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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자동차 변천사

by Kang.P 2024.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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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차를 바꿨다. 칫솔 바꾸듯 쉬운 결정은 아니었는데 그럼에도 실행에 옮기게 된 건 아이들 때문이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두 딸들도 커가면서 가족에서 친구로, 그들의 준거 집단이 바뀔 것이고 그렇게 되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말인즉, 아이들과 함께 놀러 다닐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돈을 더 모아서 사겠다는 이유로 나중에 차를 산들 아이들은 이미 가족보다 친구를 찾기 시작했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생각이 이쯤에 미치자 바로 차 예약을 걸었고, 그게 작년 4월 17일이었으니 근 10개월 만에 차를 받게 된 것이다.
 
학생과 백수 때는 물론이고 2005년에 취업을 하고도 근 1년 간은 차 없이 생활했다. 회사 근처에 자취방을 구했기 때문에 차의 필요성을 크게 못 느꼈었는데, 업무 특성상 외근과 사람 만나는 일이 많아지면서 슬슬 차 없는 불편함을 커져갔다.
 
장고 끝에 뉴코란도를 중고로 구입했고 녀석을 ‘란돌이’라 명명했다. 학창 시절부터 드림카였던 뉴코란도는 젊음, 열정, 도전과 같은 말이었다. 
 

출처 : MOTOYA

 
차를 사는 건 좋았는데, 아쉽게도 주머니 사정 때문에 현실적인 타협이 필요했다. 700만 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뉴코란도를 수소문하다 보니 결국 4륜이 아닌 2륜 모델을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후륜 2륜은 정말이지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특히 겨울철에 눈이 조금만 쌓여도 오르막은 언감생심 엄두도 낼 수 없었을뿐더러 겨울철 교차로에서 컬링 하듯 밀려나간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단양 별마로천문대 올라가다 미끄러진 란돌이. 결국 렉카를 불렀다.

 
후륜 2륜의 기술적 한계는 운전 미숙과 만나 시너지를 일으키며 많은 사건, 사고를 만들었다. 그럼에도 튼튼한 차체 덕분에 몸 상하는 일은 없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란돌이에게 유독 애착이 큰 건 내 생애 첫 차인 것도 있지만 아내와 연애의 추억이 아로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햇수로 4년 간 비밀 연애를 하는 동안 우리의 소중한 발과 비밀 공간이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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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처럼 고맙고 소중한 란돌이인데, 아쉽게도 2014년 결혼을 앞두고 이별을 해야만 했다. 가정을 꾸리게 되니 2인승 밴은 한계가 있었다. 란돌이는 동생에게 인계하고 생애 두 번째 차, 뉴코란도C 어드벤처에드션 AWD와 만나게 된다.
 

 
‘왜 또 코란도냐, 왜 또다시 쌍용차냐’ 의아해 할 수 있을 텐데, 우선 동급 SUV인 스포티지, 투싼과 비교해 가격이 저렴했다. 후륜 2륜 때문에 고생한 기억이 너무 커서 4륜은 반드시 넣을 계획이었고 그렇게 해도 타사 동급 모델보다 쌌다. 또 하나의 이유는 2009년 쌍용차 사태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작은 보탬이나마 더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렇게 만난 뉴코란도C는 큰 딸이 태어나고, 다시 2년 후 둘째 딸이 태어나 네 식구가 완성되기까지 우리 가족의 든든한 발이 되어 주었다. 

 

 

 

 

코란도C와 만난 지 올해로 10년이다. 10년을 함께하면서 큰 불편 없이 잘 지내왔는데, 딱 한 가지 불만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트렁크였다. 

 


캠핑을 다니기엔 트렁크가 너무 작았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 자리도 짐으로 가득 찰 수밖에 없었는데, 즐겁자고 캠핑 오가는 길이 아이들에겐 불편한 시간이 되어 버렸다. 아쉬운 대로 루프백을 구입해서 몇 번 달고 나가 봤다. 아... 근데 이건, 내 허리가 끊어져 죽을 것 같았다.

 

그래서 글의 처음과 같은 고민을 하게 되었고, 그 결과로 세 번째 차인 쏘렌토 페이스리프트 하이브리드 AWD와 만나게 된 것이다.
 

 

10년만에 차를 바꾸다 보니, 절차도 모르겠고 모든 게 어색했다. 오롯이 고향 선배인 딜러 형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중형 SUV이지만 전에 몰던 차보다 훨씬 커진 차체 때문에 운전도 조심스러웠다. 

 

이제부터는 이 차와 함께 우리 가족의 추억이 하나하나, 차곡차곡 쌓여갈 것이다. 란돌이와 코란도C가 그랬던 것처럼 부디 우리 가족의 소중한 발과 공간이 되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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