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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선물2

천 원짜리 샤프 좀 지난 일이긴 한데, 지난달 말에 생일이 있었다. 젊을 때야 사람들과 시끌벅적한 술판을 벌이며 시간을 보냈을 테지만 대략 마흔을 넘긴 시점부터인 것 같다. 가족과 조촐하게 생일을 보내기 시작한 게 말이다. 예전만큼 어울릴 이들이 많지 않은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왁자지껄 흥겹게 보다는 조용하고 의미 있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것도 사실이다. 매 년 생일이면 아이들은 정성스럽게 쓴 편지로 선물을 대신했다. 근데 올해는 처음으로 큰 딸이 편지와 함께 물건을 선물로 내밀었다. 샤프... 생일 며칠 전부터 선물로 받고 싶은 게 뭐냐 묻길래 처음에는 '집'이라고 했다가 혼났고, 현실적인 물건을 찾던 중 '샤프'가 생각났다. 나중에 동네 문방구에 가보니 내가 받은 선물과 같은 샤프 밑에 '1,000원'이라는.. 2023. 11. 4.
휴업과 선물 "저녁 먹은 거 설거지하면 선물 줄게." 어제 저녁, 비염이 심해져 코를 휴지로 막고 소파에 드러누워 있던 아내가 말했다. "내가 언제 선물 줘야만 설거지했냐? 뭔데, 선물이?" "설거지나 하고 이야기해." 뭔진 모르겠지만 그깟 선물 따위 때문에 설거지를 한다는 건 자본의 노예로 전락하는 것과 다름 없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한 채 수세미로 접시를 문질렀다. 저녁을 간단하게 먹었더니 설거짓거리가 많지 않았다. 설거지를 마치고 '자, 이제 약속대로 선물을 내놔라'는 표정으로 아내를 응시하고 있자니, 이 사람이 밀땅을 시작했다. 선물 때문에 설거지를 한 게 아니니 주든 말든 상관없다는 쿨한 자세를 취하고 싶었지만, 이미 몸은 앙탈을 부리고 있었다. 결국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아이들 색칠놀이 할 것을 뽑아준 .. 2020.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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