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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여행/2022년 12월 경주

[경주 여행] #.1 바니베어 뮤지엄의 위엄

by Kang.P 2022.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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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로 경주를 택한 건 고육지책이었다. 여름휴가도 제대로 못 간 상황에서 남은 연차 중 일부를 몰아서 내고는(그래봤자, 월화수) 어디로 갈지 고민했다.

토요일에는 정말 오랜만에 대학시절 벗들과의 만남이 있어서 서울에 다녀와야 했다. 수요일은 개인정비의 시간이 필요할 테니 결국 2박 3일이 남는 건데 제주도라도 가기엔 너무 짧은 기간이라 고심 끝에 경주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운 좋게도 한화리조트 경주의 특가 상품을 발견하여 하루 9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 이틀을 묵을 수 있었다.



뽀로로 워터파크가 있다는 건 알았지만 몇 주 전에 쏠비치 삼척에서 물놀이도 했고, 숙소에 있기보다는 밖으로 돌아다닐 계획이기에 아무 준비 없이 갔다. 근데 막상 야외 온수 풀장을 보니 ‘챙겨 올 걸 그랬나’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한화리조트가 초행길이다 보니 리조트 인근에서 지하도로 빠져서 좌측으로 들어갔어야 했는데 그만 직진을 해 버렸다. 편도 1차선 길이라 유턴을 할 수도 없었고 P턴 형식으로 돌릴 길을 찾아야 했다. 그렇게 길을 찾아가다 보니, 어라? 숙소에 짐을 부리고 첫 일정으로 계획했던 '바니베어 뮤지엄'이 코 앞에 있는 게 아닌가.



바니베어 뮤지엄은 실바니안과 테디베어를 동시에 볼 수 있는 박물관이다. 아무래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다 보니 이들의 취향을 존중해야 했다. 예상은 적중했고 아이들의 반응은 경주 여행 전체를 통틀어 가장 뜨거웠다.

고삐 풀린 망아지가 사람이라면 아마도 이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넘치는 아드레날린을 통제하지 못했고 신나서 이리저리 뛰어다녔다(평일이라 사람이 많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우리는 전날 네이버에서 미리 예매하고 갔지만 당일 예매도 가능했다(예매 한 시간 후부터 사용 가능). 바니베어 뮤지엄 뿐만 아니라 루지나 정글의 법칙 패키지 예매 상품도 있었지만 우린 일정 상 이곳만으로 충분했다.



실바니안 전시관은 제품 위주로 전시되어 있었다. 연도별로 생산된 제품과 캐릭터가 전시되어 있기도 했고 사진을 찍기 좋은 포토존도 많이 마련되어 있었다.



테디베어 전시관은 신라의 다양한 역사적 장면들과 공룡 시대의 모습을 테디베어로 재현해 놓았다. 실바니안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아이들이 없었다면 경주와 아무런 연관 없는 실바니안과 테디베어의 박물관이 웬말인가 싶었을 텐데, 지금은 이 공간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뮤지엄의 위엄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물론 출구로 나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기념품 매장에서 큰 돈을 지출해야 했지만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었다.


전리품을 가슴에 안고 기념사진 촬영 중인 아이들


경주 여행의 시작이 좋았다. 길을 잘못 든 결과 자연스럽게 첫 여정을 시작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숙소 먼저 갔다면 피곤한 나머지 오늘의 일정을 내일로 미뤘을 것이 분명했다.

리조트의 지하 오락실에서 짧고 굵게 놀고 숙소로 올라왔다. 그리곤 남은 일정을 무사히 마치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내와 잔을 부딪히며 첫날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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