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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여행/2024년 4월 묵호

[묵호 여행] 어달 해변과 선창횟집

by Kang.P 2024.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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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사회생활로 바빠서 시간 맞추기가 어렵다 보니 이제는 여행을 계획할 때도 어디를 가는지 보다 언제 가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이번 묵호 여행도 그랬다. 한 달 전에 날짜부터 잡았고 기간이 임박해 부랴부랴 장소를 모색한, 그런 여행이었다.
 
‘묵호에 가 보니 좋더라’는 큰 딸 친구 엄마의 말에 우리는 여행지를 묵호로 정했다(단순하다). 함께 여행을 준비했던 꼼꼼한 형은 에어비엔비로 어달 해변 주변의 숙소를 검색하고는 어떤지 의견을 물어왔다. 가격은 좀 있었지만 두 가족이 이틀을 묵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특히 기성 숙박업소가 아니라 개인이 운영하는 에어비앤비인 것도 맘에 들었다(이미 에어비앤비에는 많은 숙박업소들이 포진해 있다).
 
이름도 이쁜 어달 해변은 아담하고 사람도 많지 않아 좋았다. 
 

 


어달은 고구려시대 언어로 샘을 뜻하는 어을(於)과 산을 의미하는 달(達)이 합쳐진 지명이라는 설이 있는데, 말 그대로 작은 해변 뒤로는 산을 마주하고 있어서 같은 동해지만 강릉, 속초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묵호에 도착한 첫날은 날씨가 좋았다. 숙소에 들어가 짐도 풀기 전에 아이들은 해변으로 뛰어들었다. 한낱 모래에 불과할진대, 뭐가 그리 재밌는지 까르르까르르 웃으며 모래집을 짓고 해초를 건지러 다니는 녀석들을 보고 있자니, 작은 것에 행복을 느끼는 저들이 내심 부러웠다. 


한참을 놀고 숙소로 향했다. 내부를 리모델링한 가정집이었는데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방과 화장실이 각각 두 개라 두 집이 묵기 딱 좋은 화이트 톤의 아담한 구조였다.
 
대충 짐을 부리고 집을 나섰다. 동네 산책도 할 겸 저녁 먹을 식당도 찾을 요량이었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동해 바다가 보였고 오른쪽으로 돌리면 편도 1차선 해변도로를 따라 옹기종기 들어선 집들과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작은 어촌 마을 느낌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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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걷다 보니 큰 수조가 눈에 들어왔다. 횟집의 수조였는데 얼마나 큰지 수족관에 와 있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아이들은 탄성을 지르며 수조에 달라붙어 물고기를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이렇게 된 거 여기서 저녁을 먹을까?' 하는 생각에 형에게 물었더니, 어차피 아는 가게도 없는데 그러자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선창횟집'으로 들어갔다. 
 

 
 

 


아이들 셋 포함 일곱 명이 함께 먹을 만한 메뉴가 있는지 물었다. 아이들이 회를 못 먹기 때문이었는데, 미역국과 튀김, 밑반찬으로 충분히 먹을 수 있다며 8만 원짜리 세트 두 개를 추천했다. 그렇게 준비해 달라고 하고는 어달항 주변을 좀 더 둘러보고 돌아왔다. 
 
1층에는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가야 했다. 안내에 따라 방으로 들어서니, 


예상치 못한 멋진 풍경이 펼쳐졌다. 탁 트인 동해 바다를 마주하며 식사를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룸에 자리를 마련해 줘서 아이들도 다른 손님들 눈치 안 보며 식사와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행운이었다. 
 
잠시 후 메인 요리인 회가 들어왔다.
 


우린 또 한 번 눈이 휘둥그레졌다. 8만 원이라고 하기엔 매우 푸짐했다. 무엇보다 놀란 건,

한 줄을 차지한 참치회


광어, 우럭, 아구와 함께 참치가 있는 게 아닌가. 참치회는 참치 전문점에서만 먹는 줄 알았는데 일반 횟집에서 만나니 다소 당황스러웠다. 아주머니는 오늘 참치가 들어와서 같이 올렸다는 설명을 더했다.
 
회를 즐겨하지 않는 편인데, 이날은 엄청 맛있게 먹었다. 회도 회지만 상을 봐주시는 아주머니들이 친절하셨다. 왁자지껄한 아이들 손님이 있으면 짜증날 법도 한데, 되려 아이들에게 농담도 던지시며 아이들을 위한 반찬을 추가로 챙겨주셨다. 마치 친손주를 대하는 할머니의 모습 같았다. 일상에서의 작은 말 한마디, 배려 하나가 상대방에게 얼마나 큰 감동을 줄 수 있는지를 다시 한번 느끼는 시간이었다.

술이 술술 넘어간다

 
우연히 찾아간 선창횟집은 음식맛과 풍경, 서비스 등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웠다. 이러한 만족스러움은 당연히 과음으로 이어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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