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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캠핑

[캠핑] 처음으로 네 가족이 함께한 캠핑, 목계솔밭 야영장

by Kang.P 2021.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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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쉘 텐트를 사려고 한 건, 두 아이와 함께 캠핑을 다니기엔 지금 가지고 있는 텐트가 너무 작아 불편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더 자라면 함께 캠핑할 시간이 없을 것 같아 봄을 맞이하며 다시금 캠핑 장비에 눈을 돌린 것이다. 

 

여러 텐트를 비교하며 장고 끝에 코베아 네스트2로 결정했고, 주문한 지 삼일 만에 녀석은 현관 앞에 놓여있었다. 텐트를 받고 나니 얼른 피칭을 하고 싶은 마음 또한 커졌다. 캠핑장 예약을 알아봤는데, 세상에... 코로나 시국에 사람들이 뭘 하며 여가를 보내나 했더니, 다들 캠핑장에 모여있었나 보다. 이번 주는 말할 것도 없고, 향후 몇 주는 다 예약이 차 있었다. 

 

좌절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현듯 머릿속을 스친 곳이 있었으니, 바로 목계솔밭이었다. 충주시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야영장이라 예약 같은 것 없이 먼저 자리 잡는 사람이 임자다. 우리는 목계솔밭을 목적지로 정하고 토요일 아침 일찍 출발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주말이지만 평소 출근하는 일정으로 토요일 아침을 시작하며, 인스타그램에서 목계솔밭을 검색했다가 혀를 내둘렀다. 새벽 5시에 업로딩된 목계솔밭의 사진에는 자리가 없다는 절망적인 글이 함께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네 가족이 함께하는 캠핑인데 좌절의 연속이다. 이미 짐은 다 실어놨으니 혹 자리가 없어 돌아오더라 일단은 가보기로 했다. 

 

운이 좋았던 건, 때마침 금요일 밤에 목계솔밭에서 캠핑을 한 선배 형이 있어서 그 형의 자리를 이어 받을 수 있었다(고맙고 고마워요, 형 ㅜ,.ㅠ). 차의 이동이 많았지만, 화장실 등 편의시설과 가까운 자리라 좋았다. 

 

그곳에서 새 텐트의 첫 피칭을 했다. 설명서 한 번 읽고 나면 쉽게 칠 수 있을 정도로 네스트2는 설치가 용이했다. 넓은 텐트에서 편하게 노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아빠 미소가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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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왜 카라반의 성지로 불리는 알겠다. 국내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카라반들이 이곳에 다 모여있는 듯했다. 오랜만에 날씨 좋은 주말을 맞아 전국 각지의 카라반족 뿐만 아니라 캠핑, 차박족들이 국토의 중심인 충주의 목계솔밭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무료 야영장이다 보니 인원을 통제하는 주체가 없다. 이렇게 계속 들어오면 어쩌나 싶을 정도로 차량의 행렬은 이어졌다. 사람이 너무 많이 몰리다 보니 화장실과 취사장과 같은 부대시설 앞에는 사람들이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이 모습은 마치 난민촌을 방불케 했다.

 

또한 매너 타임이나 캠핑장 사용 수칙같은 게 있을 리 없는 무료 개방 공간이다 보니, 밤늦은 시간까지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자연을 벗 삼아 망중한을 즐기고자 선택한 캠핑이었는데 내 생각 같지만은 않았다. 목계솔밭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훌륭한 공간인 건 맞지만, 사람이 많이 몰리는 주말에는 찾지 않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로울 듯하다. 

 

4월 중순이라 방심했는데, 아직 밤에는 추웠다. 얇은 침낭과 집에서 쓰는 이불 하나 챙겨간 우리는 서로의 체온에 기대어 잠들어야만 했다. 추위에 대한 대비를 못한 것이 아이들에게 미안했는데, 다행히 감기 안 걸리고 잘 버틴 것 같아 가슴을 쓸어내렸다. 

 

새벽에 추위서 잠이 깬 나는 배변의 욕구를 감지고 화장실에 다녀왔다.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아침이 되니 역시나 화장실 앞에는 또다시 긴 줄이 만들어졌다. 다들 한 손에 휴지를 들고 대소롭지 않은 듯 폰을 만지고 있었지만, 안절부절못하는 하체의 모습은 그들의 절박함을 대변했다. 

 

그렇게 우리는 아침을 맞이했고, 간단하게 미역국으로 조식을 해결하고는 짐을 정리했다. 설치할 때는 쉬웠는데 아무래도 텐트가 크다보니 철수할 때는 쉽지 않았다. 다시금 트렁크에 차곡차곡 짐을 싣고 나자 전신에 알이 배긴 듯 쑤셔왔고 급 피로가 밀려왔다. 

 

이렇게 우리 네 가족의 첫 캠핑을 마쳤다. 아이들에게 첫 캠핑이 어땠나고 물어보니 다행히도 재미있었단다. 으쓱해진 나는 뭐가 가장 재미있었는지 되물었고,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개미랑 놀 때라고 소리쳤다. 

 

 

허허 참, 개미가 없었으면 어쩔 뻔 했나....

 

이 자리를 빌려 개미들에게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https://youtu.be/AqFf07LyvU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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