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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콩국수

by Kang.P 2016.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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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 만드는 법을 검색해서 뭔가 정보가 있겠다는 싶어 이곳을 찾은 분들은 다소 실망하실 것이다.

면만 삶아서 마트에서 사 온 콩국물만 부으면 완성되는, 조리법이라고 말할 수 없는 매우 단순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블로그에 남기는 이유는 그 날의 우리 부부의 추억을 기록하기 위해서 이다. 


다들 같은 경험이겠지만, 요즘 30도 중반을 웃도는 폭염으로 불가마 속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가정집의 에어컨 사용량이 늘고 있고 전기요금 폭탄의 공포와 아울러 가정용 전기 누진세 문제가 큰 이슈가 되고 있다.


7일인 지난 일요일도 예외없이 찜통더위로 하루가 시작됬다. 무슨 생각에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교회가자고 아내와 약속을 했고, 아침 일찍 처갓집으로 모시러 갔다. (아내는 토요일 하루 자유시간을 주겠다며 처갓집에 가 있었다.)

걷는 것에 맛들린 딸아이 챙기느라 뭘했는지 기억도 없이 예배를 마치고 나와 마트로 향했다. 아기 이유식 재료를 사기 위해서 였지만, 매대에 놓여있는 콩국물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에도 면을 좋아하고 기본적으로 각종 라면과 종류별 국수(소면, 중면, 칼국수)를 상비하고 있는 입장에서 콩국수가 땡겼기 때문이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에어컨부터 켰다. 베란다에서 아이 물놀이를 시키고는 싱크대 앞에 섰다.

 



우선 중면을 준비했다. 



사실 중면과 칼국수면 사이에서 고민을 했으나, 장고 끝에 중면을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양은냄비에 물을 끓였다. 몸에 안좋다는 말도 많지만, 양은냄비는 십수 년의 자취생활과 함께한, 떼려야 뗄 수 없는 식생활의 동반자이다.




물이 끓기 시작하자 중면을 넣었다. 500원짜리 동전 둘레 정도로 잡으면 1인분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게 있어서 그렇게 잡아 두번을 넣었다가 왠지 좀 모자랄 것 같아서 50원 정도를 더 넣었다. (결국 양이 너무 많아 배 터질 뻔 함...) 




면이 끓어 넘치려고 하자 1/3 컵 정도의 물을 부어 가라앉히고 다시 끓어 넘칠 때까지 기다렸다. (백종원 형님이 어느 티비 방송에서 알려준 방법을 따랐다.) 그리고는 찬물로 면을 행궜다. 보일러를 켠 것도 아닌데 수돗물이 미지근했다. 요즘 날씨가 덥긴 덥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면을 빨래하듯이 박박 문질러야 쫄깃하다는 백형님의 말씀대로 열심히 문질렀다. 




그리고는 예쁜 그릇에 (사실 저 그릇 밖에 없다...) 보기 좋게 나눠 담았다.




오늘 처음 구입한 콩국물을 부을 차례. 사실 백형님이 (오늘 많이 언급되네,,,) 알려준 두부를 이용해 콩국물 만드는 방법으로 해 볼까도 잠깐 생각했지만, 맛에 대한 자신이 없어서 포기했다. 그리고 '대두 100% 국내산'이라는 표기를 믿기로 했다. (요즘 GMO도 이슈인데, 유전자 변형 수입농산물도 큰 문제라고 본다.)

  



국물을 먹어보니 진하고 약간 뻑뻑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얼음이 들어가기에 녹으면서 잡아 줄 것이라 판단해서 물을 더 넣지 않고 콩국물 자체만 사용했다.  




그렇게 한 상 차려 일요일 저녁이 완성되었다. 




아내가 미리 만들어 놓은 비빔만두가 밥상을 더욱 빛나게 했다...ㅋㅋ






결과적으로 맛있었다.

전에 면까지 포함된 인스턴트 콩국수를 해 먹어 본 적이 있는데, 그때는 면이 정말 별로 였다. 집에 있는 중면을 적당하게 끓여서 먹는 것이 훨씬 쫄깃했다. 


반찬이라고는 비빔만두 하나에 콩국수가 전부인 저녁이었지만, 그 어느 진수성찬 부럽지 않았고 먹으면서 대화할 거리도 많았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음식을 만드는 것, 누군가가 나를 위해 음식를 하고 있고 그것을 기다리는 것... 이런 것이 행복인가 보다. 

맨날 받아먹기만 하다가 어쩌다 한 번 요리했다고 (그것도 매우 간단한...) 속 편한 소리 하는 것 같네... 쿨럭...


앞으론 좀 더 자주 싱크대 앞에서 도마와 칼을 잡겠소, 여보~~


촬영 : 아이폰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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