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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여행/2018년 10월 베트남 하노이

[하노이] #.6 석별의 정

by Kang.P 2018.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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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7일 토요일. 

하노이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3일 간 정이 들었는지 막상 떠날 때가 되니 아쉽다. 아니다. 어쩌면 이곳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라 한국으로 돌아가서 다시 마주할 현실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첫날 먹었던 쌀국수집에서 아침을 먹고, 마지막 마사지를 받았다.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예약한 친구 녀석이 퇴실 시간을 잘못 알고 있었다. 오후 2시인 줄 알고 여유를 부렸는데, 오전 11시 퇴실이란다. 사정을 알리니, 한 시간 더 여유를 주어 12시에 퇴실하게 되었다. 이 모든 과정을 스마트폰 메시지로 정리한 것이니, 다시 한 번 시대가 변했다는 사실과 영어 공부의 절대 필요성을 느꼈다. 


로비에 짐을 맡기고, 평양관으로 향했다. 8년 전에도 갔었던 평양관에 다시 가보고 싶었다. 이 날 점심은 그동안 우리를 안내해 준 형이 아닌, 다른 95학번 형이 함께 했다. 



평양랭면과 만두 튀김, 낙지 순대와 대동강 맥주를 시켰다. 북한에서는 오징어를 낙지라 부른다는 것을 오징어 순대가 나오고 나서야 생각해 냈다. 








대동강 맥주는 정말 맛있었다. 맥주 맛을 잘 모르는 나지만, 그렇게 느낄 정도였다. 만두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김치는 조금 달았다. 


일하는 직원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어서 선듯 찍자는 말을 못 건냈다. 8년 전에는 함께 사진도 찍었었는데... 용기가 없어진 건 나이 탓인가...



계산을 하고서야 알았다. 대동강 맥주가 매우 비쌌다는 것을...(하긴 여기서는 양주니까...)


숙소 옆 마트에서 가족과 동료들에게 줄 것들을 사고(베트남 하면 G7 커피 아닌가), 우리의 숙소인, 아니 숙소였던 udic complex building을 나왔다. 그리고는 4일 동안 우리를 안내해 준 형네 집으로 갔다. 하노이에서의 마지막 만찬은 형들의 가족과 함께, 4일 동안 우리를 안내해 준 형네 집에서 먹기로 했다(마지막까지 이 형에게 신세를 진다).




우리를 위해 직접 음식을 준비해 주신 형수님께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밤 비행기를 타야 하기 때문에 술은 안 마시려고 했다. 그러나 여태껏 비행기 타는 날 이렇게 많이 마신 적은 없었던 것 같다(출국 심사 때,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숨을 멈추고 있었다). 처음 인사 나눈 형들 가족에 대한 반가움과 이별의 아쉬움이 뒤섞여, 술이 아니면 이 감정들을 떨쳐낼 수 없었던 것은 아니고, 맥주를 마시자니 배가 불러서 소주로 바꾼 것이 화근이었다. 


그렇게 기분 좋게 취해가고 있는데, 카톡 문자가 날아왔다.



항공기가 지연 운행된단다. 40분 정도 연착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10시로 예약한 택시를 30분 뒤로 연기하고 다시금 술잔을 기울였다. 






......





창 밖으로 동이 터 온다. 하노이로 갈 때는 비상구 옆 자리여서 의자도 조절이 안되고 힘들었는데, 한국으로 올 때는 비행기 맨 뒷자리다. 뒤에 사람이 없으니 부담 없이 의자를 눕힐 수 있는 장점이 있었으나, 불편한 건 매 한 가지였다. 지평선을 붉게 물들인 해가 특정 위치에 올라오면, 난 한국에 도착해, 충주로 내려가는 버스 안에서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을 것이다. 


결혼하고 처음으로 혼자 한 여행이었고, 카지노를 좋아하는 형과는 처음으로 함께한 해외여행이었다. 여행을 갈 때부터 딱히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 것은 없었다(여행을 통해 내 삶을 돌아본다는 등, 뭐 그런 것들 말이다). 8년 만에 다시 하노이에 간다는 것, 그리고 그곳에 살고 있는 형들을 만나는 것, 그 정도가 목적이고 이유였다.



하노이에 다녀온 지 2주가 지난 지금도 마치 어젯밤의 꿈처럼 생생하게 기억된다. 시끄러운 경적 소리와 함께 무질서한 듯 보이지만, 무언가 큰 질서 속에서 움직이는 듯한 거리와, 시간이 지날수록 이 거리에 익숙해지던 우리들. 잊지 못할 포 텐의 쌀국수 맛과 꽌안응온에서 접한 다양한 베트남 음식들... 그리고 사람들... 하노이에서 우리를 맞아 준 사람들과, 함께 여행을 떠난 사람들... 소중한 사람들이다. 여행도 결국은, 어떤 사람과 함께 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주중에는 일하고, 주말이면 아이들과 어디를 가야 하나 고민하며 산다. 언제 또 베트남에 있는 형들을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 큰 일을 치렀으면 응당 뒤풀이가 있어야 하는 법... 이번 여행에 함께한 카지노를 좋아하는 94학번 형과 사업을 확장하고 싶어 하는 친구 녀석을 보러 상경 계획을 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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