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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건강검진

by Kang.P 2016.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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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검진을 다녀왔다.

회사 방침상 6월 말까지 모든 직원이 건강검진을 마쳐야 했지만, 도저히 시간이 나지않아 회사에 이야기를 했고 오늘에서야 검진을 받았다. 매년 검진 받을 때마다 반복되는 현상이지만, 옷 갈아입고 건강검진센터에 앉아있으면 마치 조사 받으러 경찰서에 앉아있는 느낌이다. 1년 간 건강 안 챙기고 술과 담배로 몸을 혹사시킨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자리 같은 느낌이랄까.


검진복으로 갈아입고 수간호사로 보이는 분과 검진내용에 대한 상담을 했다. 작년 검진 내용을 토대로 올해 받았으면 하는 항목을 정리해 주셨는데 매우 친절하고 꼼꼼하게 하나하나 체크해 주셨다. 위내시경 이야기를 하시기에 그냥 조형술로 대체하겠다고 했더니, 3년 간 안 했다며 올해는 하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신다. 마치 엄마한테 혼나는 어린 아이처럼 아무런 말대꾸없이 명쾌하게 '네'라고 대답했다.


검진은 빨리 진행되었다. 누우라는 곳에 누우면 나머지는 기계가 다 알아서 해 줬다. 처음으로 스트레스 관련 검사를 했는데, 손목과 발목에 집게 같은 것으로 집고 1분 30초 동안 가만히 있으면 내 스트레스 여부를 분석했다. 정신적이고 심리적인 요인인 스트레스를 어떻게 기계를 통해 수치화 할 수 있는지 의아했다. 전기 신호를 통해 신체 리듬의 정상여부는 알 수 있겠지만, 그것으로 스트레스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까. 마치 '돈 많으면 행복할 것이다.'라는 추측성 가정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검진의 마지막은 내시경이었다. 너무도 힘들었던 첫 내시경의 경험이 트라우마가 되어 내시경을 할 때마다 수면내시경을 신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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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또한 기분 나쁜 경험이다. 손에 꽂힌 바늘을 통해 알 수 없는 약물이 내 몸 속에 퍼지고 시나브로 나의 의식을 가져간다. 마치 술 먹고 필름 끊긴 것과 동일한 상황에서 나는 무슨 행동을 했으며, 그들은 나를 어떤 식으로 다뤘을까. 내시경을 마치고 몽롱한 상태에서 의사 선생님이 사진을 보면서 설명해 준 내용은 기억이 없고 처방전을 주며 약을 사가라는 것만이 생생하다. 


그렇게 올 해의 건강검진을 마쳤다. 매년 정상보다 높게 나오는 혈압... 올 해부터는 진지하게 신경을 써야겠다. 가정용 혈압측정기를 구입해야겠다 다짐하며 옷을 갈아입고 병원을 나섰다. 


의료원 옆 약국에 처방전을 내밀었고, 한 참의 시간이 흐른 후 내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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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 번에 이렇게 많은 약을 처방받기는 처음이다,,,

음모론부터 해서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일단은 먹어보기로 한다. 결혼 하기 전 같았으면 무시했겠지만, 난 이제 한 여자의 남편이자 한 아이의 아빠가 아니던가...


나름 진지하게 검사에 임했던 오늘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할 것이고, 수 주 후 검진 결과를 통보 받으면 또 다시 금연과 운동을 고민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 또한 며칠 못 가겠지?


하지만 이제는 건강에 대하여 좀 더 진지해질 필요가 있다.

몇 달 후면

내 나이 


마흔이다...


몸과 마음의 건강에 조금만 더 진지해 지자, 이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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