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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여행/2018년 10월 베트남 하노이

[하노이] #.4 완전체

by Kang.P 2018.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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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일과 시간에 이 글을 쓰고 있다. 일이라는 게 순서가 있는 법인데, 하노이 여행에 대한 정리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 도무지 일이 손에 안 잡혀서, 결국 이 글을 쓰는 게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복도를 오가는 사람들이 볼 때는 열심히 자료를 찾는 모습으로 보일 테니 걱정 안 하셔도 된다(아무도 걱정 같은 건 안 하겠지만). 


2018년 10월 25일 오후. 하노이의 한 호텔 카지노에서 선배 형은 많은 돈을 땄다. 그래서 기분 좋게 저녁 먹으러 갈 수 있었다. 하노이에는 우리를 안내하고 있는 형 말고도, 2명의 대학 선배 형들이 살고 있고, 오늘 저녁 자리에서 처음으로 6명(여행 간 우리 3명, 하노이에 살고 있는 형들 3명)이 한자리에 모여, 완전체가 된다.


우리가 찾은 식당은 꽌안응온 (Quan An Ngon).    <지도 보기>


짠내투어 하노이 편에서 방송에 나와 유명하다고 하는데, 귀국하고 검색해 보니 같은 이름의 식당이 많았다. 따라서 짠내투어를 보지 않은 입장에서 이곳이 방송에 나온 그곳이라고 장담은 못한다. 그러나 방송 유무를 떠나서 맛이 어떠냐고 물어본다면, 강력 추천하는 바이다.






어쩌면 사람에 대한 반가움에 그 맛이 더 강렬했을 수도 있겠다. 다들 8년 전의 모습과 변한 게 없었다. 결혼하고 자식을 낳아 한 집안의 가장이 되었다는 것 외에는 말이다. 각자의 근황을 묻고 고민을 나누며, 이런 사람들이 있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재복은 없지만, 인복은 챙겨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그렇게 먹고 2차로 '하루'라는 횟집으로 이동했다. 한국인 형제가 운영하는 식당이었다. 우리를 안내했던 형과 잘 아는 사이였고, 그래서인지 잘 챙겨주었다. 1차에서는 미래 지향적이고, 다소 무거운 이야기가 오갔다면, 이곳에서 우리는, 왁자지껄 20년 전 대학시절로 돌아갔다(새내기 때가 21년 전이라는 사실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93, 94, 95, 96, 97학번이 한자리에 모여 그 시절을 추억했다. 제천 촌놈이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서울살이 시작하는데, 큰 힘이 되어준 사람들이다. 졸업하고 1년 간 백수의 길을 가던 시절, 애 저렇게 혼자 두면 안된다며 불러내 먹여주고 챙겨 주던 사람들이고, 선배 형 차를 빌려 스키장 가던 중 6중 추돌 사고가 났고, 보험 처리가 안돼 고민하고 있을 때 선듯 300만원을 빌려준 형이다. 성격은 다르지만, 존재만으로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친구 놈은 두말할 나위 없고 말이다. 


같은 고민을 공유하고, 때로는 목소리 높여 싸우기도 하고...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말 그대로 마냥 좋았다. 그 시절은 그럴 수 있었다. 이유 없이 마냥 좋을 수 있었다. 직장이라는 사회에서 인간관계를 맺고 살면서 더욱 느낀다. 그 시절이었기에 마냥 좋을 수 있었다는 것을...


하노이에서 8년 만에 모인 우리 6명의 만남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마냥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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