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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고집과 팔랑귀 사이

by Kang.P 2017.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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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이 센 성씨 중에 '강씨'의 고집도 많이 회자된다. 나 역시 물려받은 성이 그래서인지, 고집이 세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그렇다고 말도 안되는 것으로 소위 말하는 '곤조'를 부리는 편도 아니고, 남들과 쉽게 타협하지 못하는 성격도 아니다. 물 흐르듯 잘 어울리고 섞이지만, '이것만은 꼭 이렇게 하고 싶다' 혹 '이건 정말 아니다' 싶은 것에서는 특유의 고집이 나오나 보다. (어쩌면 이것은 강씨이기에 특화된 것이 아닌, 보편적인 사람들의 정서일지도 모른다.)


반면...


나는 귀도 얇다... 내가 모르는 분야에서는 타인의 이야기를 너무 쉽게 믿고 의지한다.


강씨 고집과 팔랑귀... 

이 어울리지 않는 조합 사이에서 때로는 고집을 부리기도 하고, 때로는 타인의 의견에 적극 동조하며 살아온 사십년 인생이다... 오늘, 이 고집과 팔랑귀 사이에서 팔랑귀를 따르는 또 하나의 결정을 내렸다. 


수영장 등록...


몇 년 전, 한 달 동안 수영장을 다녔었다. 그것도 아침 7시 타임으로... 함께 하는 후배가 있어서 그나마 한 달이라는 시간을 버틴 것 같다. 그러나 그 후배가 그만 다니게 되면서 나 역시도 시나브로 발길을 끊었다. 그러면서 '아침 운동은 나와 안 맞는다.'는 결론을 내렸었는데, 오늘 또다시 같은 수영장을, 그것도 1시간 이른 6시 타임으로 등록하리라 마음을 먹었다.


요즘 들어 피로가 잘 풀리지 않고, 그러다 보니 무기력감이 커져가고 있다. 회사 동료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본인처럼 수영을 다니자는 제안을 해왔다. 그가 2년 가까이 아침마다 수영을 하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고 이런 제안을 해 왔을 때, 아침 운동은 나와 안 맞는다는 논리로 대응했으나, 두 아이의 아빠가 되는 지금 시점에서 당신의 건강은 당신의 것만이 아니라며 열변을 토하는 그의 논리에 다시금 귀가 팔랑거리기 시작했다. 


등록해라, 안한다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론 없이 각자 사무실로 돌아갔고, 5분도 안돼 그에게 카톡을 보냈다.


'오늘 시간 되요??'


퇴근 후 같이 등록하러 가기로 했다. 전에는 한 달 다니다 말았지만 지금은 당시와 상황이 다르다. 그 때는 한 여자의 남편이기만 했다면, 지금은 두 아이의 아빠라는 타이틀이 하나 더 추가 되었다. 올 해 신년 계획에 운동을 해야겠다는 추상적인 포부는 있었지만, 구체적인 것은 없었다. 오늘의 이 결정이 작심삼일로 끝날지, 건강한 삶으로 가는 마중물이 될지는 나의 실천의지에 달렸겠지??


딸아...

아빠가 잘 해나갈 수 있도록 기도해 주겠니??




아빤 이제 등록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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