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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휴업과 등산

by Kang.P 2020.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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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월요일. 금요일부터 시작해 2박 3일의 음주가무(?)와 숙취에 비례하는 크기의 월요병과 싸워가며 힘차게 한 주를 시작했, 어야 하지만, 오늘 역시 나는 휴업이다. 4일째 놀고 있는 것이다. 최소한의 소비로 가성비 높은 즐거움을 추구하다 보니, 대부분의 일과를 집에서 보내게 된다. 어제도 노브랜드 피자와 치킨, 꼬치어묵으로 저녁 술상, 아니 밥상을 차렸다. 

 

누가 봐도 술상인 밥상이다.

오늘은 아내와 충주 남산에 오르기로 했다. 나도 오랜만이지만, 아내에게 등산이란 '왜?'라는 의문사와 동격인 단어로서, 그 필요성과 이유를 전혀 못 느끼는 행위다. 같은 이유로 연애 포함 9년을 만나면서 산이라고는 제천 용두산에 다녀온 것이 전부인 그녀다. 

 

그런 아내가 선뜻 등산에 동의한 것은, 아마도 요즘 주문처럼 입에 달고 사는 '살 빼야지'라는 말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 어린이집 등원을 시키고 남산 주차장으로 갔다. 그리고 역사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남산은 해발 636m의 높지 않은 산이지만, 수년만에 산에 오르는 사람에게, 그것이 해발 1,915m의 지리산이든 남산이든 힘들기는 매 한 가지다. 

 

사실, 아내가 힘들다고 하면 욕심부리지 않고 중간에라도 내려갈 생각이었는데 은근히 끈기가 있었다. 사이사이 '힘들면 내려갈까?' 물어봐도 이왕 온 거 가 보잔다(좀 멋졌다). 중간에 '큰 딸이 배가 아프다며 누워있다'는 어린이집 선생님의 전화로 마음이 조급해졌지만, 이내 걸려온 '다시 잘 논다'는 연락에 평성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동안 아내와의 시간이 너무 없었다. 가끔 평일에 휴가 내고 둘이 집에 있을 때도 있지만, 쇼파에 누워 티브이를 보거나, 핸드폰 만지기 일쑤였다. 몸만 같은 공간에 있을 뿐 서로 다른, 각자의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숨이 차서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하지만 함께 산길을 걷는 행위 자체가 새로웠다.  

 

우미칼국수의 사골 칼국수

범바위 쪽으로 올라가 깔딱고개로 내려온 우리는 샤워를 마치고 칼국수를 먹으러 갔다. 후배를 통해 알게된 칼국수집인데, 사골 칼국수가 기가 막혔던 기억이 있어서 아내에게도 맛 보이고 싶었다. 음식 맛 때문인지, 등산으로 인한 허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아내는 국물까지 싹 비워버렸다. 잘 먹는 모습이 보기 좋다. 의무휴업 첫 달이라 급여가 실질적으로 얼마가 나올지 그저 추측해 볼 뿐이지만, 적응해야 하는 것만은 사실이다. 비록 수입은 줄더라도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는 건 좋은 일이다. 다만, 나 스스로가 돈에 대한 스트레스로 이 소중한 시간을 헛되이(또는 엉뚱하게) 보내는 건 아닐지 걱정이 앞설 따름이다. 마음가짐과 관점이 중요한 시기다. 

 

여담이지만, 집에 있어보니 아이들 하원 시간이 왜 이리도 빨리 찾아오는지 모르겠다. 애들이 싫어서가 아니라, 아내와 둘이 커피 한 잔 나누며 여유롭게 산책도 즐기고 싶은데, 좀 움직여 볼까 싶으면 이들이 온다... 이거야 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youtu.be/kdbJji3L9q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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