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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6년 전 메일을 열다.

by Kang.P 2010.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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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주로 쓰는 메일 계정이 계속 바뀌어 왔다. 처음에는 한메일을 쓰다가 네이버로 바꿨고, 싸이 블로그를 하면서는 싸이계정 메일을 주로 사용했었다. 지금은 지메일을 사용하고 있고... 너무 변덕스러운 건가??

아무튼 오랜만에 다음 메일 보관함에 들어가 그동안의 메일들을 정리했다. 정리하면서 보니 눈에 들어온 보관함...





'취업하자!!' 폴더.
대학 때 주로 사용하던 다음 메일이었기에 어쩌면 '취업하자!!'폴더는 필연이었을 것이다.





6년 전이면 2004년. 그 해 2월에 대학 졸업을 하고, 나는 1년 간의 백수생활에 들어간다. 당시의 메일 목록에서는 어떤 백수의 처절한 몸부림을 볼 수 있었다. 방송 쪽으로 진로를 잡았으나, 보는 바와 같이 백수생활이 하루하루 길어지면서 방송과 관련 없는 회사에 이력서를 들이 밀며, 현실과 타협하고 있었다. 


제대를 하고 복학하면서, 장위동에 방 2개짜리 반지하를 구해, 3명이서 함께 살았다. 성장과정도, 성격도 서로 다른 셋이서 2년을 반지하 자취방에서 아등바등 살다가 졸업을 했고, 같이 산 두 명의 친구도 시간의 텀은 있었지만 한 명씩 취업을 하면서 장위동 반지하를 떠나고, 결국 나 혼자 남게 되었다.






셋이 살다가 둘이 살고, 결국 혼자 남아 잠을 청하던 그날 밤의 허전함과 소외감은 지금도 어렴풋이나마 가슴한 구석에 애잔함으로 남아 있다. 생각이 이 즈음에 이르니, 한 명의 백수를 위해 여러가지로 신경 써주고 챙겨주던 형들과 동기들에 대한 기억과 함께 당시의 고마움이 오늘은 그리움이란 감정으로 다가온다.

지속적인 취업투쟁의 결과, 신기하게도 졸업하고 딱 1년이 되는 날 합격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하고 싶었던 것을 업으로 삼으며 충주라는 작은 동네에서 6년 째 지내고 있다.

우연히 열어 본 6년 전 메일로 인해 오랜만에 옛날 생각에 잠긴다. 장위동의 반지하 자취방...
근 3년을 살면서 크고 작은 추억들이 아로새겨진 공간이다.


싸이미니홈피에서 퍼 온 장위동 반지하 자취방의 모습들...







지금 저 공간에는 어떤 사람들이 무엇을 꿈꾸며 살고 있을까 하는 궁금함에 한 번 찾아가 보고 싶은데 아직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다. 언젠가 꼭 한 번 찾아가리라. 함께 살던 두 명의 친구들과 함께...

 
추억이라는 것은 사소한 물건 하나에, 휘갈겨 쓴 작은 메모 하나에, 그리고 오래된 메일 속에 숨어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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