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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휴가 7일 차의 기록, 친구

by Kang.P 2019.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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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7일 차이면서 한글날이던 지난 9일에는 서울에 있었다. 대학 후배인 지웅이 결혼식 참석 차 상경한 김에 사람들과 한잔하며 그동안의 회포를 풀 요량으로 말이다. 예식이 끝나고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나니, 규일 형과 병국이 그리고 나, 이렇게 세 명이 남았다.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지 고민하던 우리는 오랜만에 한강에 가기로 했다. 당산역에 내려 긴 육교를 따라가다 보면 양화 한강공원으로 갈 수 있었다. 

육교에서 여의도를 바라본 풍경

여의도 한강공원처럼 강가 벤치에 앉아 한 손엔 커피를 들고 이야기 나눌 공간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정말이지 딱 우리의 생각에 불과했기에 다소 당황스러웠다. 같은 한강을 끼고 있지만 이곳의 분위기는 다른 공원과 달랐다(한강공원이라고 가본 곳은 여의도와 이곳이 전부이기에 비교의 대상이 여의도 밖에 없다). 그렇지만 샛길을 따라 걷는 느낌도 나쁘지 않았다. 서울에서도 흙길을 밟을 수가 있다는 사실도 새로웠고 말이다. 

편의점 커피를 손에 들고 저렇게 산책했다.

결혼식에 참석은 못했지만 함께 만나기로 한 태규를 기다렸다. 아파트 분양, 대출 등 현실적인 고민을 나누며 얼마나 기다렸을까. 육교 입구 쪽에서 친구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고개 돌려보니 녀석은 레옹 코스프레를 한 채 ('마틸다'를 웅얼거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우리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언제나 그랬듯 녀석은 사진 촬영을 빼먹지 않았다(아직까지 인스타에 사진이 올라오지 않은 것이 의아할 뿐이다).

생각해보니 우리가 알고 지낸지도 꽤 오래됐다. 같은 학교, 같은 전공으로 연을 맺어 20년을 넘게 이어온 인연이니 말이다. 같은 전공을 공부했지만, 어떤 이는 통신사에서 포털사이트 관련 업무를 하며 바쁜 와중에도 책 쓰는 일을 겸하고 있고, 다른 친구는 출판사에서 마케터로 일하고 있으며, 또 다른 이는 개인 프로덕션을 운영하며 영상 제작 일을 하고 있다. 나는 지역의 작은 도시에서 방송국 PD를 하고 있으니,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이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 새삼 흥미롭다. 

오늘을 기록하기 위해 한 컷 (규일형이 늙게 나와서 슬프다ㅜ,.ㅠ)
5년 전인 2014년의 우리들

​아무 생각 없이 당산역 근처의 곱창집으로 들어갔는데, 여기가 맛집이었다. 오후 4시가 조금 넘은 시간임에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곱창을 안주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우리도 한쪽에 자리를 잡고 곱창과 소주를 시킨다. 그리곤 이야기를 이어갔다. 대화의 주제는 없다. 술잔 부딪히며 누군가 이야기를 하면 그것을 주제로 대화를 이어가다가 또 다른 누군가가 다른 화두를 꺼내면 그것이 다음 주제가 되는 식이다(대부분의 술자리 대화가 이렇지 않던가). 이 날의 대화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친구의 노력을 알았고, 나이가 두 살이나 많음에도 나보다 더 열정적인 형의 모습을 보면서 나이가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오늘을 기념하여 1차에서 2차로 이동하던 중에 다같이 로또를 했다.

​나이가 들다 보니, 사람과의 관계를 맺는 데 있어서 '내가 저 사람과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어떤 현실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 즉, 인간적인 존경이나 연민, 공감, 가치관 등으로 형성되는 관계도 분명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사회생활에서 형성되는 관계에서는 이와 같은 질문이 전제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들을 만날 때는 그런 고민이 없다. 사회라는 냉정한 약육강식과 성과 위주의 시스템에 진입하기 전에 형성된 관계여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가끔 이렇게 올라와 만날 때면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는 느낌이다(주로 받는 경우지만 말이다).

예매해 놓은 버스를 타고 내려온 것을 보니 나도 이제 철이 좀 드나 보다. 예매 표는 휴지 조각으로 전락하고 밤새 술 먹다가 다음 날 버스로 내려오기 일쑤였는데, 이날은 예매해 놓은 저녁 8시 30분 차를 타고 내려왔으니 하는 말이다. 오랜만에 반가운 자리였고, 이 자리의 힘으로 당분간을 살아갈 수 있을 거 같다. 나중에 또 보자고, 친구들~ 그리고 그때는 충주에서 보게 될 것이야~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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