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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여행/2016년 1월 강릉

[강릉여행] 세가족, 처음으로 여행을 떠나다...

by Kang.P 2016.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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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들어 첫 가족 여행을 떠났다. 딸아이 태어나고 세가족이 처음 떠나는 여행이다.

며칠 전부터 어디로 갈까 고민해 왔다.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하루하루가 복사해서(ctl+C) 붙여넣기(ctl+V) 한 것 같은, 똑같은 삶의 연속인 아내에게 콧바람을 좀 쐬게 하는 것이다. 요즘 아내가 겪고 있는 스트레스는 출산 초기의 그것과는 달라보였다. 그 때는 애 때문에 잠 못 자는 등, 갑툭튀 딸로 인한 맨붕에서 오는 스트레스였다면, 요즘은 하루 종일 아이한테 매달려 살면서 본인 자신의 삶이 없어진 것에서 오는 허탈감과 같은 것 같다...(어디까지나 내 생각...)

그래서 오랜만에 바다를 보여주고 싶었고, 그래서 만만한 경포대로 목적지를 잡았다.


목적지만 결정했지 세부 계획은 없이, 그냥 출발했다. 






2시간이면 충분할꺼라 생각했는데 네비에 찍고 보니 2시간 40분의 거리였다. 생각보다는 좀 더 걸렸지만, 당일치기로 갔다오기에는 충분한 거리다. 어제 미리 기름도 만땅 채워 넣고, 자동 세차도 해 놓고 만반의 준비를 해 놓았기에 아침에 일어나 씻고 9시 반 즈음 집을 나왔다. 






우리 딸은 피곤했는지, 차에 타자마자 잠에 빠진다...ㅋㅋㅋ









잘 가는 것 같다가 횡성을 지나면서 길이 막히는 구간이 두세 곳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강릉 경포대...

오랜만에 란돌씨 (코란도C) 장거리 뛰는라 고생하셨슈~ㅋㅋ




















아내와 딸을 위해 왔지만,  나 역시도 정말 오랜만에 보는 바다다...

어디보자... 기억을 더듬어 보니, 지난 2014년 신혼여행으로 간 베트남 다낭의 에메랄드 빛 바다를 보고는 처음인 것 같다. 이거 참... 아무리 바다 없는 충청북도에 산다지만, 이 정도로 바다 한 번 보러 올 여유조차 없이 살았단 말인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바다라는 것을 본 우리 딸...

수평선과 부서지는 파도, 오가는 사람들 보느라 눈과 목이 정신없이 움직인다...ㅋ










나중에 우리 딸이 오늘의 여행을 기억할 수 있을까?? 물론 못하겠지... 

어쩌면 그래서 이렇게 사진과 글로 오늘의 기록을 남기는 것인지 모르겠다. 







요즘같이 디지털 시대에도 폴라로이드 사진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경포대로 여행을 결정하면서, 반드시 해야한다고 다짐한 것이 있었다. 

바로 저 흔들의자에 앉아서 세가족이 사진 찍기... 

의자 경쟁률은 생각보다 높았다. 의자의 갯수도 적었고, 쉽게 자리가 나지 않았으며 그래서인지 한 번 자리잡고 앉으면 쉽게 일어나질 않았다. 바닷바람은 생각보다 찼고 혹시나 딸아이 감기 걸릴까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흔들의자에서 사진 찍는 것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아내와 구역을 나눠 사람이 일어나기를 기다린 결과, 마침내 우리도 저 위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트라이포드를 펼쳐서 앵글을 잡고 가족 사진을 찍었다. 









선배 아빠들은 이미 아시겠지만, 아이와 함께 사진 찍는 것은 참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억척스럽게 이곳에서 사진을 찍고자 했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12년 이맘 때 연애시작하고 100일 기념으로 바로 이곳, 경포대로 여행을 왔었다.


