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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독서

[책] 어린이라는 세계

by Kang.P 2021.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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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은 처제가 아내에게 선물한 건데, 아내는 며칠 들고 다니는가 싶더니 언제부턴가 같은 자리에 방치하기 시작했다. 몇 번을 지나다가 호기심에 집어 들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는데 오늘 마지막 장을 덮었다.

어린이라는 세계 - 김소영 에세이

작가인 김소영 선생님은 어린이책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다가 지금은 어린이 독서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독서교실을 운영하며 겪은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느낌과 의견을 더한 에세이다 보니 사례가 구체적이고 이해가 쉬웠다.

책을 읽어 가며 든 느낌은 (이런 표현은 처음 써보는 것 같아 다소 쑥스럽지만) 몽글몽글했다. 진심으로 어린이를 대하는 저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고, 사소한 일상 속 작가의 성찰과 만날 때면 예상치 못한 깨닮음에 무릎을 쳤다.

어린이에게 '착하다'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착한 마음을 가지고 살기에 세상이 거칠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착하다는 말이 약하다는 말처럼 들릴 때가 많아서이기도 하다. 더 큰 이유는 어린이들이 '착한 어린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 두려워서다. (중략) 어른들의 말과 뜻을 거스르지 않는 어린이에게 착하다고 할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그러니 어린이에게 착하다고 하는 건 너무 위계적인 표현이 아닌가.


아이들에게 무심코 던진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그들에게 상처로 남지는 않았을까 반성하게 되며 두 딸뿐 아니라 주변의 아이들을 대할 때 좀 더 세심함이 필요함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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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크게 '1부, 곁에 있는 아이들' '2부, 어린이와 나' '3부, 세상 속의 어린이'로 나뉘어 있는데 마냥 몽글몽글할 것만 같았던 글들은 중후반부로 넘어가면서 무게감이 커졌다. 작가의 문체는 변함없이 따뜻하고 온화했지만 글의 내용은 날카로웠고 무심코 지나쳤던, 혹은 원래 그런 거라 생각하던 것들에 질문을 던졌다.

'나라의 앞날을 짊어질 한국인'이니 뭐니하는 말도 자제하면 좋겠다. 어린이는 나라의 앞날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늘을 위해서 살아 있다. 나라의 앞날은 둘째치고 나라의 오늘부터 어른들이 잘 짊어집시다.

 

나는 어린이날이 어린이의 소원을 들어주는 날에 그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어린이가 '해방된 존재'가 맞는지 점검하는 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방된 사람들답게 자유로운지, 안전한지, 평등한지, 권리를 알고 있으며 보장받고 있는지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점검하고 잘못된 것을 고쳐 나가는 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 읽는 내내 어린이, 특히 두 딸을 대하는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됐다. 훈육을 이유로 그들의 자유 의지를 억압하면서도 '아이들에게는 원래 그래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는지, 이유를 묻기보다 결과만을 놓고 평가하고 가르치려 들지는 않았는지, 무엇보다 아이들을 내 소유물로 생각하며 행동하지는 않았는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 많아졌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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