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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휴가 6일 차

by Kang.P 2019.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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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충주종합운동장 근처의 한 커피숍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공식적으로 휴가를 낸 날은 3일에 불과하지만 개천절과 한글날, 창사기념일과 노조 창립 대체 휴무로 인해 무려 11일간의 휴가를 즐기고 있고, 오늘이 6일째 되는 날이다(아마도 입사 이래 가장 긴 휴가일 것이다). 그동안 1박 2일로 원주의 한 리조트에 다녀왔고, 광명 이케아에 가서 필요한 가구도 사 오고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오늘은 평일이라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보내고 오랜만에 아내와 둘이 시간을 보낸다. 조조로 영화 ‘조커’를 보고 베트남 쌀국수와 소고기낙지덮밥으로 알콩달콩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그렇게 오전 시간을 보내고 마트에 들러 장을 보고는 이곳에 왔다. ​

베이글과 커피를 앞에 두고 각자 챙겨온 책을 읽고 있자니 이곳이 천국이요, 이것이 진정한 휴가구나 싶었다(어디까지나 건너편에 자리 잡은 4명의 수다스러운 여성들이 들어오기 전까지의 이야기다. 어라? 이젠 노래까지 부르네?).

간만에 생긴 긴 휴가를 뭐하며 보낼까 고민했었다. 국내든 해외든 며칠 갔다 올까 생각도 해 봤지만, 휴가 기간에 결혼식이 두 개나 있어서(그중 하나는 친동생의 결혼식이다. 축하한다, 동생) 쉽지 않았다. 결국 아이들이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시큰둥해서 반전이었던) 캐릭터룸이 있는 리조트로 1박 2일 다녀온 게 제일 큰 이벤트였지만, 개인적으로 지금 이 시간이 가장 좋다.

이런 여유를 누리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특히 아내와 둘이 동시에 이런 시간을 갖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평소 누군가 한 명이 쉬려면 남은 한 명은 아이들과 전쟁(?)을 치러야 한다. 그리고 대부분을 아내가 그 전장으로 뛰어들었으니,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다시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이렇게 오랜만에 둘이 마주 앉아 있으니 연애할 때 생각이 난다. 돌이켜 보면 그때는 말 한마디에서도 애정이 넘쳐났는데, 결혼 5년 차인 지금은 “우리 오늘 저녁 뭐 먹냐?”, “뭐 먹고 싶은데?”, “딱히......” 이런 류의 지극히 무미건조한 일상적인 대화가 전부다. 낭만을 찾기엔 두 아이 키우는 현실이 녹록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오늘 같은 시간이 더 중요하다(아이들이 싫다는 얘기가 아니니, 혹시라도 나중에 두 딸들이 이 글을 본다면 오해 없길 바란다).

우리의 존재를 망각했는지, 건너편 여성들의 대화는 점점 커져 급기야 샤우팅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제 1시간 정도 후면 어린이집 차에게 두 딸이 내릴 것이고, 우린 다시금 전쟁같은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우리에겐 시간이 얼마 없다. Carpe diem... (우는 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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