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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휴업과 월요일

by Kang.P 2020.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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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휴업으로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이다. 두 달 전부터 나에게 월요일은 으레 쉬는 날이 되었는데, 창 밖으로 월요일 특유의 긴장감과 분주함이 느껴질 때면, '나만 도태되는 거 아닌가?' 하는, 2004년 백수 시절, 반지하 자취방을 뒹굴며 느꼈을 법한 두려움이 스쳐간다.

 

이런 '도태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요즘 좀더 열심히 살려고 노력 중이다. 강도가 높지는 않지만 틈틈이 홈트도 하고 있고, 수불석권하려 노력 중이며, 다시 예전처럼 점심시간이면 이어폰을 귀에 꽂고 호암지로 향한다. 

 

사실 전에는 뒤처짐에 대한 두려움 따위는 없었다. 노력하지 않아서 뒤처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고, 그 원인은 본인에게 있기에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면서 노력은 하지 않았으니, 지금 생각해 보면 남과 비교되고 평가받는 것에 크게 신경을 안 쓰며 살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좀 달라졌다. 결혼, 특히 두 딸의 아빠가 된 후부터인 것 같다. 아이들에게 부족한 아빠가 되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다. '못 하는 게 없는 슈퍼맨' 같은 존재가 되어 주고 싶었다. 물론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우리 아빠도 남들과 다를 바 없는, 회사 다니면서 월급 받는 '아저씨'임을 알게 되겠지만, 그 시기를 좀더 뒤로 밀고 싶은 마음이다. 

 

 

언젠가 큰 딸이 어린이집에서 영단어 포스터를 받아왔는데, 세상에, 거기에는 내가 모르는 단어들도 있었다. 6살짜리가 배우는 영어를 모른다는 것이 가히 충격이라 할 만했다(변명을 좀 하자면, 일상생활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단어들이긴 했다. 우리가 동물들의 새끼를 이르는 단어까지 알 필요는 없지 않나).

 

지식보다 지혜를 기르는 교육이 중요하지만 아빠와 딸이 함께 교감할 수 있는 교집합은 있어야 하기에, 오늘도 어린이집 영단어를 외우며 아이들에게 퀴즈를 내고, 홈트를 하며 비행기와 놀이동산 놀이에 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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