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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여행/2018년 10월 베트남 하노이

[하노이] #.1 여행의 서막

by Kang.P 2018.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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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24일 오후 3시가 넘은 시간.

나는 지금 오송을 출발해 광명으로 향하는 KTX 안에 있다. 이번 여행은 생애 처음으로 KTX를 타보는 영광도 함께 주었다. 최소 200km로 달림에도 속도감을 못 느낄 만큼 승차감은 좋았다(이제 누가 KTX 타 봤냐고 물으면, 한치의 머뭇거림없이 ‘당연하지’를 외칠 수 있다.)

이번 하노이 여행은 아내느님께서 통 크게 하사하신 생일 선물이다(오늘은 내 생일이다.) 사실 여자 셋을 두고 홀로 해외여행을 가자니, 죄짓는 것 같고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오히려 아내에게 휴식의 시간을 주는 게 맞는 상황인데, 아직까지 둘째가 엄마의 손을 떠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 둘째가 엄마와 떨어질 때 즈음에 아내만의 여행을 약속하며 집을 나섰다.

충주역까지 아내가 태워줬다.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데 두 개의 봉투를 내밀곤 가속 페달을 밟고 가버린다.


편지와 용돈이었다. 편지 속에는 생일을 축하하고, 재밌게 놀다 오라는 내용이 아내 특유의 글씨체로 적혀 있었다. 고마운 녀석~ 아내의 편지 덕에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렇게 오송행 기차에 올랐다.

여행에 대한 기대와 설램, 흥분은 한 통의 전화 통화로 마술처럼 사라졌다. 남의 돈 받고 일하는 건 참 스트레스 받는 일이다(물론 월급도 남의 돈이지만, 그것은 엄연한 내 노동의 대가다). 보조금 사용 내역에 대한 서류를 다시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이 전화기를 통해 들려왔고, 나는 ‘오늘부터 휴가라 할 수 없다!!! 월요일에 출근해서 다시 이야기 하자!!!’는 내용을 공손하게 전달하고 끊었다.

평정심이 무너졌다. 전화 한 통이 여행에 대한 설램을, 돌아와서 해야 할 일에 대한 부담감으로 바꿔 버렸다. 물론 전화한 이가 내가 휴가임을 몰랐을 테니, 그를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지금 신경 쓴다고 할 수 있는 건 전혀 없다. 제로다, 제로.

다시 인천공항으로 돌아올 때까지는 아무 것도 생각하지 말자. 여행에서 경험하고 느끼는 것에 집중하자.

그러는 사이 광명역에 도착했고 친구를 기다리고 있다. 도착하자 마자 전화를 걸어 어디냐고 물었더니, ‘어? 이제 나갈께’하는 걸로 보니 오래 기다려야겠다 싶었는데, 어라?? 녀석이 저기서 손을 흔들며 온다.

그래, 가자꾸나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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