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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딸에게 쓰는 편지/둘째 딸에게

[축복이에게] #.1_만남

by Kang.P 2017.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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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아 안녕, 아빠야...
너를 만난 지 17일 째가 되어서야 이렇게 글을 쓰는구나. 바쁘다는 핑계로 변명하는 아빠의 게으름을 용서하렴. 


네 언니도 그랬지만, 너 역시 예정일보다(11일) 일주일이나 빨리 찾아왔단다. 만남의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시간 날 때, 아래 링크 타고 들어가서 보길 바란다. (했던 이야기 또 하는 게 둘 다에게 귀찮은 일이란다...ㅋ)
 

<반갑다, 넘버투> 글보러 가기(클릭) 

 
둘째는 첫째 때보다 신경을 덜 쓰게 되는 것 같아. 귀찮거나 싫어서가 아니라, 네 언니를 키우면서 생긴 노하우라고 해야할까. 그래서 네 언니 때는 화들짝 놀라 난리를 피웠던 증상도, 너 때는 좀 더 차분하게 대처하는 것 같아. 그렇게 나름 둘째 키우는 부부라고 여유를 부리던 우리에게 네가 큰 경각심을 불러 일으켜 줬단다.
 
그러니까 지난주 월요일, 광복절을 하루 앞두고 다음날 쉰다는 생각에 아빠는 퇴근하면서 소주 한 병을 사갔단다. 너와 네 언니 재워놓고 오랜만에 엄마랑 한 잔 할 생각이었지. 잠들기 전 마지막 우유를 먹이고 트림을 시키는데 하지 않더구나. 좀 더 시도하다가 아기 침대에 눕혀 안방에 두고 엄마랑 아빠는 거실에서 오랜만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생전 처음 들어보는 울음소리에 놀라 안방으로 달려갔다. 넌 한무더기 토를 해 놓고 숨을 쉬지 못하고 있었어. 놀란 나머지 엄마는 바로 119에 전화를 했고, 아빠는 어떻게든 다시금 울음을 터트리게 하려고 등과 배를 번갈아가며 두드렸단다. 얼굴이 벌겋다 못해 검게 변하며 숨을 못 쉬어 괴로워하던 너는 다행히 외마디 짧은 울음을 내 뱉었더라. 순간 안도했지만, 너의 숨은 전처럼 고르지 못했단다. 

119 앰뷸런스를 타고 건대병원에 도착했다. 의사의 말은 토를 하는 과정에 기도가 막혔던 것 같은데, 만약 토사물 중 일부가 폐로 들어갔으면 염증 등을 유발할 수 있으니 입원 수속을 받으라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밤 10시가 다 되어서 입원 수속을 밟고 너를 병원에 둔 채 돌아왔단다. 

다음날 11시에 면회를 갔어. 그러나 아빠 엄마는 밖에서 너의 모습을 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단다. 신생아실이라 출입이 통제되고 있었고, 너를 들고 나올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생전 처음 보는 기계 속에 누워있는 너의 모습에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모른다. 미안하고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어제 병원을 나올 때 의사가 특별한 거 없으면 바로 퇴원할 수 있다고 말해서 오늘 퇴원을 예상했었어. 그러나 공휴일이라 담당의사가 없어서 퇴원이 불가능하단다. 결국 16일에 다시 오기로 했다. 


16일에는 아빠가 출근을 해야해서 네 엄마가 혼자 다녀왔단다. 궁금해서 전화했더니 토로 인한 부분은 문제가 없는데 정밀 검사를 해 보니 소변에서 염증(?)이 높게 나왔다고 하더구나. 항생제를 맞고 있는데 다시 검사했을 때도 수치가 높으면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한단다. 걱정이 되면서도 한편으로 다행이다 싶더구나. 이번 일이 없었으면 신장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을테니 말이야. 


결과적으로 소변의 염증수치는 정상으로 돌아왔고 그날 저녁 너는 퇴원했단다. 정말 큰 경험이었어. 네 언니를 키우면서도 이런 일은 없었거든... 둘째도 첫째 때 만큼 신경써야 한다고 신의 메시지 같았어. 





사랑하는 둘째 딸, 축복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아빠도 느낀 바가 많단다. 축복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도록 더욱 노력할께. 사실 너로 인해 네 언니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모든 것이 자기 중심으로 돌았었는데 네가 태어나면서 판이 바뀌었거든... 엄마에 대한 집착이 더 커졌고, 떼도 많이 늘었단다. 혼을 내다가도 돌아서면 안타깝고 마음이 안 좋다. 부모가 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더라. 






너에게 쓰는 첫번째 이야기가 사건 사고 글이라 좀 그렇지만, 아빠가 열심히 기록할께~
사랑한다,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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