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개나리원룸2

20대 주거 변천사 며칠 전 친절한 페이스북은 12년 전 오늘의 기록이라며 사진 한 장을 보여줬다. 예성세경아파트 103동에 살 때의 사진이었다. 나름 열심히 청소를 했고 그걸 자랑하고 싶어서 올린 사진 같은데, 이불 대신 자리를 지키고 있는 축 처진 침낭과 커버를 잃어버린 덕에 (쓸데없이) 스릴 만점이었던 선풍기의 모습이 애처롭다. 정주 여건이 쾌적하다고 할 순 없었지만 그럼에도... 아니, 어쩌면 그랬기에 저 공간에서 소중하고 다이나믹한 추억을 쌓을 수 있었는지 모른다. 사람이 일생을 살면서 몇 번의 이사를 하기 마련인데 돌이켜 보면 스무 살에 서울 생활을 시작한 후 결혼 전까지의 이사 과정이 흥미롭다. 믿고 있던 충북학사(당시는 개포동에 있었다)에서 떨어지면서 부랴부랴 친구 따라 외대 앞에 하숙집을 잡았고 그 공간에 .. 2023. 6. 30.
휴업과 개나리 원룸 휴업으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집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는 새롭게 택지 개발해 지어진 곳인데, 아파트 단지 건너편에는 3층짜리 노란색 건물 3동이 있다. '개나리 원룸'이란 이름도 건물 색에서 따온 것이 분명하다. 사실 이곳은 충주로 내려온 후 두 번째로 터를 잡았던 곳이다. 정확한 평수는 모르는데, 10평이 안 되는 공간에 방 하나와 복도 겸 주방, 그리고 화장실이 딸린, 말 그대로 원룸이다. 외관은 허름해 보이지만, 내부는 깔끔했다(전에 쓰던 사람이 깨끗하게 써서 더 그랬다). 내 방에서 창문을 열면 바로 건국대학교 축산과 실습장이 보이는데, 말이 실습장이지 젖소들을 방목시키는 목초지다. 덕분에 가끔 비몽사몽 일어나 창문을 열 때면 대관령에 와 있는 착각에 .. 2020. 9. 18.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