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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딸에게 쓰는 편지/큰 딸에게

[쑥쑥이에게] #.53_B+738_어른스러워지다

by Kang.P 2017.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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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큰 딸...

요며칠 사이에 날씨가 확 바뀌었다. 끈적끈적한 기분 나쁜 폭염이 꺾이고 새벽 추위에 깨서 창문을 닫기까지 오랜 날들이 걸리지 않았단다. 치열하게 뜨거웠던 2017년 여름이 이렇게 끝나는구나 싶다. 아울러 네 동생이 태어난 지도 한 달 하고도 하루가 지났다. 


사실 아빠는 많이 걱정했었어. 동생이 태어나서 모든 사람의 관심이 그에게 집중되면 우리 딸이 많이 서운해할 것이고, 그 서운함과 박탈감을 동생에게 해코지로 표출할 것이라 생각했거든... 그런데 우리 큰 딸이 동생을 많이 아끼고 사랑해 주더라. 물론 가끔 동생에게만 관심을 갖는 아빠 엄마에게 아쉬움을 여러 방법으로 표현하지만, 그것은 아빠 엄마가 현명하게 행동하지 못한 탓이지 너의 잘못이 아니란다.



무엇보다 미안한 것은 너의 두번째 생일을 함께 하지 못한 것이야. 1박 2일 출장의 둘째날이 네 생일이었는데, 도착하니 밤 10시가 넘은 시간이었고, 너는 이미 잠들어 있더구나. 엄마가 보여주는 영상을 통해서나 생일 케익의 촛불을 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단다.



함께 축하해주지 못한 게 정말 많이 미안하다. 앞으로는 꼭 옆에 있을께~ 


딸아, 사실 아빠는 요즘 파업중이란다. 2012년에 170일 간의 파업 이 후로 5년 만에 다시금 총파업에 들어간거야. 파업이라는 말이 생소하겠지만, 쉽게 말하면 일에서 손을 놓는 거야. 




5년 전 파업 때와 지금의 마음가짐은 변함이 없지만 한가지 바뀐 것이 있단다. 2012년에는 아빠 혼자의 몸이었다면 지금은 네 가족의 가장이라는 것...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지만 5년 전에는 아빠 혼자라 큰 문제가 없었는데, 지금은 가장이기에 부담이 된다는 것... (니들 둘 기저귀와 네 동생 분유값...ㅡ,.ㅡ;) 




그런데 딸아... 

그렇더라도 말이야, 당장은 생활에 부담이 되더라도, 방송이 제 역할을 찾아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란다. 국민의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는 언론이 권력과 돈 가진 자들 편에서 그들의 입장만 대변한다면 어떻게 되겠니? 오히려 그 반대의 모습, 어디가서 하소연 할 곳 없는 이들, 억울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이들의 왜 이런 상황에 놓여야만 하는지를 분석하고 전달하는 것이 올바른 언론의 모습이라 생각해.


지금의 이 파업이 나중에 우리 딸이 어른이 되었을 때 더 살기 좋은 나라, 상식이 통하는 나라가 되는데 밑거름이 될 것이기에 아빠는 오늘도 즐겁게 투쟁할께~


그건 그렇고....

언니가 되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아빠 엄마가 동생과 비교해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요즘 우리 딸이 많이 어른스러워진 것 같아. 




동생 이뻐해 주고, 엄마가 동생 안고 있어도 질투하지 않고 이해해 주고 말이야... 

그래도 딸아... 너무 어른스러워지진 말아줘... 동생이 생겼을 뿐, 너도 이제 갓 25개월 된 천상 어린아이니까 말이야. (동생 때문에 어른스러워진 것 같다 느낄 때마다 사실 좀 슬프단다...)

 

지금처럼 밝고 건강하게 자라다오~

동생도 좀 더 크면 네 식구 같이 캠핑도 가고 놀러 다니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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