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다반사

휴업과 방학

by Kang.P 2020. 7. 28.
728x90

어제도 어김없이 휴업을 하며 월요일을 보냈는데, 지난주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어린이집도 어제부터 방학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대수롭지 않은 냥 쿨하게 이야기하지만, 어린이집의 방학은 ‘슬기로운 휴업 생활’에 대 변환을 일으키는,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다. 유일하게 아내와 둘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날이 방학과 함께 먼지처럼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니 마치 아이들과 시간 보내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모진 아빠처럼 보일 것 같아 첨언하면, 휴업에 들어가면서 나름대로 일주일 중 하루, 휴업일만큼은 나를 위한 투자의 시간으로 활용하자 계획했는데, 이 모든 것이 하룻밤의 꿈이 되어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이라 생각해 주길 바란다.

이런 아쉬움 속에도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으니 그것은, 모순되게도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평일에는 퇴근해서 저녁 먹고 (아주) 잠깐 함께 시간을 보낸 후 씻고 자면 하루가 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무려 3일을 아침에 눈 뜨는 시간부터 밤에 눈 감는 순간까지 네 식구가 함께하다 보니, 피곤하지만 아이들과의 관계가 좀더 깊어지는 걸 느낀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이들의 소소한 행동과 해맑은 웃음 속에서 위로받고 힐링이 된다는 사실이다. 

 

특히 요즘 몸으로 많이 놀아주다 보니 더욱 그런 느낌이 든다. 역시 스킨십은 매우 중요한 상호 교감 요소다(문득, 접촉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설파하는 아이템을 준비했다가,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킬 당했던 쓰린 기억이 떠오른다. 젠장). 일명 ‘놀이동산 놀이’라고 부르는 놀이는, 말 그대로 아빠가 놀이동산의 놀이기구로 변신하면 되는, 매우 간단하지만 상당한 근력과 창의력을 요하는 놀이다(물론 아빠에게 말이다).

 

 

where is my head??

 

아이들이 양쪽 팔에 올라타면 부들부들 떨며 일어난다. 매달리는 자세의 특성상 두 아이의 입은 아빠의 귀에 밀착하게 되는데, 몸을 움직여 빙빙 돌리기 시작하면 '꺅!!' 하는 비명과 까르르 웃음소리가 다이렉트로 달팽이관에 전달돼 순간적으로 이명과 함께 청각을 잃는 현상을 경험하곤 한다.

 

달팽이관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이런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과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행복해진다. 세상 고민 없이 지금의 상황을 즐기는 모습에서, 오만가지 걱정에 빠져 지금, 현재를 즐기지 못하는 내 모습에 대한 반성이 뒤따른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라는 말이 여러 가지로 해석되지만, 현재의 상황과 그때의 감정에 충실한 아이들의 모습은 큰 가르침으로 다가온다. 

 

마흔셋 나이에 몸으로 노는 것이 육체적으론 버겁지만, 아이들의 기분 좋은 웃음소리와 그 표정이 너무 좋아, 앞으로 더 노력해야겠다. 

반응형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휴업과 아이맥  (0) 2020.09.10
휴업과 고장난 에어컨, 그리고 크라잉넛  (0) 2020.08.26
휴업과 커피숍  (0) 2020.07.20
휴업과 독서  (0) 2020.07.14
휴업과 빨간오뎅  (0) 2020.07.1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