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출산 예정일이 보름 앞으로 다가 왔다.
만삭의 몸으로 집에만 있는 것을 답답해 하는 것 같아서, 주말을 이용해 당일치기로 여행을 계획했다.
당일치기라고는 했지만, 분위기에 따라 1박도 예상하고 출발한, 다소 무계획에 가까운 여행이었다.
전 날 지도 보며 어디 갈지를 한참 고민했다.
올 여름에는 바다를 못 가봐서 동해 쪽으로 알아봤으나, 회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우리에게 동해는
그저 바다 한 번 보고 커피 한 잔하면 더 이상의 일정은 없을 것이 불보듯 뻔했다.
그렇게 고민 끝에 결정한 곳이 '군산'이다.
다음날인 22일 (토) 아침.
평소 출근하는 일정으로 씻고 준비해서 집을 나섰다.
충주에서 군산까지의 거리는 약 200km 거리로 넉넉잡아 3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오랜만의 장거리 운전이다,,,
12시가 조금 넘어 군산 시내 도착.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중국집 '빈해원'
'무도빠'로서 군산에 간다면 이곳을 한 번 가보고 싶었었다. 물론 아내도 마찬가지로...ㅋㅋㅋ
내부 구조는 티비에서 본 그대로 였다.
여러 사람이 한 테이블에 앉아서 같이 먹는 분위기도 새롭군.
주문 받는 것을 보니, 주인 뿐 아니라 서빙하시는 분 모두 화교인 듯 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가장 기본인 짜장면과 짬뽕을 먹어보기로 한다.
아내가 찾아본 블로그 글들에서는 호불호가 많이 나뉘었고,
이럴 때 일수록 직접 입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ㅋ
추가로 사천 탕수육도 하나 시켰다.
결과적으로 사천탕수육-짜장-짬뽕 다 맛있었다.
먹는 중에 생각나서 찍는 바람에 사진이 이쁘지는 않지만, 맛은 사실이다.
짜장면은 담백했고, 짬뽕은 요즘 유행하는 자극적인 맛이 아니라 매콤하면서도 짜지 않아 해장으로는 그만일 듯 했다.
탕수육을 먼저 시켰어야 했는데, 짜장, 짬뽕 먹다가 나중에 탕수육을 시켰더니
결국 남아서 포장해 왔다.
입구에 있는 무한도전 멤버들과 1박 2일 김종민의 싸인
주린 배를 채우고, 우리가 찾아간 곳은 군산 오면 꼭 가보고 싶었던 바로 그 곳.
8월의 크리스마스 세트장인 '초원 사진관'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 (감독 허진호)는 나에게 최고의 멜로영화다.
다시 보기를 몇 번, 이제는 내용을 거의 외울 정도.
요즘도 가끔씩 8월의 크리스마스 DVD를 꺼내 보곤 한다.
그런 영화의 촬영장이니 어찌 지나칠 수 있으리오...
구도심으로 생각되는 골목 한 켠에 사진관이 있었다.
다림을 닮은 아내도 다림의 차에서 한 컷~ㅋㅋㅋ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정말 많았다.
고즈넉한 사진관의 모습을 담고 싶었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초원사진관 주변도 많이 변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주변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은 많이 달랐다.
하긴 20년이 다 되어가는 영화니 그럴 수 밖에...
상갓집에 다녀온 정원에게 빨리 사진을 뽑아달라며 채근하는 다림. 타인의 죽음 속에서 본인의 미래를 본 것인지 평소와 다르게 좀 기다려 달라고 퉁명스럽게 대하고... 금세 미안해진 정원이 나무 밑에서 기다리는 다림에게 아이스크림을 건내는 장면...
이제는 그 나무도, 여유로워 보이는 주변 풍경도 찾아 볼 수 없어 아쉬웠다.
사진관 내부도 사람들로 북새통
영화 촬영 후 철거했던 사진관을 다시금 군산시에서 복원해서 관광 상품화 한 것이라는데, 이건 정말 잘 한 것 같다.
초원 사진관 바로 옆 골목에서는 주말마다 문화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아마도 이 곳이 신시가지 개발 전의 구도심이었나 보다.
많이들 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것 같았는데, 결과적으로 초원 사진관의 복원은 이런 도시재생의 큰 원동력이 되고 있는 듯 했다.
초원사진관이 있는 신창동 주변 골목은 이뻤다. 높지 단층 위주의 건물과 골목 곳곳에 위치한 아기자기한 상점들...
그 길을 따라 우리는 이성당으로 향한다.
photos by iphone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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