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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제우회 신년 모임

by Kang.P 2024.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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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회사는 격주로 4.5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둘째 넷째 주 금요일에는 4시간만 근무하고 퇴근하라는 건데, 수 년째 계속되고 있는 임금 동결에 따른 나름의 임금 보존책이라 하겠다. 
 
2주마다 금요일에 일찍 퇴근하는 것 외에는 딱히 이 제도의 덕을 본 게 없었는데, 지난 금요일에는 정말 요긴하게 잘 사용했다. 고등학교 동창 모임의 신년회가 그날이었는데, 4.5일제 덕분에 여유롭게 올라갈 수 있었다. 
 
사실, 그동안 고등학교 동창 모임에 많이 참석하지 못했다. 친구들 대부분이 서울이나 그 근교에 살고 있다 보니 모임 역시 서울에서 자주 하게 되는데, 충주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시간이 쉬이 나지 않았다. 
 
금요일 오후 2시 버스를 타고 서울로 향했고 약속 장소인 강남에 도착하니 4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서울도 오랜만이지만 강남은 더더욱 오랜만이었다. 충주에선 보기 힘든 높은 빌딩 숲 사이를 애써 태연한 척 어색하게 걸으며 당구장으로 향했다. 
 

 
일찍 나온 친구들과 정말이지 오랜만에 당구를 쳤다. '10분에 2,000원'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는데, '10분에 500원' 하던 시절이 어느덧 20년 전이라는 사실에 한 번 놀랐고, 어쩌면 강남이기 때문에 비싼 걸지 모른다는 생각에 살짝 움츠러들면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필승의 각오를 다질 수 있었다(그 덕인지 다행히 이겼다). 
 
이번 신년회는 2024년의 첫 행사이면서 신임 회장이 취임하고 처음 마련한 자리였다. 웬만하면 참석하려고 했던 것도 그 이유였는데, 신임 회장 역시 행사를 준비하며 세밀하게 신경 쓴 게 눈에 보였다. 
 

 

신임 회장의 세밀한 노력을 보라!!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니 정말 반가웠다. 친구들 대부분이 서울로 대학 진학을 했는데, 당시 나는 대학 생활에 빠진 나머지 고등학교 친구들 모임에 소홀했고, 졸업 후에는 충주로 취직하게 되면서 모임에 빠지는 일은 더욱 잦아졌다. 
 
그럼에도 가끔씩 이렇게 만날 때면 반갑고 즐겁다. 고등학교 때야 다들 처지가 고만고만했지만, 지금은 각자가 살아온 궤적의 차이만큼 서로 다른 삶을 살고 있다. 그럼에도 큰 어색함이나 소외감이 없는 걸 보면 함께 공유한 학창 시절의 추억이 크긴 큰 것 같다. 
 

 
강남역 5번 출구 근처에 위치한 <초선과 여포>라는 중식당에서 모였는데, 음식도 맛있고 열 명 넘는 인원이 들어갈 수 있는 룸도 있어서 딱 좋았다. 물론, 소주 한 병이 6,000원인 것을 보고는 '아, 역시 강남이구나' 하며 현타가 왔지만 말이다. 
 
강남에도 '준코'는 있었다. 
 

 
2차로 찾은 준코에서 우리는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에 유행하던 락발라드를 부르짖으며 다시 돌아갈 수 없는, 화양연화의 그 시절을 회상했다.
 
준코를 나온 후 3차로 감자탕집에 갔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내 기억은 감자탕집까지 따라가질 못했다. 다음날 아침에 친구가 들려준, 비틀대면서 짐 싸들고 나서는 나를 본인이 부축하며 챙겼다는 증언을 통해 감자탕집에서의 내 꼬락서니를 유추할 뿐이다...
 
숙소 옆 김밥집에서 라면과 김밥으로 해장하고 나서 서울을 빠져나왔다. 제천으로 내려가는 친구가 충주에 내려 주고 간 덕분에 편하게 집에 올 수 있었다. 
 
금요일 저녁의 즐거웠던 만큼 토요일은 하루 종일 숙취에 시달려야 했고, 일요일인 아직까지도 그의 영향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좋은 만남이었다. 까까머리 고등학생 때처럼 서로 갈구고 육두문자 주고받으며 터져 나오는 웃음은 가식 없는 진짜 웃음이었다.
 
술자리에서 다음 모임 일정도 정했다. 솔직히 지금으로써는 그날의 참석 가능 여부를 확답할 수 없지만, 꽃피는 봄에 다시 한번 얼굴 보며 술잔 기울이고 싶은 친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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