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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캠핑

[캠핑] 고향집 앞마당 캠핑

by Kang.P 2018.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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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캠핑이라고 해도 되나 싶지만, 나름 텐트도 쳤고 고기도 구워 먹었으니 캠핑 카테고리에 쓰는 게 맞을 듯싶다. 

지난 토요일. 오랜만에(1년도 훨씬 넘었으니 오랜만이라는 표현도 무색하지만) 텐트를 꺼내 실었다. 주말에 딱히 할 것도 없고, 앞으로 2주 동안은 가족과 주말 보내는 것이 힘들 것 같아서 뭘 할까 고민이 많았다. 글램핑을 예약하려고 보니 하루 앞둔 시점이라 자리가 없었고, 캠핑장에 가자니 이제는 날이 쌀쌀해서, 월동 장비가 없는 나로선 아이들이 감기라도 걸릴까 걱정되는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결정한 곳이 바로 제천 부모님 댁.


마당에 텐트 치고 신나게 놀다가 아이들은 집에 들어가서 따뜻하게 잔다면 이만한 선택이 없다고 생각했다. 집에 전화드리니 부모님은 무조건 오라고 하신다. 자주 못 보는 손녀들을 볼 수 있으니 두 분도 좋아하셨다. 


그렇게 나의 오래된 텐트는 어두컴컴한 창고에서 나와 오랜만에 일광욕을 즐길 수 있었다. 당연히 아이들은 즐거워했다. 둘이 텐트에 들어앉아 뭐가 그리 좋은지 깔깔거린다. 


이런 두 딸을 보고 있자니 이런 게 행복인가 싶기도 하고, 이렇게 공간을 만들어 주신 부모님께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하늘은 또 왜 이리 이쁘던지...

늦은 점심을 먹어서 배고픈 생각이 없었지만, 해 떨어지면 추워져 혹여 손녀들 감기라도 걸릴까 봐 아버지는 일찍 고기를 올리셨다. 

고향집에 올 때면 오늘처럼 밖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곤 하는데, 이렇게 텐트 앞에서 먹으니 느낌이 또 달랐다. 

아버지와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며 술잔을 기울이다 보니, 전에 몰랐던 아버지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연말에 돌아보면 한 해가 어떻게 갔나 싶을 정도로 빠르게 느껴지 듯, 인생도 어느 시점에서 돌아보면 허망하다 느껴질 정도로 지나온 날들이 빠르게 느껴지는 듯하다.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며 다시 한 번 느꼈다. 

젊은 나이에 결혼해서 한 집안의 가장이 되고, 열심히 직장생활하며 젊음을 불사르고, 자식들 공부 뒷바라지하며 부모 노릇하다 보니, 어느덧 환갑을 넘기고, 이제는 손녀딸들 보는 게 낙이 되신 우리 아버지... 지금의 나는 아버지의 인생에서 채 반에 못 미치는 위치에 와 있는 듯하다. (나이로만 본다면 반 이상 와 있어야 하겠지만, 나는 아버지와 비교해 10년이나 늦게 결혼했다,,,)

오랜만에 기분 좋은 술자리였다. 그렇게 잔을 비우고, 텐트에서 아버지와 함께 잤다. 

내 기억에 아버지와 단둘이 자는 건 태어나서 처음인 것 같다. 그렇게 고향집 앞마당에서의 캠핑은 깊어갔다. (밤에 큰 딸이 놀랐는지 악을 쓰면서 우는 바람에 결국 집으로 들어갔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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