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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딸에게 쓰는 편지/To 큰 딸

[쑥쑥이에게] #.54_B+967_미운 네 살

by Kang.P 2018.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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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날씨가 한여름 같더니 어제부터 내린 비로 인해 많이 쌀쌀해졌다. 하지만 아빠를 대하는 너의 쌀쌀함은 지금의 날씨보다 훨씬 오래되었단다.


지금도 완쾌된 것은 아니지만, 일주일 정도 40도를 육박하는 고열과 감기로 고생하는 너를 보며 마음이 아팠어. (그리고 그 감기는 바로 네 동생이 이어받았고 지금은 아빠와 엄마도, 특히 네 엄마는 감기로 무척 힘들어하고 있단다.) 눈이 풀릴 정도로 힘겨워하는 너의 모습을 보며 지켜보는 것 외에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서 아빠도 엄마도 힘들었어.




하지만 말이야. 그렇게 힘들어 하는 너를 보면 마음 아프면서도, 한편으로는 계속해서 아빠를 거부하는 네 행동에 조금 서운했단다. 무슨 아빠가 이렇게 쪼잔하냐고? 흥분하지 말고 아빠의 이야기를 잘 들어보렴. 아프기 전부터도 너의 감정 기복은 심한 편이였어. 특히 아빠와의 관계에서는 말이야. 얼굴 비비며 좋아하다가도 한순간에 아빠 싫다며 가라고 소리 지르고 방문을 닫아버리곤 했지. 갑자기 왜 그러는지 이유를 물어봐도 너는 막무가내란다. 


물론 아빠도 알아. 어느덧 네가 소위 말하는 미운 네 살이 되었고, 설상가상으로 두 살 어린 동생에게 아빠 엄마의 관심이 집중되다보니 사랑을 뺏길 수 있다는 불안감과 질투가 전에 없던 투정과 고집으로 표출되는 것을 말이야. 그래서 이유 없이 짜증 내고, 청개구리 짓을 해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도 때도 없이 "아빠 싫어!" 노래를 부를 때면,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건 숨길 수 없더라.




사실 아빠도 너를 키우면서 무엇이 올바르게 키우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많아. 아마 모든 부모의 고민일 거야. 주눅 들게 키우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버릇없이 키우고 싶지도 않은 마음... 그리고 그 경계의 모호함... 

네 살짜리 아이가 뭘 알겠나 하면서도 가끔씩 욱하고 올라오는 철부지 아빠의 모습... "아빠 싫어!!" 소리 지르면 참다 참다 한 번은 "나도 너 싫어!!"하고 돌아서야 속이 풀리는 밴댕이 소갈딱지 같은 아빠... 


어우... 아빠 정말 못났다야,,, 얼굴이 화끈거리지만, 그래도 이렇게 글로 남기는 것은 미운 네 살 시절 너의 만행(?)을 기록하기 하기 위함이고, 아빠의 철딱서니 없는 모습 또한 담아두기 위해서다. 나중에 함께 이 글을 보며 서로에게 '그때 미안했다' 사과하며 악수하자꾸나.




퇴근하고 돌아온 아빠에게 넌 오늘도 어김없이 "아빠 싫어"를 외쳤지만, 계속되는 아빠의 구애에 결국 우리 재밌게 케이크 놀이도 하고, 책도 읽고, 토끼 가족 놀이도 하고 잠들었잖니? 네 엄마랑 연애할 때도 안 했던 밀땅을 마흔한 살 먹고 그것도 네 살짜리랑 하려니 감도 떨어졌고, 이게 맞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 아빠가 인내심과 지구력을 가지고 해쳐나가 볼게. 

우리 딸이, "엄마보다 아빠가 더 좋아"를 외칠 그 날까지 말이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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