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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여행/2018년 10월 베트남 하노이

[하노이] #.2 만남

by Kang.P 2018.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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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역에서 바로 티켓팅을 하고 위탁 수화물을 붙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내가 몰랐을 뿐, 세상은 엄청 편리해져 있었다.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오랜만의 여행이 주는 설렘 탓인지 잠이 오지 않았다. 



이런 나와 달리, 함께 여행 가는 김 군은 책을 보는 것처럼 위장하여 숙면을 취하고 있었다(이때뿐만 아니라 하노이에서도 곧잘 책 보는 척 잠을 청하곤 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채 6시가 안 된 시간이었다. 우리 일행인 이 아무개 형은 일찌감치 도착해 있었다. 대부분 남자들이 그러하듯, 건성건성 인사를 나누고 면세점으로 갔다. 장모님과 아내의 화장품을 사 오라는 지령을 받은 상태라 눈과 발이 바빴다. 장모님 것은 어렵지 않게 찾았는데, 아내의 화장품을 찾는 건 쉽지 않았다. 한 시간 넘게 면세점을 쥐 잡 듯 돌고 나서야 그것이 온라인 면세점에서만 판매하는 제품임을 알았다. 하노이로 출발도 하기 전에 진이 빠져버렸다.


비행기는 20시 35분 이륙 예정이었으나 21시 10분이 되어서야 이륙했다. 우리 자리는 비상구 옆자리라 비상시 승무원과 함께 승객의 탈출을 도와야 한단다. 이에 동의하겠느냐고 승무원은 물어왔고 우리는 (어쩌면 나만) 비장한 표정으로 그렇게 하겠다고 동의했다.


 

비상구 쪽 자리는 의자 각도 조절이 안 되는 줄 몰랐다. 많이 타보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탔던 비행기 중 최고로 불편했다. 5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한숨도 못 잤고, 없던 폐쇄 공포증마저 생길 것 같았다(덕분에 충주시립도서관에서 빌려 온 최민석 작가의 '베를린 일기'를 다 읽을 수 있었다).


한국 시간으로 10월 25일 새벽 1시 46분, 마침내 우리는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베트남 시간으론 24일 23시 46분. 여전히 내 생일이다. 베트남에 살고 있는 형이 공항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몇 년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이다. 형은 우리를 숙소까지 안내했고, 짐만 놓고 바로 나와서 하노이 호텔로 향했다. 새벽 1시(한국 시간 새벽 3시). 그곳의 야외 테라스에서 하노이의 야경과 함께 맥주잔을 부딪쳤다. 




베트남 음식인 미싸오 하이산과 시원한 타이거 맥주, 그리고 여독의 피곤함이 어우러져 기분 좋게 취기가 돌았다. 새벽 3시에 문을 닫는다는 식당을 나와 호텔 카지노에 들렀다가(여기서 이 아무개 형은 바카라로 100달러를 땄다), 숙소로 돌아왔다. 이때가 새벽 3시 40분, 한국 시간으로는 새벽 5시 40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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