아흔아홉 송이 장미를 준비하고 나머지 한 송이는 너라며 닭살멘트를 날리던 그 때의 경포대를 4년만에 다시 온 것이고,

그 때 둘이 함께 찍었던 사진과 같은  포인트에서 사진을 꼭 찍고 싶었다. 






2012년 2월 경포대에서의 우리







이렇게 두 사진을 붙여놓고 보니 새롭다.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는 둘에서 셋이 되었고 나름 탱탱하던 피부에는 어느덧 연륜이 묻어났다... 

내년 이맘 때 또 다시 이곳에서 사진을 찍는다면, 그 때 우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경포대도 많이 바뀌었다. 아니 바뀌고 있었다.  경포대 중앙광장 맞은편은 호텔 공사가 한창이었다. 

그리고 4년 전에는 볼 수 없었던 것도 눈에 들어왔다. 








다름 아닌, 느린 우체통.







이 곳에 엽서를 넣으면 1년 후에나 도착한단다. 내년 이맘 때나 받는 것이지...


순간, 지난 1998년 지리산 천왕봉에 묻어둔 타임캡슐이 생각났다. 청왕봉 주변에 타입캡슐을 묻었고, 다음해 다시금 찾았을 때는 폭우로 유실되고 없었다. 잃어버렸다는 허탈감보다 누가 주워서 읽어볼까봐 그것이 더 걱정되었던 시절... 당시 스물 두 살의 내가 서른 살의 나에게 쓴 편지였으니, 내용이 어땠겠는가,,,ㅋㅋ









우리도 1년 뒤의 우리에게 편지를 썼다. 강릉시 차원에서 관광사업으로 진행하는 것이라 따로 우표를 붙일 필요는 없어 보였다. 











그러나

진지하게 고민하며 정성껏 글을 써내려가기에는 날씨가 너무 추웠다. 손가락이 얼어서 글씨를 쓰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결국 엽서의 내용보다 이 엽서가 1년 후에 정말로 집에 도착하는 실험해 보는 것에 의미를 두기로 하고  대충 글을 적고 우체통에 넣었다.








1시가 넘은 시간. 이제 점심을 먹어야 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주문진의 유명한 생선구이를 먹기로 했다. 

경포대에서 주문진까지는 약 10km거리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가는 길은 쉬웠으나 주문진읍내 도착해서는 차가 무지하게 막혔다. 신호등은 대부분 점멸등이었고 마치 '알아서 요령껏 피해서들 다니시오' 하는 것 같았다.













특히 주문진항 근처는 마치 교통사고 난 고속도로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읍내에서 식당가는데만 약 3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그렇게 도착한 실비 생선구이집...








아내가 검색해서 찾아온 곳인데, '아빠 어디가'에도 나오고 이미 방송을 많이 탄 곳 이었다. 









2시가 넘은 시간이었음에도 가게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우리는 모듬생선구이 2인분을 시켰다.








처음으로 사람들 북적이는 식당에 온 우리 딸은 지나가는 사람들 쳐다보느라 정신이 없다~ㅋㅋㅋ











생선구이는 맛있었다. 된장찌개도 맛있고, 젓갈류의 반찬도 좋았다. 

다만 1인분에 만원인데, 만원이 아깝지 않을 만큼 푸짐한 상은 아닌 듯 하다...

그냥 뭐랄까... 여행와서 한 번 경험해 보기 괜찮은 정도랄까. 



강릉에 온 만큼 유명한 커피도 한 잔 하고 싶었으나 아이 잠자는 시간 등을 계산 했을 때 생선구이집을 나와서는 다시금 충주로 출발해야 했다. 


그렇게 세가족이 처음으로 함께 한 여행은 마무리 되었다. 

바다 한 번 보고 생선구이 먹고 온 것이 전부인 당일치기 여행이지만, 육아로 힘든 아내가 조금이나마 일상에서 탈출할 수 있었고, 우리 딸이 넓은 수평선과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날이 풀리고 우리 쑥쑥이가 조금 더 크면 캠핑하러 다니자꾸나, 우리 딸...


 

photo by Nikon D5100 / Sigma 17-7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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