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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딸에게 쓰는 편지/큰 딸에게

[쑥쑥이에게] #.55_B+1069_상대적 박탈감

by Kang.P 2018.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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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년 만의 기록적인 폭염이 한반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요즘이다. 어린이집도 방학이고, 날이 더워 집에서만 지지고 볶느라 많이 답답하지? 하지만 어쩔 수 없단다. 이 무더위가 한풀 꺾이길 기도하는 수밖에...


동생이 태어나면 첫째가 더 떼를 쓰곤 한다던데 요즘 딱 네 모습이다. 물론 알아. 모든 관심이 동생에게 쏠리면서 네가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는 것을. 아빠도 그랬단다. 네 삼촌이 태어나고는 할머니, 고모의 관심과 사랑이 동생에게로 다 쏠렸어. 하루는 작은 방에 들어가 문 잠그고, 연신 "창묵이가 불쌍해."를 외치며 펑펑 울었다더라. 그때 아빠의 마음이 요즘 네 심정일 거야.

특히 엄마에 대한 소유욕이 커졌어. 물론 그전에도 뭐든 아빠보다는 엄마와 함께 하려고 했었지만 요즘은 그 정도가 더 심해졌다. 엄마가 어린 동생과 더 많이 붙어있는 상황을 의식한 걸 거야. 엄마를 동생에게 뺏길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을 테고.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엄마가 많이 힘들어해. 조금씩 아빠와도 놀긴 하지만 아직 네 동생은 엄마 껌딱지거든. 엄마 몸은 하나인데 둘이 달려드니 얼마나 힘들겠니. 종종 그 스트레스를 아빠에게 짜증으로 풀기도 한단다.


여기서 아빠의 역할이 중요한데, 고백하자면 아빠가 나이만 먹었지 아직 철이 없어. 기분에 따라 엄마의 짜증을 짜증으로 되받기도 하고, 때론 그 화살을 너에게 돌릴 때도 있단다. 아빠랑 놀면 되지 왜 엄마 힘들게 하냐고 으름장을 놓으며 말이야. 나 같아도 이런 분위기에선 절대 아빠랑 안 놀 거야.

육아 관련 글을 찾아보며 아빠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알아. 근데 그게 갑작스럽게 닥치는 상황에서 실천이 안될 때가 많단다. 감정이 먼저 앞서는 거지. 돌아서면 바로 후회하고 말이야. (어쩌면 이 글도 어제 행동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고해성사하는 것일 수도...)


그렇다고 네가 억척스럽고 욕심 많은 아이는 아니란다. 동생과 잘 놀아주고, 엄마가 설명해주면 이해하고... 그래서 얼마나 기특한데. 



다만 아빠 엄마가 부모이기 전에 감정의 동물이고, 아직 성숙하지 못해서 그 감정을 통제하는 능력이 부족한 게 미안할 뿐이다. 더 많이 네 위치에서 생각하고 이해하도록 노력할게. 이번 글도 결국 반성문의 형태가 되고 말았구나. 너희들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가장 커. 그게 부모 마음인가 봐. 



오늘 동생 성장 앨범 중 마지막 촬영인, 자매 컷 사진 찍느라 고생했어. 이번 무더위 잘 견디고 날 좀 선선해지면 재밌는 곳으로 놀러 가자. 어떻게든 휴가 낼게. 아빠가 약속해. 가족을 위해 일하는 거지, 일을 위해 가족이 있는 게 아니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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