있는 대구탕의 국물을 한 숟가락 떠서 조심스럽게 목으로 넘겼다. ’캬~ 시원하다~‘는 말이 자동으로 튀어나왔다.

대구와 함께 콩나물, 미나리가 만들어낸 국물 맛은 깔끔하고 깊었다. 언제부턴가 자극적이고 얼큰한 국물보다 이처럼 맑고 깔끔한 국물에 해장이 더 잘 된다. 대구탕 국물을 넘길 때마다 감탄사인지 간투사인지 분간할 수 없는 소리들(어~, 커~, 햐~, 어우야~, 주여~ 등)을 쏟아냈다.

 

국물뿐만 아니라 큼지막한 대구 또한 입맛을 돋웠다. 고개를 처박고 연신 숟가락을 움직이며 대구탕을 만들어 주신 사장님과 이 식당을 발견해 준 선배 형에게 감사했다.  
 

 
이때는 땀 흘리며 해장하기 바빠 몰랐는데, 사실 반찬도 종류가 다양하고 맛있었다. 손님이 뜸해지자 옆 테이블을 정리하던 사장님이 감천마을에 가는 거냐며 우리에게 말을 거셨다. 그렇다고 하자 거긴 한국 사람보다 외국인이 더 많다며 감천마을 외 다른 여행지도 몇 곳 추천해 주셨는데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때 느꼈던 사장님의 친절함과 진솔함은 아직도 마음 깊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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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탕의 시원한 국물의 힘으로 다시 살아난 우리는 마을버스에 몸을 싣고 감천문화마을로 향했다. 약 20년 전 사내 셋이서 찾았을 때보다 훨씬 화려해진 모습이었다.

이곳에는 실제 삶의 터전으로 살고 있는 원주민들과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이 공존하고 있었다.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는 곳에서 발생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이 공간에서는 어떤 형태로 발생하고 있는지, 혹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듣던 대로 외국인이 엄청 많았다. 서양인뿐만 아니라 한국 사람처럼 보이는 이들도 대부분 중국어나 일본어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아이들만 없었으면 구석구석 더 돌아다니고 싶었는데, 역시나 욕심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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